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처방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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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3년 프랭클린 D. 루스벨트가 대통령에 취임할 당시 미국은 대공황의 그늘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영화감독 올리버 스톤과 역사학자 피터 커즈닉이 함께 쓴 <아무도 말하지 않는 미국 현대사>에서는 당시의 상황을 이렇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편집실에서]새로운 처방이 될까

“미국은 역사상 최악의 공황에 빠져 4년째 허덕이고 있었다. 실업률은 25%나 됐다. GNP는 50%나 감소했다. 농가소득은 60%나 곤두박질쳤다. 산업생산 감소는 50%를 넘어섰다. 금융시스템은 붕괴됐다. 무료급식을 타려는 사람들이 모든 도시마다 장사진을 쳤다. 노숙자들이 거리를 배회했다. 비참한 현실은 도처에 널렸고, 절망만이 깊이 스며들었다.”

루스벨트 대통령은 미국을 덮친 국가적 재난을 타개해야 할 막중한 책임을 떠안았습니다. 그러나 좌고우면하지 않았습니다. 취임 후 100일 사이에 적극적이고 신속하게 정책을 하나하나 추진해나갔습니다. 어느 특정 분야가 아닌 농업·공업·상업·금융 등 모든 영역에 메스를 갖다 댔습니다. 그가 추진한 일련의 개혁 및 확대 재정정책을 사람들은 ‘뉴딜(New Deal)’이라고 불렀습니다. 우리말로 ‘새로운 처방’, 의역하자면 ‘대전환’ 정도로 번역할 수 있겠습니다.

뉴딜정책 추진 초기 미국 시민의 평가가 호의적이지만은 않았습니다. 몇몇 정책은 한계를 드러냈고, 1938년부터는 후기 뉴딜정책이 시행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볼 때 미국을 대공황의 수렁에서 건져낸 성공적인 프로젝트였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세계 최강대국으로 발돋움한 데 뉴딜정책이 큰 기여를 한 것만큼은 분명합니다. 지금도 ‘뉴딜’이란 말이 세계 각국에서 경제부흥을 위한 정책을 시도할 때 ‘벤치마킹’ 하는 표현인 것을 보면 그럴 만도 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정부가 5월 7일 대규모 재정투자와 제도개선 병행을 통한 ‘한국판 뉴딜’을 추진해 융복합 산업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에 박차를 가한다고 밝혔습니다. 디지털 인프라 구축과 비대면 산업 육성, 사회간접자본(SOC) 디지털화를 ‘한국판 뉴딜’의 3대 혁신 분야로 정하기로 했습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경기부양과 함께 신산업을 통한 일자리 창출을 겨냥한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판 뉴딜’의 큰 밑그림이 나온 셈입니다.

과연 ‘한국판 뉴딜’이 침체된 한국경제에 활력소로 작용할 수 있을까요. 이번 호 표지 이야기로 ‘한국판 뉴딜’의 향방에 대해 다루기로 한 것도 바로 이런 점을 짚어보기 위해서입니다. 아직 투입될 구체적 재정 규모나 세부적 방안이 나온 것은 아니지만 ‘한국판 뉴딜’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 문제점은 없는지, 성공을 위해선 어떤 정책들이 뒷받침돼야 하는지 살펴봤습니다. 여기서 하나, 놓쳐선 안 될 중요한 점이 있습니다. 과거 ‘한국판 뉴딜’의 전철을 되풀이해선 안 된다는 겁니다. 이미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도 ‘뉴딜’을 차용한 정책을 추진한 적이 있었습니다. 출발은 화려하고 야심찼지만 결과는 초라했습니다. 과도한 토건 중심의 정책, 실체가 모호한 정책 탓에 애꿎은 예산만 날렸습니다. 이번에 추진하는 ‘뉴딜’만큼은 말 그대로 코로나19 이후 한국경제에 ‘대전환’을 가져올 ‘새로운 처방’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조홍민 에디터 겸 편집장 dury12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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