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사를 바꾼 37가지 물고기 이야기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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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역사를 바꾼 청어 떼의 경로

<세계사를 바꾼 37가지 물고기 이야기> 오치 도시유키 지음·서수지 옮김 사람과나무사이·1만7000원

[신간]세계사를 바꾼 37가지 물고기 이야기 外

미국 매사추세츠주 의회당에는 물고기 대구를 본뜬 상(像)이 걸려 있다. 이 대구상의 유래를 쫓아가 보면 미국의 독립전쟁 이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현재 걸려 있는 상은 제3대 대구상에 해당하는데, 초대 대구상은 1747년 화재로 소실됐고, 제2대는 독립전쟁 당시 의회당이 파괴되면서 함께 사라졌다. 그런데 의회당에 수백 년 동안 ‘성스러운 대구’라는 찬사까지 얻으며 대구상이 걸린 이유는 뭘까. 초기 이민자들이 혹독한 환경 속에서 살아남아 번영을 이루기까지 대구가 생존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고, 그 덕에 신생국인 미국이 독립을 쟁취하기 위해 싸운 자유정신의 상징이 되었기 때문이다.

책은 이렇게 물고기를 통해 인류의 역사적 장면들이 바뀐 지점들을 찾아간다. 흔한 생선인 청어의 산란 장소와 회유 경로 변화가 세계사의 물줄기를 바꾼 모습도 중요하게 다뤄진다. 바이킹은 청어의 이동 경로에 발맞춰 유럽의 많은 국가를 침략하고 거대 제국을 건설했다. 회유어인 청어는 오늘날에도 밝혀지지 않은 어떤 이유로 이동 경로를 바꿀 때가 있는데, 역사를 보면 그 경로가 바뀔 때마다 도시와 국가의 운명이 달라졌다. 13세기부터 유럽의 세력 판도가 바뀐 배경에도 청어가 있었다. 13세기 초 발트해 연안에서 거대한 청어 떼를 발견한 어부들은 청어잡이에 나섰고 무역 역시 활발해졌다. 이에 따라 유명한 한자동맹의 원류가 되는 동맹이 결성됐고, 이 동맹은 점점 커져 수십 개의 도시가 참여하는 거대 조직이 됐다. 유럽의 경제적 패권을 장악할 정도가 된 것이다. 그러나 동맹의 쇠퇴 역시 청어가 불러왔다. 200여 년 뒤 청어 떼가 갑작스럽게 산란 장소와 회유 경로를 발트해에서 북해로 바꾸자 한자동맹은 급격히 쇠퇴하기 시작했다. 이렇듯 인류의 중요한 식량자원인 물고기가 역사 속에서 얼마나 큰 위치를 차지했는지를 흥미롭게 살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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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창에 비친 한국 사회 | 홍기돈 지음·삶창·1만5000원

문학이라는 ‘메스’를 통해 한국사회를 해부한 글들을 모은 산문집이다. 꽤 먼 과거에 당시 사회상을 보고 쓴 글부터 최근에 이르기까지 글들 사이의 시차가 있지만 이 시차를 넘어서 변하지 않고 있는 한국사회의 현실을 유효하게 짚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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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는 여자 | 줄리엔 반 룬 지음·박종주 옮김·창비·1만8000원

동시대 여성 사상가들에게 사랑과 놀이·일·두려움 등 일상의 문제에 관해 묻고, 고유한 통찰을 주는 의견을 모아 엮었다. 저자는 여성 사상가들이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은 개인사와 철학적 사유를 쉽고 생생하게 서술해 여성의 삶에 용기와 자극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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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도 1년밖에 안 남았고… | 김국시 지음·한겨레출판·1만2000원

6년간 ‘막내’ 방송작가 생활을 해온 시간을 재치있는 에세이로 표현했다. 드라마 작가가 되고 싶었지만 다큐멘터리 막내작가로 시작해 6년이 흘러도 여전히 보조 딱지에 명절 선물세트 하나 받지 못하는 씁쓸한 이야기를 익살스럽게 풀었다.

<김태훈 기자 anarq@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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