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드론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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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비싸서 감히 엄두를 내지 못했던 장난감이 있다. 무선조종(RC)카다. 운동장을 가로질러 질주하는 RC카의 기억이 생생한 걸 보면 정말 갖고 싶었던 모양이다. 그런 RC카가 이젠 집에 두 대나 있다. 외할아버지가 두 아이에게 선물한 것이다. 아이들은 첫날에만 조금 갖고 놀다가 잊어버렸다. 장난감 바구니에 묻혀 있던 걸 오랜만에 꺼내 건전지를 새로 끼우고 움직여 봤다. 생각보다 날쌔 집 안에서 장애물을 피해 움직이기 쉽지 않다.

주영재 기자 jyj@kyunghyang.com

주영재 기자 jyj@kyunghyang.com

드론을 취재하면서 RC카를 떠올렸다. ‘RC카 조종도 쉽지 않은데 드론 조종은 잘할 수 있을까’라고 생각하면서…. 드론 교관을 비롯한 전문가들은 조금만 배우면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드론은 RC카와 달리 쉽게 아무 데서나 날릴 수는 없다. 크게 다칠 우려가 없는 RC카와 달리 드론은 추락할 경우 흉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취미용이라도 공항과 원전 근처나 서울 강북지역 등에서는 비행이 금지 혹은 제한된다. 고도 150m 이상에서 날릴 경우 비행승인을 받아야 한다.

전자파의 간섭이 심한 도심의 경우 그 위험이 더 크다. 안 뜨면 차라리 다행이다. 날아가는 도중 전파 간섭을 받아 오작동할 경우엔 아주 위험하다. 드론 연구자들이 시험비행에 앞서 가장 먼저 점검하는 것이 전파 간섭일 정도다. 또 하나 문제는 해킹이다. 자율주행차와 마찬가지로 드론 역시 해킹을 당할 경우 테러에 이용될 수 있다. 그래서 이를 막을 여러 방어 기술도 연구되고 있다.

이런 문제들이 하나씩 해결된다면 우린 곧 드론을 타고 도시에서 도시로 이동하는 시대를 맞을 수도 있다. 영화 <백 투 더 퓨처>나 <제5원소>에서와 같이 하늘을 나는 자동차가 도심 상공을 뒤덮을 수도 있다. 이미 여러 기업이 드론택시나 개인비행체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제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은 ‘드론이 사람을 태우고 나는 것이 가능하느냐’를 넘어섰다. 드론이 소수의 부자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얼마나 많은 ‘평민’의 삶에 도움을 줄 수 있는지를 고민할 시점이다. 많은 이들에게 쓸모를 제공하면서도 지속 가능한 사업 모델을 발굴하는 것도 중요하다. 추락 확률이 1000분의 1인, 6000만원짜리 드론을 이용해 배송할 경우, 한 번 배송할 때 드는 최소 비용은 6만원이다. 도서지역 주민들에게 그 비용을 그대로 내게 하고 쓰게 할 것인지, 비용을 다른 이용자와 분담한다면 어떻게 합의를 할지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해결할 자잘한 문제들이 많다.

드론이 하늘을 어지럽게 가로막고, 사람과 물건을 싣고 뜨고 내리면서 내는 소음을 견딜 수 있을지, 아주 가끔이지만 추락 위험도 있는 드론을 일상에서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는지 물어야 할 시점이 곧 가까워질 것 같다.

<주영재 기자 j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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