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장 끈 놓지 않는 탐색전 막 오른 종로 빅매치
  • 인쇄
  • |
  • 목록
  • |
  • 복사하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이낙연 vs 황교안 종로 선거운동 르포

어정쩡한 아침 시간이어서일까. 행인이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건물 밖에 걸린 대형 플래카드엔 마이크를 쥐고 손을 뻗으며 구호를 외치는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의 상반신 사진이 실려 있다. “무능! 혁신! 싸워야 하니까!”라고 적혀 있다. 서울 종로 선거구 출마의 당위를 압축한 말이다. 각을 세웠다. 대상은 상대 후보가 아니다. 문재인 정권이다.

3월 3일,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자신과 찍은 사진을 들고 있는 시민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정용인 기자

3월 3일,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자신과 찍은 사진을 들고 있는 시민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정용인 기자

차기 유력 대권주자의 총선 격돌은 대한민국 선거 사상 처음이다. 과거 종로에서 이명박과 노무현 전 대통령의 대결이 있었지만, 그때는 두 사람 모두 유력 대권주자는 아니었다. 빅매치, 초유의 대결이다. 진 쪽은 향후 정치 행보에 먹구름이 드리울 수밖에 없다. 낙마를 각오해야 할지도 모른다.

황교안 측 “진정성 행보로 주민 마음 얻을 것”

황교안 미래통합당 후보는 경복궁 맞은편 중학동 빌딩 4층과 6층을 쓰고 있다. 4층은 외부에서 찾아오는 민원인들을 대상으로 꾸며져 있고, 6층은 캠프 공보팀·조직국 등이 쓰고 있다. 6층 사무실은 외부에 비공개된다. 딱히 다른 방식은 아니다. 2018년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에 출마한 박원순 캠프와 안철수 캠프는 종로 안국동로터리를 마주 보고 있었다. 이때도 민원인 대상의 공개 사무실과 캠프 관계자들이 사용하는 비공개 사무실은 따로 있었다.

6층에서 캠프 관계자를 만났다. 기자가 방문한 지난 3월 3일, 대외적으로 공개된 행사는 오전 9시 30분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책특별위원회 회의가 전부였다. 종로구 행사가 아니다. 캠프 관계자는 “언론 공개행사는 하루에 하나가 있거나 아예 없기도 한다”며 “어차피 최근 코로나 때문에 사람들 많이 모이는 것 자체가 없기도 하고….”라고 덧붙였다.

공개된 행사 일정은 최근 이슈, 코로나 확산에 맞춰져 있다. 3월 4일 오전, 황 대표는 종로 일대의 약국을 방문해 마스크 수급 현황 등을 물었다. 온라인에서는 그의 이런 행보에 대해 “보여주기식 아니냐”는 비판여론이 나온다. 지난 2월 26일, 황 후보는 종로5~6가 코로나19 방역작업을 지원하면서 횡단보도를 방역하는 사진을 남겼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봉사활동을 통해 종로 주민과 소통하며 마음을 나눈다”며 “작은 봉사의 기적”이라고 글을 남겼다. 글과 사진은 화제를 모았다. ‘사람들이 머무르지 않고 차가 통행하는 횡단보도 한가운데가 방역 대상 공간이 맞느냐’는 반응이다. 전형적인 연출사진이라는 것이다. 캠프 관계자는 “그런 비난을 하는 사람들은 항상 있는 것 아니냐”라며 “조금이라도 코로나 상황에 보탬이 되기 위해 진정성 있게 하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최근 실시된 여론조사들을 보면 약 10%에서 20% 내외로 황교안 후보가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뒤지는 것으로 나온다. 그러나 아직 선거전 초반이다. 본격적인 선거국면에 들어서면 이 격차율이 오차범위 내로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 양 선거캠프 모두의 일치된 의견이다. 황교안 캠프 관계자는 “어느 쪽이나 마찬가지 전망을 내놓겠지만 선거일이 다가올수록 초박빙으로 전개되다 결국 우리가 이길 것으로 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종로6가 빌딩에 마련된 이낙연 캠프는 확실히 목이 좋다. 동대문을 중심으로 종로를 오가는 대로변에 있기 때문이다. 종로 측 정면엔 ‘따뜻한 종로 따뜻한 사람’을 캐치프레이즈로 내놓은 이낙연 후보의 초상화가 걸려 있다. 동대문 쪽 측면엔 “종로의 삶을 챙기겠습니다 종로의 미래를 준비하겠습니다”라고 적힌 파란 당색 배경의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캠프 관계자는 “초상화는 트위터에 이낙연 팬이라고 밝힌 한 가정주부(44)가 소셜미디어(SNS)에 올린 그림을 이 후보가 직접 발견해 캠프를 통해 사용을 허락받아 만든 것”이라며 “아마 후보 수채화 초상화를 플래카드로 내건 것은 대한민국 선거 역사상 처음일 것”이라고 말했다.

3월 4일 황교안 미래통합당 후보가 종로5가 약국거리에서 시민과 인사하고 있다./황교안 후보 측 제공

3월 4일 황교안 미래통합당 후보가 종로5가 약국거리에서 시민과 인사하고 있다./황교안 후보 측 제공

캠프를 통해 종로6가(창신1동)의 한 커피숍에서 열린 이 후보자의 주민간담회를 취재할 수 있었다. 동 주민들이 모인 자리에 이 후보자가 참석하는 형식이다. 커피숍에 들어선 이 후보자는 주민들에게 손 소독제를 뿌려주며 “이건 증발하는 것이니 선거법 위반은 아닐 것”이라며 “손 소독제를 건네면 물품 기부로 위반이 될 수 있지만 제가 손을 쥐고 여러분께 뿌려주면 주는 것이 아니므로 문제될 것은 없다”고 농담을 건넸다.

이낙연 “주민 삶 문제 잘 듣겠다”

모임을 주선한 주민대표가 자리에 앉은 이 후보자에게 지역상황을 개괄했다. “저희는 동부 지역 맨 끝 주민들입니다. 동네를 동부와 서부로 나눴을 때 서부는 풀 한 포기도 예술로 보이지만 여기는 풀 한 포기도 쓰레기로 보입니다. 1960~1970년대는 여기 창신동이 대한민국 경제성장의 원동력이었지만, 지금은 전형적인 낙후지역이 되었습니다.”

하소연이다. 민원성 질문이 쏟아져 나올 것으로 예상했지만 말을 선뜻 잇는 주민이 없다. 자연스럽게 상황을 리드하는 것은 이 후보자 쪽이다. 그는 자신의 청년시절 창신동과 인연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창신동에 친구 집이 있었는데 상하방이었습니다. 위쪽은 누나가 살고, 아래쪽은 동생이 산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쳐들어갔습니다. 가서 며칠씩 기식하는 형태였는데 방의 주인은 크리스천이었습니다. 저와 같이 간 친구는 스님이었고요. 한 방에 교회 다니는 친구와 스님과 저와 셋이 기거했어요. 그 친구는 지금은 불교계에서 유명한 스님이 되었어요. 책도 많이 쓰고. 크리스천 친구는 방송사 경제부장을 했고….”

서먹한 분위기를 녹이는 능숙한 입담이다. 지역에 창신초등학교가 있는데도 젊은 엄마들이 없으니 학교 발전이 안 된다는 ‘민원’이 나온다. 이 후보자가 답한다. “그렇겠죠. 옛날에 창신초등학교는 명문이었습니다. 세계적인 아티스트인 백남준 선생도 창신초등학교를 다녔을 거예요. 예전에 노무현 후원회장을 하셨던 이기명 선생도 창신초 출신이었을 거야. 그 정도로 짱짱한 곳이었는데, 젊은 부부가 오려면 창신동 어딘가에는 앞서가는 산업, R&D나 지식산업 같은 게, 지금 청계천 쪽 세운상가 같은 것이 어딘가엔 들어옴 직해요. 그런데 어디를 비워줄까는 또 여러 가지 이해관계가 있음 직합니다. 저희가 생각하기에는 창신지구 어딘가엔 첨단산업이 들어왔으면 합니다.” 신중한 대답이다. 주민간담회가 끝난 뒤 이 후보에게 물었다.

종로6가 이낙연 캠프 사무실(왼쪽)과 경복궁 맞은편 중학동의 황교안 캠프 사무실/정용인 기자

종로6가 이낙연 캠프 사무실(왼쪽)과 경복궁 맞은편 중학동의 황교안 캠프 사무실/정용인 기자

-의외로 민원이 많진 않네요.

“음…, 이런 게 있을 겁니다. 재개발 조합이랄지, 목표를 뚜렷이 공통으로 하는 조직이라면 민원이 활발해요. 서로 막연하게 아실 만한 분들이 모이면 의견이 다를 수도 있고, 그런 경우가 있죠.”

모인 주민들의 처지와 상황이 모두 다르다보니 이야기를 꺼내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나 하는 풀이다. 기자는 그에게 다시 “젊은 층을 만날 기회가 있느냐”고 물었다. 황교안 후보 사무실에 전시되어 있는, 황 후보가 아마도 선거운동 중간에 만난 젊은이들과 찍은 셀카 사진들을 떠올리며 한 질문이다. 황 후보 캠프의 4층 사무실은 셀카 사진들뿐 아니라 젊은이들에게 둘러싸여 웃고 있는 황 후보자 플래카드가 걸려 있는 데 비해 종로6가 이 후보자 사무실 안쪽 벽엔 이 후보자 혼자 웃는 사진이 걸려 있다. 이 후보자는 “상대적으로, 비교적으로 젊은 층”이라며 자율방범대를 거론했다. “아주 청년들만 모이는 경우는 없다”며.

주민들과 인사를 나누던 이 후보자는 한참 뒤 다시 돌아 와서 본인의 말을 수정했다. “저희는 일부러 하는 것보다 자연스러운 모임에 가서 이야기를 나누는 콘셉트입니다. 젊은 사람은 이 경우가 제일 젊네요. 초등학교 학부모들 모임. 제가 유튜브에도 하나 올렸지만 세검정초등학교 엄마모임이랄지, 재동초등학교 엄마모임이랄지.” 역시 신중한 발언 수정이다. ‘서로 상반된 민원이 들어왔을 때 골치 아프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이렇게 답했다. “삶의 문제니 잘 들어줘야지요. 민원을 하시는 본인들도 쉽지 않다는 것을 잘 아세요. 하지만 문제의 본질을 이쪽도 알고 있다는 것을 충분히 보여주면 해결을 약속하지 않아도 ‘이러이러한 어려움이 있다’고 말씀드리면 주민들이 알아듣습니다. 주민들도 기본적으로 성숙한 분들이기 때문입니다.”

유튜브 대전도 타오른다

지난 2월 중순, 이낙연 선거 캠프에서 부대변인을 맡고 있는 양재원 보좌관이 <이낙연은 넥타이를 전날 밤에 고른다>라는 제목의 책을 냈다. 가까이서 본 정치인 이낙연 관찰기다. 책을 보면 인상적인 대목이 있다. 이 후보자가 과거 선거 때 고된 일정을 소화하다가 차에 돌아와 운 적도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고달플까. 캠프에서 부대변인을 맡고 있는 양 보좌관에게 물었다. “선거 때면 보통 하루 6~7개 일정을 소화한다. 보통 후보자는 아침 7시부터 출근인사로 첫 일정을 시작한다. 출근인사도 가만히 서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힘들다. 악수를 청하면 악수를 해줘야 하고, 같이 사진을 찍자면 찍어줘야 하고…. 밤에 만찬까지 하고 나면 정말 뻗는다. 밤에 어디 저녁자리에 인사하러 가면 술도 한 잔씩 받아야 한다. 그 일정을 선거 때면 두 달 동안 바짝 하니, 체력적으로 무척 힘들다. 나 같으면 돈 주고 하라고 해도 못 한다. 정신력으로 버티는 데도 한계가 있다. 몸이 힘드니 차에 있는 시간에 힘들어서 그럴 수밖에 없다.”

양 보좌관은 “이번 선거에서는 아직 눈물 흘리는 것까지 본 적은 없다”고 덧붙였다. “역설적으로 코로나19 덕분이다. 지지난 주만 하더라도 출근인사를 했는데, 지금은 외부 일정이 취소된 대신 전화로 한다. 후보자가 직접 전화를 거는 것이다. 사실 간담회보다 전화가 더 효과가 좋다. 간담회는 일 대 일이 아니니. 요즘엔 오전 2~3시간 동안 전화 선거운동을 한다.”

당장 몇몇 조사에서 지지율이 앞선다고 방심할 상황이 아니라는 데는 이 후보자 쪽 관계자들도 인정한다. 총리실 정무실장을 역임한 남평오 중앙선대위원장 비서실장은 “격차는 확실히 줄어들고 있는 것이 맞다”고 했다. 그는 “미래통합당 창당이라는 컨벤션 효과로 저쪽이 치고 올라왔다가 최근에는 소강상태이기는 하지만 선거가 중반에 접어들어 본격 세대결로 가면 오차범위까지 차이는 좁혀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긴장의 끈을 놓지 않겠다는 다짐이다.

코로나 정국으로 대결의 장은 온라인, 구체적으로 유튜브로 옮겨가고 있다. 당대표를 맡으면서 유튜브를 시작한 황교안 후보 쪽은 이미 17만2000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절대강자다. 이제 막 채널을 개설한 이낙연TV의 구독자는 2만4000여 명. 이 후보자 측에서는 매주 금요일 후보자가 진행하는 라이브채널 개설 등 온라인에서 유권자 접촉을 강화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바로가기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