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통에 좋고 이담제로 쓰이는 오매
  • 인쇄
  • |
  • 목록
  • |
  • 복사하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경쟁 없이 그저 자기 봉오리에서 할 수 있는 힘껏 피어오른 꽃을 보면 묘한 위로가 된다. 이쁘다며 사진 찍는 이들 사이에서 나는 혼자 흐뭇하게 ‘올해도 환자분들 건강히 잘 고치라고 약재를 맺는구나’ 하며 직업병처럼 약재로 본다. 목련꽃은 코막힘에 좋은 ‘신이(辛夷)’로, 민들레는 피부염증에 좋은 ‘포공영(蒲公英)’으로, 매화꽃은 복통에 좋은 ‘오매(烏梅)’로 보인다.

매화나무는 장미과에 속하는 나무로, 그 열매를 매실이라 한다. 한방에서는 열매를 훈연시킨 오매를 가래를 삭이고 구토·이질·술독을 풀어주는 한약재로 쓴다./위키피디아

매화나무는 장미과에 속하는 나무로, 그 열매를 매실이라 한다. 한방에서는 열매를 훈연시킨 오매를 가래를 삭이고 구토·이질·술독을 풀어주는 한약재로 쓴다./위키피디아

장미과에 속한 낙엽소교목인 매실나무의 성숙한 과실을 푸른색일 때는 청매, 훈증하거나 불을 쬐어 마르고 주름이 생긴 검은색을 오매라 한다. <동의보감>은 오매를 거담제로 소개해 “가래를 삭이고 구역감과 갈증을 멎게 하며 이질 설사를 그치게 한다. 과로가 쌓여 생긴 미열과 몸살기, 주독을 풀어준다”라고 밝힌다. 오매는 오랜 기간 회충약으로도 쓰였는데 훗날 연구되어 밝혀진 매실의 항균·진균 작용을 뜻한다.

매실청 담글 생각에 신이 나서 일찍 항아리를 고른다. 매실은 청으로 흔히 접하고, 지역에 따라 장아찌를 담근다. 매실차를 만들거나 체했을 때 할머니들이 진한 원액을 마시라고 주실 때는 푸른색 청매(靑梅)를 쓴다. 일본에서도 소화가 안 될 때는 흰 쌀죽에 매실을 소금에 절인 우메보시를 손주에게 먹이는 장면을 종종 본다.

매실이 약용으로 어떻게 활용되는지 알아보자. 칠순인 ㄱ할머니는 절에 다녀오면 떡을 선물로 준다. 시중의 떡과 달리 절떡만의 맛이 있다. 그런데 막상 본인은 한 조각도 못 먹는다. 10년 전 담낭염으로 고생하다가 만성이 된 후부터 떡처럼 강한 소화력을 필요로 하는 음식을 먹으면 체한다고 한다. 하루 한 끼만 넘기고 죽으로 때운다. 고기를 먹고 싶으면 다음 날 체할 각오를 하고 먹는다고 한다. 늘 명치를 붙잡고 아프다 하고, 신물이 오르며 대변은 연필심처럼 가느다랗게 나온다고 한다. 그런데도 새벽 법회부터 모든 행사에 참여하고 신도들을 싹싹하게 챙기며 회장직까지 한다. 노년이지만 열정적이라 바삐 사는 분들은 담낭염이나 역류성 식도염, 만성 소화불량을 자주 호소한다.

권혜진 원장

권혜진 원장

체질에 맞춰 기력을 높이는 처방에 오매를 듬뿍 넣었다. 아직까지 떡은 두 번 먹으면 한 번은 체하는데 이제는 하루 두 끼 식사로 바꿀 정도로 소화는 편해졌다고 한다. 소화를 잘하려면 담즙과 위산이 적절히 나와야 한다. 간장에서 만들어져 담낭에 저장되는 담즙은 음식이 들어오면 분비되는데 염증이나 담석이 있으면 원활하게 나오지 않는다. 매실, 특히 오매가 이담제로 작용해 소화액 분비를 돕는다. 스트레스에 시달리면 근육이 잘 뭉치고, 휴식이 부족하면 간 기능이 약하다. 매실은 근육 피로물질인 젖산을 해독하고, 살균효과가 높은 구연산과 활성산소로 세포를 보호하는 폴리페놀 성분이 많아 피로회복에 좋다.

명치가 자주 답답하고 설사를 자주 하는 분은 따뜻한 매실차로, 변비가 잦은 분은 플레인 요거트에 매실청을 넣어 먹으면 효과를 볼 수 있다. 다만 풋 매실은 조심해야 한다. <동의보감>에 치아와 뼈를 상하게 한다고 나온다. 실제로 덜 익은 생매실은 독성이 있는 아미그달린을 함유해 청매실 때부터 먹어야 한다. 매실을 발로 밟아 씨앗이 깨지거나 벗겨지면 풋 매실로 보면 된다.

<권혜진 청효대동한의원 원장>

허브에세이바로가기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