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 산업, 한국은 어디까지 왔나
  • 인쇄
  • |
  • 목록
  • |
  • 복사하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진단기법은 선두권, 치료제·백신 개발 적극… ‘K방역모델’ 국제표준화 추진

코로나19 확산이 장기화하면서 관련 의료기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확산세가 다소 주춤하고 있지만, 코로나19가 계절성 유행질환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잇따르면서 진단기법과 치료제는 물론 백신 개발까지 관심이 확대되고 있다. 산업적으로도 이제 코로나19 이후 달라질 일상에 대응해 관련 산업 육성에 나서야 한다는 주문이 끊이질 않는다. 한국의 진단기법, 치료제·백신 개발은 어디까지 왔을까.

미국 로스앤젤레스(LA)의 다저스스타디움 앞에서 4월 27일(현지시간) 의료요원들이 자동차에 탄 주민들에게 코로나19 바이러스 자가진단 키트를 나눠주고 있다./로스앤젤레스 | UPI연합뉴스

미국 로스앤젤레스(LA)의 다저스스타디움 앞에서 4월 27일(현지시간) 의료요원들이 자동차에 탄 주민들에게 코로나19 바이러스 자가진단 키트를 나눠주고 있다./로스앤젤레스 | UPI연합뉴스

진단·치료제 부문은 세계 최정상권

진단 부문은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과 관련 기업의 빠른 연구·개발로 세계 선두권을 달리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실제로 진단 전문업체들의 해외 인증 획득, 국내 긴급 사용승인이 잇따르고 있다.

분자진단 전문 바이오 업체인 바이오코아는 지난 5월 11일 자사 진단키트인 ‘바이오코아 2019-nCoV 리얼타임 PCR 키트’가 질병관리본부 긴급 사용승인을 획득했다고 밝혔다. 이번 긴급 사용승인은 코젠바이오텍과 씨젠, 솔젠트, SD바이오센서, 바이오세움에 이어 국내에서는 벌써 여섯 번째다. 바이오코아는 앞서 지난 4월부터 유럽인증(CE)을 획득하고 식약처로부터 수출 허가를 받았다. 현재 독일·이탈리아·스페인·인도 등 세계 20여 개국에 진단키트를 수출하고 있다.

바이오코아는 이번 국내 긴급 사용승인으로 내수시장 진출과 더불어 미국시장 진출에도 속도를 내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미국 식품의약국(FDA) 긴급 사용승인(EUA) 절차 역시 승인이 임박했기 때문에 미국시장 진출에도 본격적으로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한국의 진단기술 수준은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일 한국을 비교 대상으로 거론하면서 미국의 코로나19 검사 능력이 세계 최고라고 주장하는 것은 그 반증이라 할 만하다. 식약처에서 품목허가를 받은 국산 코로나19 진단키트는 5월 11일 기준 65개로 집계된다. 이중 오상헬스케어·씨젠·SD바이오센서 등 5개 회사의 진단키트가 FDA 긴급 사용승인을 받았다. 전 세계로 넓히면 4월 말까지 103개국에 국내 진단키트가 진출한 것으로 집계된다.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에 따르면 글로벌 체외진단 시장 규모는 2015년 약 58조원에서 2025년 약 88조원으로 연평균 4.2% 성장할 전망이다. 코로나19로 한국의 진단기법에 관심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우리 기업들의 점유율을 높일 수 있는 적기라는 평가가 많다.

치료제도 한국이 주도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중에서도 세계 최초로 코로나19 항체치료제가 한국에서 나올 수 있을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셀트리온에서 개발 중인 항체치료제를 오는 7월 유럽에서 임상시험에 들어가는 것을 놓고 회사의 해외사업을 담당하는 계열사 셀트리온헬스케어가 관련 절차를 논의하고 있다. 계획이 예정대로 추진된다면 전 세계 항체치료제 개발 업체 중 개발 속도에서 가장 앞서게 된다.

정보분석업체 클래리베이트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세계 185개 회사·연구소·대학에서 코로나 치료제와 백신 등을 개발하고 있다. 지역별로는 미국 83개, 중국 34개에 이어 우리나라가 13개로 세 번째로 많다.

치료제·백신을 통틀어 연구 속도로 보면 중국 바이오기업 칸시노 바이올로직스와 베이징 생물기술연구원이 공동개발하는 백신이 가장 빠르다. 100명 규모 1차 임상을 마쳤고, 현재 2차 임상을 위한 접종 지원자 500명을 모집하고 있다. 미국 제약사 모더나와 바이오기업 이노비오는 1차 임상을 진행 중이다.

국내에서는 제넥신이 국제백신연구소와 카이스트·포스텍 등과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해 영장류에 DNA 백신 ‘GX-19’ 투여 실험을 하고 있다. DNA 백신은 독성을 약화시킨 바이러스를 인체에 직접 투입해 항체 생성을 유도하는 기존 백신과 달리, 바이러스가 들어왔다고 착각하게 만드는 DNA를 주입해 면역반응을 일으켜 상대적으로 더 안전하다.

제넥신은 지난 5월 5일 자사 실험 백신을 투여한 원숭이에서 항체 생성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항체 생성뿐만 아니라 세포 면역반응도 잘 유도하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또 공동으로 연구를 진행 중인 바이넥스가 임상시료를 생산하고 있으며, 5월 중으로 임상시험계획서(IND)를 포함한 신청 자료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제넥신 관계자는 “상황이 긴급한 만큼 정부가 IND 제출 이후 1~2주 내로 신속하게 임상시험을 승인해준다면 백신 개발도 세계 10위권 안에 들 만큼 빠른 속도로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IND 제출 후 승인은 통상 빠르면 한 달, 많게는 두 달까지 걸린다.

“코로나19 이후 먹거리 산업 선점하자”

국내 기업들은 한국이 코로나19 대확산을 조기에 차단하면서 관련 기술도 세계적인 주목을 받는 만큼 정부가 행정절차를 최대한 신속하게 진행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정부는 코로나19 관련 먹거리 산업 선점을 위한 물밑작업을 벌이고 있다. 진단부터 역학·추적, 격리·치료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과 기법을 체계화해 국제표준화를 추진하는 게 대표적이다. 산업통상자원부와 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4월 26일 다양한 감염병 대응 모범사례를 국제사회와 공유해 질병을 극복할 수 있도록 만든 ‘K방역모델’을 국제표준화기구(ISO) 등에 제안하겠다고 밝혔다.

이번에 제안하는 국제표준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세계 각국에서 한국 모델을 따라 하고 있는 드라이브 스루·워크 스루 선별진료소 검사 운영절차, 생활치료센터 운영모형 등이다. 이 가운데 코로나19 진단기법인 실시간 유전자 증폭(RT-PCR) 검사는 앞서 지난 2월 국제표준안(DIS) 투표를 통과해 오는 11월 국제표준 제정을 앞두고 있고,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 표준안은 지난 5월 7일 신규 표준안을 이미 제출했다. 정부는 여기에 모바일 자가격리 관리 애플리케이션 요구사항, 개인위생 수칙 및 감염 방지 지침 등 역학·추적 및 격리·치료 단계에서 내리는 지침까지 국제표준화를 추진한다.

국제표준화 작업에는 산업부 등 관련 부처는 물론 드라이브 스루 진료소를 제안한 전문가, 진단키트·장비업체까지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해 진행한다. 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미래 먹거리인 바이오산업의 세계시장 선점을 견인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면서 “민관이 힘을 모아 K방역모델이 세계의 표준이 될 수 있도록 적극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박효재 산업부 기자 mann616@kyunghyang.com>

바로가기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