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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국회 ‘강 대 강’ 대결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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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친문 당선인들과 통합당 영남권 강경파들 사사건건 충돌할 듯

오는 6월 1일 개원하는 21대 국회는 4·15 총선에서 드러난 ‘강 대(對) 강’ 대결구도가 그대로 재현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제3당의 존재가 사라졌다.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 거대 양당 사이에 중재 역할을 할 수 있는 제3당이 원내교섭단체를 만들지 못한 것이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상임공동선대위원장이 4월 15일 저녁 국회 의원회관에 마련된 당 선거상황실에서 각 방송사가 발표한 출구조사 결과를 시청한 후 소감을 말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상임공동선대위원장이 4월 15일 저녁 국회 의원회관에 마련된 당 선거상황실에서 각 방송사가 발표한 출구조사 결과를 시청한 후 소감을 말하고 있다. / 연합뉴스

양당 체제가 재연되면서 완충지대는 사라졌다. 정의당은 6석에 불과하고, 국민의당이 3석, 열린민주당이 3석이다. 민주당은 비례정당인 더불어시민당과 합해 180석이고, 통합당은 비례정당인 미래한국당과 함께 103석이다. 결국 180석 대 103석의 세 대결이 21대 국회에서 펼쳐질 구도다. 두 거대 정당이 모든 사안을 놓고 사사건건 맞부딪칠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김상일 시사평론가는 “이번 총선의 결과를 보면 21대 국회에서도 갈등의 정치가 재연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 평론가는 “유권자로서는 이런 갈등 정치에 대한 비판의식을 갖고 있겠지만 이번 투표에서는 이런 의식을 갖고 있었다 하더라고 달리 선택할 대안이 없었다”고 말했다.

21대 국회는 사실상 20대 국회 패스트트랙 정국의 연장선상에 있다. 이번 총선에서 여야는 패스트트랙 정국을 낳게 한 검찰개혁,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논란을 놓고 날카롭게 대립했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이번 총선에 양당이 검찰과 경찰 출신 인사를 많이 배치했다”면서 “이들 당선인이 들어오는 21대 국회는 갈등형·대립형 국회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슈퍼여당에 맞설 소수 야당의 선택은

무엇보다 야당인 통합당의 당선인 면면을 볼 때 21대 국회가 순탄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낳게 하고 있다. ‘민주당 바람’이 수도권과 충청·강원 지역에 세게 불면서 통합당의 당선인 중 영남권 후보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아졌다. 영남권 당선인들은 문재인 정부 심판론을 강하게 내세우고 있다. 지역 민심도 정부 심판론에 손을 들어주고 있을 뿐만 아니라 당선인 역시 강경파가 많다. 수도권과 충청·강원 지역에서 살아남은 통합당 당선인 역시 대부분 강성으로 분류되는 인사들이다.

황교안 대표가 4월 15일 총선 직후 대표직에서 물러남에 따라 통합당은 비상대책위 체제로 운영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계파 간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내분을 무마하기 위해 임시 지도부가 또다시 대여 강경 투쟁에 나설 수도 있다. 민주당이 ‘슈퍼여당’이 됨에 따라 소수 야당인 통합당으로서는 달리 취할 노선이 뚜렷이 보이지 않는다. 홍형식 소장은 “통합당 당선인들이 전사들로 포진돼 있는데 이를 이끌 장수가 보이지 않는 형국”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지난해 패스트트랙 정국을 이끈 의원들이 주류를 형성하고 있다. 지난해 4월 당시 친문인 홍영표 원내대표가 패스트트랙 정국을 주도했다. 친문의 지원을 받아 당선된 이인영 원내대표는 공수처 법안과 선거법 개혁안 등 패스트트랙 법안을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이번 총선에서 대거 당선된 민주당 후보들의 면면을 보면 친문 성향이 많다. 비문(非文) 성향의 후보는 공천 과정에서 많이 탈락했다. 민주당의 한 당선인은 “통합당에서는 강경 성향 영남 의원들의 비중이 커졌고, 민주당에서는 패스트트랙을 주도한 의원들이 당선돼 강 대 강의 대립으로 가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청와대 출신 당선인들도 21대 국회에서 본격적으로 활동하게 된다.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역임한 윤건영 당선인을 비롯해 윤영찬 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 고민정 전 청와대 대변인 등 스무 명에 가까운 청와대 출신 인사들이 원내로 진입했다.

당내 친문 성향은 당장 5월 초 원내대표 선거에서 숫자로 드러날 가능성이 높다. 원내대표는 민주당에서 가장 먼저 뽑는 선출직 지도부다. 이 선거에는 친문인 김태년·전해철·윤호중 의원 등이 나설 것으로 보인다. 김태년 의원은 지난해 원내대표 선거에서 패했다. 김 의원은 친문이자, 친이해찬계로 분류된다. 전해철 의원은 친문 직계로 불리는 ‘부엉이 모임’에 속해 있었다. 당내 한 인사는 “청와대로서는 안정적인 국정 운영을 위해 내심 친문 의원이 원내대표로 선출되기를 바랄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 친문 의원은 대부분 강경파로 분류되고 있다.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개표가 4월 16일 오전까지 이어진 가운데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을 방송사 조명이 환하게 비추고 있다. / 연합뉴스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개표가 4월 16일 오전까지 이어진 가운데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을 방송사 조명이 환하게 비추고 있다. / 연합뉴스

원내대표 지도부가 구성되면 180석의 슈퍼여당인 민주당은 야당과 원 구성 협상에 들어가게 된다. 민주당에서는 누가 국회의장을 차지할 것이냐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민주당에서는 6선으로 당선된 박병석 의원이 가장 선수(選數)가 높다. 박 의원은 20대 후반기 국회의장 선거에 나섰다가 떨어진 적이 있다. 의장으로 거론되는 경쟁자로는 5선 그룹의 의원들이 있다. 김진표·이상민·송영길·설훈·조정식·안민석·변재일 의원이다. 이들 5선 의원 중에서 박 의원과 의장직을 놓고 경쟁할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김진표 의원이 지난해 말 총리 후보로 거론되다가 접은 배경과 관련해 이번 총선 후 국회의장에 도전하기 위해서라는 이야기가 나돌았다. 2018년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 후보로 출마했다가 이해찬 대표에게 패한 김 의원은 당시 친문 직계의 지원을 받았다. 또 다른 부의장 한 자리도 민주당 몫이다. 미래통합당에서는 5선에 올라선 조경태·정진석·주호영 의원이 부의장 후보로 이름이 오르내린다.

원 구성 협상에서는 양당이 상임위원장 배분을 놓고 처음으로 격돌할 것으로 보인다. 18개 상임위 중 민주당은 비례정당을 포함해 180석을 얻은 만큼 10개가 넘는 상임위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알짜배기 상임위다. 통합당이 그동안 차지했던 상임위 중 예결위와 법사위, 외교통일위, 국토교통위 등이 알짜배기 상임위로 분류된다. 이들 상임위를 놓고 원 구성 줄다리기가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의 한 당선인은 “180석을 여당이 가진 만큼 예결위와 법사위 위원장 몫은 이번에 여당이 갖고 와야 한다고 본다”면서 “21대 국회에서는 책임정치를 구현하기 위해서라도 다른 나라처럼 여당이 상임위원장직을 모두 가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상임위원장 배분 놓고 첫 격돌 예상

‘코로나 정국’은 21대 국회에서도 하나의 이슈가 될 전망이다. 여당은 압승에도 불구하고 자세를 낮췄다. 지금으로서는 코로나 극복과 경제 회복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21대 국회 개원 협상에서 여당이 야당과의 대화를 앞세울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이 비례정당과 함께 확보한 180석은 뜻만 있으면 패스트트랙을 강행할 수 있는 의석이다. 국회 본회의 또는 상임위원회에서 재적의원 5분의 3(180석) 이상이 찬성하면 쟁점 법안을 패스트트랙에 붙여 강행 처리할 수 있다. 민주당의 한 당선인은 “총선에서 많은 의석을 확보한 만큼 이럴 때일수록 민주당이 아량을 갖고 야당과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21대 국회에서는 이낙연 상임위원장의 역할이 주목된다. 선거 기간 내내 이 위원장은 상대 당을 크게 비난하지 않는 온건파의 면모를 드러냈다. 문재인 정부의 초대 총리로 가장 오랫동안 재임한 만큼 이 위원장은 누구보다 문 대통령과 가까운 인물로 분류되지만 친문 직계와는 다소 결이 다르다. 이 위원장은 차기 대권주자 여론조사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고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의 압승을 이끌어냈다. 당내 위상이 커진 이 위원장이 친문 일색의 당내에서 과연 어떤 역할을 할지가 가장 큰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김상일 평론가는 “21대 국회는 차기 대선을 앞두고 대권주자를 중심으로 당이 움직일 가능성이 높아 이낙연 위원장 등 차기 대권주자들의 역할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호우 선임기자 ho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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