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 코로나19로 전전긍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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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수용품·아웃도어·나들이용품·패션·화장품업계, 얼어붙은 소비심리 진작시키려 각종 아이디어 짜내

패션업계는 봄 시즌 신상품을 백화점 쇼윈도가 아닌 온라인 매대에 세운다. 한 신선식품 온라인 쇼핑몰은 본격적인 벚꽃 시즌을 맞아 서울·제주 등 유명한 벚꽃 여행지의 특산물들을 모아 ‘벚꽃 로드’ 기획전을 연다. 코로나19로 인해 여행을 갈 수 없는 고객들을 위해 실제 여행은 못 가지만 집에서라도 대리만족을 즐길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이마트는 늦어진 신학기에 맞춰 4월 초 신학기 기획전을 열고(사진 위), 롯데백화점은 집에서도 직원의 설명을 듣고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콘셉트인 ‘롯데백화점 라이브’를 확대하고 있다. / 이마트·롯데쇼핑 제공

이마트는 늦어진 신학기에 맞춰 4월 초 신학기 기획전을 열고(사진 위), 롯데백화점은 집에서도 직원의 설명을 듣고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콘셉트인 ‘롯데백화점 라이브’를 확대하고 있다. / 이마트·롯데쇼핑 제공

백화점업계, 온라인 플랫폼 적극 운영

코로나19로 소비심리가 얼어붙은 가운데 오프라인은 물론 온라인 유통사들까지 바닥까지 얼어붙은 소비심리를 살리고 바뀐 수요를 잡기 위해 각종 아이디어를 짜내고 있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3~4월은 통상 봄 시즌을 맞아 혼수용품을 비롯해 아웃도어·나들이용품·패션·화장품 등을 중심으로 한 기획전 등 행사를 펼치는 시기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소비자들의 바깥 활동이 중단되면서 유통업체들이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오프라인 매출이 주를 이루는 백화점 업계는 특히 고객 감소와 이에 따른 매출 하락이 심각하다. 산업통상자원부 집계를 보면 코로나19가 확산된 지난 2월 주요 백화점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6% 줄었다. 봄 시즌에 돌입하는 지난 3월 1일부터 15일까지 약 2주간 롯데백화점 매출은 지난해 대비 41.7% 급감했고, 신세계와 현대백화점도 매출이 각각 34.2%, 32.3% 줄어들었다.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특히 봄 시즌 수요가 높은 여성 의류의 경우 판매가 54.4%나 떨어졌고, 잡화는 41%, 남성·스포츠 의류 매출도 40.9% 각각 하락했다.

백화점업계는 4월 3일부터 시작된 봄 시즌 정기세일 구성에 변화를 주거나 온라인 플랫폼을 적극 운영해 대응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통상 지역별로 순차적으로 진행해오던 봄 정기세일을 올해엔 전국을 대상으로 일괄 진행키로 했다. 물량도 종전보다 많이 확보하고 할인 폭도 넓힐 계획이다. 롯데백화점도 이번 봄 여성복 세일 기획전 참가업체를 지난해 20여 곳에서 올해 33곳으로 대폭 늘렸다.

온라인 채널과의 협력도 활발하다. 롯데백화점은 봄 세일 기간 캘빈클라인 등 일부 브랜드의 경우 온라인에서도 오프라인과 똑같은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또 집에서도 실제 백화점을 방문한 것처럼 매장을 둘러보며 직원의 설명을 듣고 자사 온라인 쇼핑몰에서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롯데백화점 라이브’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현대백화점 역시 지난 2월부터 네이버와 손잡고 ‘백화점 윈도 라이브’를 시작했다.

마트업계는 수요가 하락하는 가운데서도 그때그때 소비자들의 필요에 맞는 상품들로 기획전을 열고 있다. 이마트는 4월 8일까지 뒤늦은 신학기 기획 행사를 연다. 코로나19로 세 차례나 연기되면서도, 결국 사상 초유의 ‘온라인 개학’이란 형태로 찾아오는 신학기에 맞춰 두 달이나 늦춰진 행사다. 평소 신학기 기획전에선 책가방·아동복·필기구 등이 주가 되지만 이번 기획전의 구성은 조금 다르다. 온라인 수업에 필요한 노트북·태블릿PC·PC 책상, 온라인 학습자료를 출력할 복사용지 등이 주된 품목이다.

뷰티업계 역시 코로나19 대응에 바쁘다. CJ가 운영하는 H&B스토어 올리브영은 코로나19로 인해 통상 봄철에 높은 매출을 보이던 색조 등 제품들의 수요가 위축되자 봄철 프로모션의 방향을 건강·피부케어·대용량 상품 쪽으로 선회했다. 올리브영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해 바뀐 수요를 감안해 일선 매장에서도 손 소독제나 피부 트러블 관리 제품 등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마트업계는 뒤늦은 신학기 기획 행사

오프라인 매출 하락으로 인한 타격을 상대적으로 크게 입고 있는 패션업계는 온라인에 대폭 무게 중심을 싣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지오다노는 이번 봄 신상품 쇼케이스를 온라인 쇼핑몰 G마켓·옥션의 ‘패션 스타일 위크’ 기획전을 통해 지난 3월 말 열었다. 휠라 역시 지난 2월 같은 쇼핑몰 기획전을 통해 일부 신상품을 온라인에 선공개했다. 쿠팡은 그간 프리미엄 편집숍이나 자체몰 등 한정된 채널에서만 판매해 접하기 어려웠던 디자이너 브랜드 13곳을 모아 2020년 SS를 선보였다.

업계 관계자는 “패션업계는 오프라인 백화점 등을 통해 신상품을 먼저 공개하고 이후 온라인 판매를 시작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오프라인 내방객이 급감하면서 신상품 공개까지 온라인 쪽으로 선회하고 있다”며 “패션 수요 자체가 줄어들면서 재고 처리를 위해 다양한 방법을 모색 중”이라고 말했다.

‘언택트(untact·비대면)’ 거래를 중심으로 하고 있어 그나마 상황이 낫다고 여겨져온 온라인 쇼핑몰 업체들도 코로나19로 인한 수요 위축에 타격을 받기는 마찬가지다. 온라인 쇼핑몰 내 생필품 수요는 꾸준히 높지만 문구류·나들이용품·공연 전시 티켓 등 시즌성 제품들의 수요는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위메프에 따르면 통상 입학 시즌으로 구분되는 2월 24일부터 3월 23일까지 카테고리별 매출을 분석한 결과 생필품인 화장지, 쌀, 라면은 전년 대비 각각 61%, 133%, 168% 증가했다. 반면 통상 신학기에 인기가 높은 볼펜, 공책, 연필은 전년 대비 각각 25%, 24%, 46% 감소했다. 위메프 관계자는 “통상 봄철에 큰 호응을 얻는 트렌치코트·원피스 등을 비롯해 립스틱·파운데이션 등 색조화장 제품들의 매출이 떨어졌다”며 “이 때문에 평년이라면 봄 관련 기획전을 진행할 시즌이지만 현재는 ‘다다익선’을 콘셉트로 한 대용량 제품, 생필품 등의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 쇼핑몰들은 생필품 외에도 특색있는 기획전을 준비하고 있다. 인터파크는 올 초 코로나19로 인해 반려동물 관련 대규모 오프라인 행사가 취소된 것을 고려해 지난 3월 26일부터 ‘제1회 온라인 펫 박람회’를 개최했다. 한 온라인 쇼핑몰 관계자는 “온라인 쇼핑몰들도 기본적으로 입학·혼수·나들이 등 시즌에 맞추어 할인 행사·기획전 등을 진행한다는 점에선 오프라인 쇼핑몰과 다를 것이 없다”며 “코로나19로 인해 결혼·입학 등 큰 행사는 물론 여행·나들이까지 모두 자제하는 분위기가 되면서 통상적인 기획 행사를 대체할 만한 새로운 아이템을 적극적으로 모색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김지원 산업부 기자 deepdeep@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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