“그들에게도 관심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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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아빠는 여섯 살 지능의 지적장애인입니다. 그는 딸아이에게 ‘세일러 문 가방’을 사주려다가 미성년자를 유괴해 살해했다는 누명을 쓰고 교도소에 수감됩니다. 아이를 보고 싶은 아빠는 같은 방 동료들의 도움으로 교도소에서 딸과 함께 지내지만 곧 발각됩니다. 보육원에 맡겨진 아이는 아빠와 떨어지고, 지방 보육원으로 가게 될지도 모를 처지에 몰립니다. 병원에 입원한 딸은 침대에 누워 교도소 보안과장에게 울먹이며 말합니다. “아저씨, 저 멀리 가기 싫어요. 저도 같이 잡아가시면 안 돼요?”

[편집실에서]“그들에게도 관심을”

영화 <7번방의 선물>에 나오는 한 장면입니다. 딸바보 아빠와 천사 같은 딸의 따뜻한 사랑을 담은 휴먼코미디로 1280만 명의 관객을 동원, 흥행에 성공한 영화입니다. 헌신적인 부성애가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지만, 주목할 만한 포인트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수용자 자녀’의 문제입니다. 수용자 자녀란 부모 중 한 사람, 또는 부모 모두가 범죄를 저질러 교도소에 가 있는 동안 홀로 남겨진 아이들을 말합니다.

2017년 국가인권위위원회가 공개한 ‘수용자 자녀 인권상황 실태조사’에 따르면 교도소 수용자의 미성년 자녀는 연간 약 5만4000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부모와 떨어져 살다 보니 당장 생계가 막막합니다. 이들 중 11.7%가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일 만큼 극심한 빈곤에 시달리고 있으며, 정서적으로 극심한 스트레스 및 트라우마를 겪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어떤 경우에는 부모가 교도소에 수용된 사실조차 아이들에게 통보되지도 않습니다. 게다가 ‘범죄자의 자식’이라는 낙인 때문에 아무런 잘못이 없는데도 주변의 손가락질을 받습니다. 사실상 ‘가족해체’를 당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몇몇 시민단체가 이들을 보살피기 위한 활동을 벌이지만 여전히 많은 아이들이 돌봄의 사각지대에 있습니다.

이번 호 표지 이야기로 ‘수용자 자녀 문제’를 다뤄보기로 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수용자 자녀 문제는 상당히 생소한 개념입니다. 관련 법이나 제도는 말할 것도 없고 제대로 된 지원 대책도 마련된 게 없습니다. 수용자 자녀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어떤 고충을 겪고 있는지 알아보는 실태조사조차 3년 전에야 이뤄졌습니다. 미국과 캐나다 같은 나라는 이미 20년 전부터 수용자 자녀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호주는 1980년대에 수용자 자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사회적 논의를 시작했습니다.

우리나라는 이제 막 관심을 갖고 다양한 정책과 프로그램들을 시작하는 단계입니다. 하지만 경제적으로 곤란에 처한 아이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대책은 아직 마련되지 않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수용자 자녀를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이 여전히 차갑기 때문입니다. 대다수가 “왜 우리 세금으로 범죄자의 자녀를 지원하느냐”는 인식을 갖고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이들을 지원하는 단체들은 다른 아동복지·구호단체와는 달리 후원 행사는커녕 홍보도 제대로 못 한다고 합니다. 이들은 범죄자의 자녀가 아닌 어린이로서 동등한 보호를 받고 권리를 누려야 할 하나의 인격체인데 말입니다. 참 안타깝습니다.

<조홍민 에디터 겸 편집장 dury12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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