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검사끼리 ‘이색 맞대결’
  • 인쇄
  • |
  • 목록
  • |
  • 복사하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서울 동작을, 판사 출신 나경원·이수진… 경기 수원을, 검사 출신 백혜련·정미경

3월 27일 후보자 등록 신청이 완료되면서 4·15 총선 레이스가 본격적으로 막을 올렸다. 각 후보는 오는 4월 2일부터 약 2주간의 공식 선거운동에 돌입한다.

이번 총선에서도 흥미로운 대진표가 완성돼 유권자들의 시선을 끈다. 우선 법조인끼리의 맞대결이 눈에 띈다.

서울 동작을에서 맞붙는 이수진 민주당 후보(왼쪽)와 나경원 통합당 후보 / 연합뉴스

서울 동작을에서 맞붙는 이수진 민주당 후보(왼쪽)와 나경원 통합당 후보 / 연합뉴스

서울 동작을에서는 여성 판사 출신의 대결이 펼쳐졌다. 더불어민주당은 판사 출신의 미래통합당 나경원 의원의 지역구에 같은 여성 판사 출신인 이수진 후보를 투입했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당에서 공천에 앞서 여러 차례 여론조사를 실시해 적합한 후보를 찾아냈다”면서 “판사 출신이라는 스토리도 전략 공천의 한 이유가 됐다”고 말했다. 여론조사 기관에서 실시한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두 후보는 박빙의 지지율 차이로 접전을 벌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강서을, 문재인 청와대 출신끼리

검사들끼리의 대결도 흥미롭다. 백혜련 민주당 의원과 정미경 통합당 최고위원이 리턴매치를 벌이는 경기 수원을이 무대다. 6년 전인 2014년 보궐 선거에서 두 후보가 맞붙어 정 최고위원이 당시 승리했다. 두 후보는 같은 대학 동문(고려대)이자 수원지검 검사 출신이라는 점에서 화제를 모은다. 백 의원은 국회 법사위에서 검찰 개혁과 관련해 맹활약했고, 정 최고위원은 통합당 최고위원 회의에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다. 지역구 발전뿐만 아니라 검찰 개혁을 둘러싸고 치열한 ‘검사 대전’이 벌어지게 됐다.

경기 남양주병에서도 법조인의 맞대결이 벌어진다. 검사 출신인 주광덕 통합당 의원에 맞서 민주당이 민변 출신의 김용민 변호사를 공천했다. 주 의원은 국회 법사위에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저격수’ 역할을 했다. 김 변호사는 조국 전 장관 시절 법무·검찰개혁위원회에서 개혁안을 마련했다. ‘조국 대전’이 남양주병에서 불붙게 된 것이다.

국회 보좌관 출신이 맞붙은 대전 동구도 관심을 끌고 있다. 홍영표 의원의 보좌관이었던 장철민 민주당 후보(36)가 이장우 통합당 의원(55)의 아성에 도전했다. 이 의원은 이양희 전 의원의 보좌관 출신이다. 무려 스무 살가량 나이 차이가 나는 보좌관 출신 맞대결이다.

대구에서는 4선 의원급 대결이 눈길을 끌고 있다. 통합당이 김부겸 의원(대구 수성갑)을 겨냥해 주호영 의원을 공천했다. 바로 옆 지역구인 수성을에서 수성갑으로 옮겨, 김 의원을 꺾기 위한 표적공천을 한 것이다. 4선 중진의 맞대결인 만큼 두 의원에게는 정치적 운명을 건 한판 승부가 됐다. 전남 목포에서는 청와대에 함께 근무했던 비서실장과 행정관의 대결이 펼쳐졌다. 김원이 민주당 후보(서울시 전 정무부시장)는 박지원 민생당 후보가 김대중 청와대의 비서실장으로 근무할 당시 정무수석실 행정관이었다. 20년 가까운 세월이 흐른 후 비서실장과 행정관은 각 당의 후보로 맞붙게 됐다.

경기 수원을에서 맞대결을 펼치는 백혜련 민주당 후보(왼쪽)와 정미경 통합당 후보 / 연합뉴스

경기 수원을에서 맞대결을 펼치는 백혜련 민주당 후보(왼쪽)와 정미경 통합당 후보 / 연합뉴스

서울 강서을에서는 문재인 청와대에서 함께 근무했던 진성준 후보와 김태우 후보의 대결이 흥미롭다. 진 후보는 청와대 정무기획 비서관으로 활약했고, 김 후보는 민정수석실 수사관으로 근무했다. 김 후보는 청와대 특별감찰 의혹을 폭로한 후 이번 총선에 통합당 후보로 출마했다.

전북 정읍·고창에서는 고교·대학 동창끼리 대결한다. 윤준병 민주당 후보(전 서울시 행정부시장)는 유성엽 민생당 의원과 전주고·서울대 동기동창이다. 전북 전주병 지역구에서는 전주고 선·후배이자 서울대 국사학과 선·후배인 정동영 민생당 후보와 김성주 민주당 후보의 재대결이 눈길을 끈다. 지난 20대 총선에서는 선배인 정 후보가 승리했다.

서울 종로는 차기 대권주자 간 맞대결로 뜨겁다. 여권 차기 대권주자 1순위인 이낙연 전 총리(민주당)와 야권의 선두를 달리는 황교안 대표(통합당)가 정면으로 맞붙었다. 여야 대권주자 1위 사이의 격돌이다. 황 대표는 여론조사에서 이 전 총리와 격차를 좀처럼 좁히지 못하고 있다. 통합당의 한 인사는 “예전 총선 같으면 서울 종로에서 어느 정도 차이가 나면 보수 지지층의 결집이 이뤄지는 바람이 일어났지만, 아직 그런 바람이 불 기색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총선 이색대결의 백미는 뭐니 뭐니 해도 ‘리턴매치’다. 우상호 민주당 의원과 통합당의 이성헌 전 의원은 서울 서대문갑에서 또 맞붙었다. 둘 다 연세대 총학생회장 출신으로, 이번이 무려 6번째다. 2000년 16대 총선부터 두 후보는 이 지역에서 20년간 싸워왔다. 지금까지 다섯 차례 대결에서 우 후보가 3승 2패로 한발 앞서 있다.

인천 서갑에서는 이학재 통합당 의원과 김교흥 민주당 후보(전 의원)가 네 번째 리턴매치를 벌인다. 2008년 18대 총선부터 이어진 맞대결에서 이학재 의원이 세 번 연거푸 승리했다. 부산에서는 전재수 민주당 의원이 박민식 통합당 전 의원과 네 번째 대결을 벌인다. 18·19대 총선에서는 박 전 의원이 승리했지만 20대 총선에서는 전 의원이 이겼다.

우상호·이성헌, 서울 서대문갑 리턴매치

경기 남양주병에서 붙은 주광덕 통합당 후보(왼쪽)와 김용민 민주당 후보 / 연합뉴스 / 김영민 기자

경기 남양주병에서 붙은 주광덕 통합당 후보(왼쪽)와 김용민 민주당 후보 / 연합뉴스 / 김영민 기자

서울 관악 두 지역구에서도 리턴매치가 벌어진다. 양상은 조금 다르다. 관악갑에서는 현역 의원인 김성식 의원이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지난 총선에서 김 의원에게 패한 유기홍 전 의원은 민주당 후보로 출마했다. 두 의원은 서울대 77학번 동기다. 2004년부터 시작된 맞대결에서 두 후보는 2승 2패로 팽팽하게 맞서 있다. 이번 선거에서는 통합당 김대호 후보가 가세해 3자 구도가 만들어졌다.

옆 지역구인 관악을에서는 정태호 민주당 후보와 오신환 통합당 후보가 세 번째로 맞붙는다. 오 의원이 이전 두 차례 맞대결(2015년 재보궐선거, 20대 총선)에서 모두 이겼다.

이들 외에도 서울 마포갑에서 노웅래 민주당 의원과 강승규 통합당 후보, 서울 송파을에서 최재성 민주당 의원과 배현진 통합당 후보, 서울 노원병에서 김성환 민주당 의원과 이준석 통합당 후보가 재대결을 펼친다. 충남 공주·부여·청양에서는 정진석 통합당 의원과 박수현 민주당 후보가, 대전 서갑에서는 박병석 민주당 의원과 이영규 통합당 후보가, 경남 통영·고성에서는 정점식 통합당 의원이 양문석 민주당 후보와 리턴매치를 벌이게 됐다. 광주 서을에서도 천정배 민생당 의원과 양향자 민주당 후보가 20대 총선에 이어 또다시 맞붙는다.

이른바 ‘표적공천’ ‘자객공천’도 유권자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통합당에서는 민주당의 상징적인 지역구인 서울 구로을에 표적공천을 했다. 문재인 청와대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 윤건영 전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꺾기 위해 3선 김용태 의원을 구로을에 공천한 것이다. 민주당은 서울 광진을에 고민정 전 청와대 대변인을 공천해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의 승부를 성사시켰다.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광진을은 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의 수도권 싸움을 가늠해볼 수 있는 바로미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통합당은 김영춘 의원의 지역구인 부산진갑에 서병수 전 부산시장을 전략공천해 부산 수성의 의지를 다졌다. 서병수 전 시장은 형제가 한 당의 공천을 함께 받은 특이한 예다. 동생인 서범수 전 울산지방경찰청장은 당내 경선을 거쳐 울산 울주 지역구에서 통합당 후보로 출마했다. 서범수 후보는 김영문 민주당 후보와 일전을 겨룬다.

<윤호우 선임기자 hou@kyunghyang.com>

바로가기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