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더 편하게, 더 많이 볼 수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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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외출이 줄면서 전자책을 이용한 독서가 늘고 있다. 3월 12일 교보문고에 따르면 지난 3월 1일부터 5일까지 교보 e북 모바일 페이지뷰는 지난 2월 같은 기간 대비 30% 증가했다. 같은 기간 구매고객 수는 25% 늘었다. 신천지 등의 집단감염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격히 증가하기 전인 2월 초에 비해 전자책 이용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올해 2월 페이지뷰도 이미 전년 대비 17% 늘어난 상황이다.

3월 11일 부산 부산진구 시민도서관 주차장에서 도서관 직원이 ‘북 드라이브 스루 (Book Drive-thru)’ 서비스를 신청한 시민에게 책을 전달하고 있다./연합뉴스

3월 11일 부산 부산진구 시민도서관 주차장에서 도서관 직원이 ‘북 드라이브 스루 (Book Drive-thru)’ 서비스를 신청한 시민에게 책을 전달하고 있다./연합뉴스

전자책 구독서비스를 제공하는 ‘밀리의 서재’의 경우 코로나19가 심각 단계로 격상된 2월 23일 이후 3월 9일까지 ‘일일 활성 사용자 수’(DAU)가 58% 증가했다. 코로나19로 실내 활동이 많아지면서 앱을 이용해 전자책을 구독하는 사람들이 늘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밀리의 서재는 3월 10일부터 코로나19 확진자와 자가격리자를 대상으로 두 달간 무상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밀리의 서재 관계자는 “국가적 재난이라 이용자가 늘었다고 말하기 굉장히 조심스럽고 마케팅도 적극적으로 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2월 15일 김영하 작가의 신작 공개와 같은 달 20일 갤럭시S20 사전판매에 구독권 이벤트가 있어 꾸준히 이용자가 늘긴 했지만 최근 열흘 사이에는 급격하다고 할 정도”라고 말했다.

지난 2월 24일 무렵부터 국립중앙도서관·국회도서관·서울도서관을 비롯해 크고 작은 도서관이 휴관하면서 대출이 불가능한 것도 전자책 이용자가 늘어난 이유로 풀이된다.

전자도서관, 왜 불편할까

정부는 도서관 대출이 막힌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지하철역이나 버스터미널 등에서 스마트폰 앱으로 대출을 예약한 후 찾아가거나 직접 책을 고를 수 있는 ‘스마트도서관’ 57곳을 설치·운영하고 있다. 전자도서관 이용도 권하고 있다. 국립중앙도서관을 비롯한 전국 공공도서관의 전자도서관에서 전자도서·오디오북·전자잡지 등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고 홍보하고 있다.

하지만 전자도서관 전자책을 대출해 보는 과정은 그다지 매끄럽지 않다. 서울도서관이나 서울시교육청 전자책 앱의 경우 책이 오류로 열리지 않거나 페이지를 넘길 때 다운로드 시간이 걸려 독서의 흐름이 끊길 때가 있다. 메모 기능은 있는 것으로 나오는데 구현이 안 되는 경우도 있다. 화면 최적화가 안 돼 표지 사진이 길쭉하게 보일 때도 있다.

서울도서관 관계자는 “개별 전자책 유통사 앱에서 보는 구조를 지난해 하나의 앱에서 볼 수 있도록 통합한 후 ‘디지털 저작권 관리 시스템(DRM)’의 오류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며 “최근 거의 수정 작업을 끝냈고, 계속 이용자 편의를 개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립중앙도서관도 관외에서 전자책을 보려면 도서관을 방문해 정기이용자로 등록해야 하는데 휴관 상태라 불가능하다. 국립중앙도서관은 지난해 12월 31일 기준으로 전자책 95만7574권을 소장하고 있지만 정기이용자가 아니라면 관외에서 볼 수 있는 자료는 고지도나 관보, 고서·고문서 일부, 일부 우수학술도서와 전자저널 등에 국한된다. 일반 이용자가 관심을 두기 어려운 자료들이다.

사실 국립중앙도서관의 관외 전자책 대출은 저작권 문제가 걸려 있어 민감한 사안이기도 하다. 출판사나 저자 입장에서 온라인 대출이 전국 단위로 어느 장소에서든 가능하다면 책 판매가 크게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원칙적으로 국립중앙도서관의 경우 전자책을 관내에서만 볼 수 있도록 했다. 지자체 도서관의 경우 기본적으로 전자책을 관외에서 볼 수 있지만 대신 권수와 대출 기간에 제한을 둔다.

최유진 국립중앙도서관 디지털기획과 과장은 “(코로나 상황에선) 도서관 안에서만 볼 수 있는 자료를 외부에서도 이용할 수 있도록 저작권 면책 조항이 단기라도 있으면 좋을 것 같다”면서 “한편 온라인 자료를 확대하기 위해 최근 저작권법을 개정해 저작권자가 누구인지 확인할 수 없거나 거소를 알 수 없어 이용허락을 받을 수 없는 ‘고아저작물’을 이용할 수 있도록 길을 열었다”고 말했다.

“공공대출권 도입해야”

사실 도서관 전자책을 이용할 때 가장 큰 불만은 볼 만한 책이 그다지 많지 않다는 점이다. 전자책 이용 활성화를 위해서는 출판사들이 전자책 출판에 적극적으로 나설 만한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 박용수 대한출판문화협회 상무이사는 “전자도서관에 접속해 어디서나 책을 읽을 수 있도록 서비스를 확대하면 독서문화 향상에 긍정적일 수 있지만 저자 입장에서는 책 판매가 줄어들 위험이 있다”면서 “전자책을 꾸준히 생산할 수 있는 산업 기반을 만들려면 창작자에게 돌아가는 수입을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상무이사는 “경기도 전자도서관의 경우 한 곳에서 산 전자책을 23개 산하 지자체 도서관에서 모두 대출해 볼 수 있다”면서 “공공성 측면에선 도움이 되지만 창작자에게는 일방적으로 희생을 강요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대안으로 ‘공공대출권(Public Lending Right)’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공공대출권은 저작권으로 보호되는 서적이 도서관에서 대출될 경우 출판사나 저자 등에게 판매 기회가 줄어드는 데 따른 손실을 보상해주는 제도다. 1946년 덴마크가 처음 시행한 이후 유럽 국가들을 중심으로 정착한 제도다.

박 상무이사는 “예를 들어 전자책 20건 대출에 한 권 정도의 가격을 매기고 21번째 대출에 한 권 가격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대출 횟수에 따라 저작권료를 지불하면 출판사들이 판매 손실을 걱정하지 않아도 돼 좋은 책을 전자책으로 제작할 동기가 생긴다”면서 “이해관계 조정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지만 이제라도 논의를 본격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예산이 한정된 도서관 입장에서는 공공대출권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 특정 책의 대출 횟수가 예상보다 클 경우 비용부담 때문에 중간에 대출 서비스를 중단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용훈 도서관협회 사무총장은 “도서관 자료 구입비가 제한된 상황에서 공공대출권으로 저작권료 부담이 커지면 결국 책을 사는 돈이 줄어들게 된다”면서 “연간 도서관 한 곳당 1억원 정도인 자료 구입 역량을 3배 정도로 늘리지 않는 한 공공대출은 아직 고민스러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전자책을 서로 다른 플랫폼과 환경에서 보다보니 독서 환경이 들쭉날쭉하고, 독서 기록을 통합해 관리하거나 전자책 관련 통계 작성이 어렵다. 이 때문에 출판사가 의무적으로 보관용 출판물을 제출하게 하는 국립중앙도서관의 납본 시스템을 활용해 도서관 전자책 유통 플랫폼을 통합하자는 제안도 나온다.

정준민 전남대 문헌정보학과 교수는 “납본 시스템으로 전자책 데이터베이스를 통합하고 각 출판사나 유통사, 플랫폼이 여기서 데이터만 가져오고 각자 수익 활동을 하는 구조”라면서 “독자는 여러 곳에서 구매하거나 빌린 전자책을 하나의 앱에서 관리할 수 있고, 유통사의 저작권 관리가 수월해지고 저작료 지급도 투명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주영재 기자 j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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