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결과가 말해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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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석이나 남았다는 게 충격이다. 50석 이하가 맞다. 토착왜구당.” 포털 다음에 전송된 ‘보수몰락, 예정된 참패였다’ 기사에 달린 4600여 개의 댓글 중 제일 많은 추천을 받은 댓글입니다. 7190회의 ‘엄지척’을 받았습니다. 저 댓글을 단 분은 아마도 여당 지지자겠죠. 그만큼 ‘심판’이 간절했다는 뜻일 겁니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이번 총선의 성격이 야당심판이냐, 정권심판이냐는 선거 전부터 관심이 뜨거운 주제였습니다. 분명 야당심판에 표를 던진 사람들이 있는 한편, 중간평가의 의미로 정권심판에 표를 던진 사람들 역시 각각의 세를 형성합니다. 이들 ‘표심’이 호각지세를 다투다 어느 순간 한쪽으로 기울게 됩니다. 호각지세가 무너진 건 막판 야권 차명진 후보가 던진 세월호 유가족 막말 탓일 수도 있겠죠. 그런데 이건 표피적 분석입니다.

흔히 “민심의 선택은 놀라운 균형감각을 보여줬다”와 같은 투표결과 해석이 있습니다. 국민 개개인의 투표성향이 더해져 황금률이 만들어졌다는 것인데, 다분히 상투적이고 게으른 분석입니다. 이런 식으로 사후적인 의미를 부여한다면 이번 총선의 경우 여당에 180석을 줬지만 또 개헌 가능한 200석 이상은 주지 않았으니, 여권에 신속한 개혁법안추진 권한은 주되, 헌법 개정과 같은 사안은 반드시 야당과 협의하라는 민의가 드러난 선거, 정도로 해석할 수 있을 것입니다.

사실 이런 해석은 “의미 없는 결과”는 없을 것이라는 목적론적·인과론적 가정에 기초한 설명입니다. 20세기 후반 이후 비약적으로 발전한 사회통계학은 인과론으로 환원되지 않은 ‘상관관계’에 특화된 학문입니다.

선거 후 한두 달쯤 지난 뒤, 세간의 선거에 대한 의미부여가 식상해질 때쯤 중앙선관위가 소리소문없이 발표하는 자료들이 있습니다. 선거유권자의식조사 자료와 투표율 분석 그리고 선거총람입니다. 각각 수백 페이지에서 수천 페이지에 달하는 두꺼운 다각도의 통계자료들이지요. 조사항목도 선거별로 거의 비슷해 거시적 차원에서 각 선거의 시계열적(時系列的) 비교분석도 가능한 자료입니다.

스포트라이트 밖에서 암약(?)하고 있는 이쪽 판의 진짜 ‘선수들’이나 학자들이 가장 관심을 갖는 자료지요. 선거에 대한 과학적 접근이 시작된 것으로 평가되는 1987년까지 거슬러 올라가지 않고 지난 10년만 보더라도 분석 기법은 눈부시게 발전했습니다. 저희도 잊지 않고 주목해보겠습니다. 이번 선거결과를 만들어낸 진짜 ‘동인’은 무엇일까요. 기사에서 제기한 가설처럼 보다 근본적인 유권자 변화, 코호트 효과가 연령보수를 압도한 것일까요. 답이 나오는 시점에 다시 기사로 찾아뵙겠습니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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