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찐자’에게 좋은 무의 씨앗 ‘나복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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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인한 자가격리자 수가 4월 6일 기준 4만6500여 명에 이른다. 물리적 거리 두기가 연장되면서 최근 다이어트가 필요한 ‘확찐자’ 환자들이 늘었다. ‘설 지나고 운동해야지’라고 했던 분들이 운동센터가 코로나19로 문을 닫고, 야외활동이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살을 뺄 도리가 없는 것이다. ‘격리’로 인한 스트레스는 배달음식에 ‘달고나라떼’ 같은 칼로리 높고 자극적인 식도락으로 푼다.

내복자(나복자)는 십자화과에 속한 무의 성숙한 종자를 말한다. 씨는 난원형 또는 타원형에 가깝고 맛은 약간 쓰고 맵다./식품의약품안전처

내복자(나복자)는 십자화과에 속한 무의 성숙한 종자를 말한다. 씨는 난원형 또는 타원형에 가깝고 맛은 약간 쓰고 맵다./식품의약품안전처

지금 같은 상황에 도움이 되는 약재가 있다. 일상에서 쉽게 접하는 십자화과 무의 씨앗, ‘나복자(蘿蔔子)’다. 성질은 평하고 독이 없으며 맵고 달다. <동의보감>에서는 “창만(복부팽만감)과 적취(명치나 복부의 뭉침 증상)를 치료하고 오장을 잘 통하게 하여 대·소변을 원활히 한다. 가루를 내 마시면 오랜 가래에 좋다”고 되어 있다.

최근 연구에서 항균·항진균 작용으로 만성기관지 천식에 효과가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가래가 들며 호흡이 답답하고 오랜 기침을 하는 환자에게서 좋은 결과를 얻었다고 한다. 위장기관에서 제 기능을 못 하면 가스가 차올라 횡격막을 압박한다. 이로 인해 폐순환이 약해지면서 가래가 생기고 호흡이 곤란해진다. 억지로라도 노폐물을 뱉어내고 산소를 유입시키려는 노력이 기침과 격한 호흡으로 나타난다. 함부로 기침부터 멈추게 하는 치료가 능사가 아니라면 어떻게 치료를 하면 좋을까.

이 단순한 무씨, 나복자로 호흡곤란과 요통, 복부비만까지 치료한 사례가 있다. 중년 남성인 ㄱ씨는 체지방 측정을 위해 검사복을 갈아입는데 계단을 뛰어온 것처럼 숨을 헐떡거리며 힘겹게 내쉰다.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차요. 밥만 먹으면 배가 남산만 해지고 오후 내내 허리가 아파요” 하며 멋쩍어했다. 호흡곤란으로 천식약까지 먹었으나 여전하다고 했다. 상담해보니 ‘착한 사람 증후군’에 빠져 있었다. 모두에게 미소로 대하고 집안과 회사에서 꾸역꾸역 모진 일을 많이 맡았다. 늘 내가 해야 한다는 긴장감이 곧 스트레스로 작용했다. 자율신경은 과민해지고 근육은 경직되며 어깨 뭉침과 허리 뻐근함이 생긴다. 위장의 평활근도 운동 능력이 떨어지고, 명치가 아프거나 신물이 역류했다. 트림·배변 장애 등도 온다.

권혜진 원장

권혜진 원장

긴장감을 풀어주는 갈근, 자율신경계를 조절하는 황금을 중심으로 태음인의 스트레스 완화 처방에 나복자를 넣었다. 첫 주는 가스가 많이 나와 민망했지만 속이 시원했다고 한다. 위장관의 활동이 원활해지고 몸이 이완되면서 복부의 가스가 배출된 것이다. 자연스럽게 복부 둘레가 줄어들고, 횡격막이 제자리를 찾으며 숨이 차오르는 것도 한결 편해졌다.

전 세계가 코로나19를 막기 위해 기를 쓰고 있다. 물리적 거리 두기가 연장된 상황에서 여가를 어떻게 보내야 할까. 필자도 주말마다 있던 스터디나 학회가 취소됐다. 꽃놀이 가자던 지인들과는 집 앞 꽃사진으로 대신하며 내년을 기약하고 있다. 덕분에 늘어난 것은 요리 실력과 근육량이다. 체질에 맞는 건강한 요리를 해먹고, 전문가들이 올린 운동 동영상을 따라하다보면 건강해질 수 있다. 몸과 마음을 재정비하는 시간으로 삼으면 여름과 가을에 더욱 힘써 일할 수 있을 것이다.

<권혜진 청효대동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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