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의 세계사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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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사회가 오히려 재난에 취약

<재난의 세계사> 루시 존스 지음·권예리 옮김 홍태경 감수·눌와·1만7500원

[신간]재난의 세계사 外

지진과 홍수, 화산 폭발 같은 자연재해 앞에서 인간은 한없이 무력해진다. 무력감은 분노로 이어져 책임을 물을 손쉬운 희생양을 찾는다. 1923년 간토 지진 당시 수천 명의 한국인이 학살당했던 이유다. 재난 앞에서 희생자를 탓하기도 한다. 20만 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2004년 남아시아 지진 당시 국내 한 목사는 기독교를 믿지 않았기 때문에 받은 벌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산 와중에 드러났던 중국인, 대구·경북 지역을 향한 적대감은 우리 역시 그런 가해자가 될 수 있음을 알려준다.

미국 지질조사국에서 33년 동안 재해학자로 일한 저자는 폼페이를 묻어버린 베수비오산 분화부터 2011년 일본 도호쿠 지진까지 역사 속의 재난을 소개한다. 그러면서 자연재해를 인간이 통제할 수 있다는 오만을 버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고도로 도시화되고 복잡한 기술체계에 의존하는 현대사회가 도리어 재난에 취약하다고 말한다. 이런 취약성을 인정하고, 풍문이 아닌 과학에 근거한 대비를 하는 것만이 미래의 피해를 줄일 수 있다.

[신간]재난의 세계사 外

▲삐삐언니는 조울의 사막을 건넜어 | 이주현 지음·한겨레출판·1만3800원

“조울병은 ‘사막’에 가깝다. 모든 것을 태워버릴 듯 지글거리는 사막의 태양. 밤이면 영하로 내려가는 극단적 추위. 별자리 읽는 법을 익히지 못한 채 사막을 헤매는 것은 고립과 죽음을 의미한다.” 기자인 저자가 창의력과 추진력이 샘솟는 조증 초기와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고 주변의 모든 것이 목을 조르는 듯한 느낌을 받는 울증의 깊고 깊은 골짜기를 기록했다. 현실과 광기 사이의 심연에서 구원의 손길을 거두지 않았던 이들의 소중함과 의사를 찾는 용기를 강조했다.

[신간]재난의 세계사 外

▲토지와 자유 | 황보영조 지음·삼천리·3만2000원

세계 노동운동사의 한 축을 세운 스페인 아나키즘의 사상과 실천을 실증적으로 연구한 책이다. 저자는 방대한 1차 자료를 토대로 아나키스트들의 사상과 활동, 인간적 측면까지 생생히 조명한다. 대중 파업과 테러, 내전에 이르기까지 아나키즘의 빛과 그늘을 드러낸다.

[신간]재난의 세계사 外

▲빅브러더에 맞서는 중국 여성들 | 리타 홍 핀처 지음 윤승리 옮김·산지니·2만원

2015년 중국 정부는 버스와 지하철에 성희롱 방지 스티커를 붙이려던 여성 다섯 명을 구금했다. 이들은 ‘페미니스트 파이브’로 불리며 전 세계의 관심을 끌어냈다. 저자는 인터넷 검열 속에서도 싸움을 포기하지 않는 중국 페미니즘의 생명력을 강조한다.

[신간]재난의 세계사 外

▲보이지 않는 권력자 | 이재열 지음·사이언스북스·1만5500원

세균·바이러스 등 미생물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는 과학 에세이다. 미생물과 더불어 살아온 인간사회를 두루 살펴보고, 눈에 보이지 않는 미생물이 인간사회에 구축해 놓은 질서에 주목한다. 김장과 화장실, 냉장고 등 미생물과 인간의 공존이 낳은 양면성을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보여준다.

<주영재 기자 j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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