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롯데 외국인 투수, 올해는 잘 뽑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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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한 해 농사는 외국인 선수 선발이 좌우한다고 해도 결코 틀린 말이 아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외국인 투수의 역할은 중요하다. 야구는 ‘투수놀음’이고, 외국인 투수들은 선발진의 ‘원투펀치’를 책임지기 때문이다. 최근 몇 년 동안 외국인 투수 농사에서 실패를 겪은 팀들이 있다. 바로 삼성과 롯데다. 삼성은 ‘외국인 투수 잔혹사’라는 꼬리표가 붙을 만큼 거듭 실패를 겪었다. 롯데도 외국인 투수로는 재미를 보지 못했다.

삼성의 벤 라이블리(왼쪽)와 롯데의 댄 스트레일리(오른쪽) / 삼성라이온즈·연합뉴스

삼성의 벤 라이블리(왼쪽)와 롯데의 댄 스트레일리(오른쪽) / 삼성라이온즈·연합뉴스

삼성의 외국인 투수 잔혹사 삼성의 스프링캠프에는 외국인 투수에게 하면 안 되는 금기의 질문이 있다. “외국인 투수 잔혹사를 어떻게 끊을 것인가?” 그만큼 삼성은 외국인 투수에 대해 민감하다. 최근 수년간 외국인 투수 농사에서 흉작이라는 결과를 냈고, 포스트시즌 진출도 그와 맥락을 같이 했기 때문이다. 시작은 2016년. 그해 85만 달러에 데려온 앨런 웹스터는 4승4패만 기록한 채 종아리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다. 함께 뽑은 콜린 벨레스터는 3패만 떠안은 뒤 시즌 중 방출됐다. 대체 외인으로 뽑았던 요한 플란데와 아놀드 레온은 두 명이 합쳐 2승만 올린 채 시즌을 끝냈다. 그해 삼성의 순위는 9위였다.

2017년에도 마찬가지였다. 앤서니 레나도가 2승3패, 재크 페트릭이 3승10패를 기록했다. 두 명의 패배 수만 합쳐도 13패. 삼성이 두 명의 투수와 재계약하지 않은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해 삼성은 여전히 9위로 2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2018년은 그나마 좀 나았다. 팀 아델만이 8승(12패), 리살베르토 보니야가 7승(10패)으로 15승을 합작했다. 삼성은 6위로 시즌을 마감했고, 5강권을 향한 희망을 그나마 키울 수 있었다. 그러나 2019시즌에는 다시 곤두박질쳤다. 저스틴 헤일리가 5승8패, 덱 맥과이어가 4승8패에 그쳤다. 팀 성적 역시 4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라는 참담한 결과를 낳았다.

롯데, 교체 카드도 실패 롯데도 삼성 못지않게 운이 없던 팀이다. 2017년에는 새로 뽑은 외국인 투수 파커 마켈이 시범경기에 등판하기도 전에 개인 사정으로 팀을 떠났다. 그러자 롯데는 부랴부랴 대만프로야구리그(CPBL)에 뛰고 있던 닉 애디튼을 데려왔다. 몇 년간 영입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으나 최상위 순번은 아닌 투수였다. 애디튼은 단 2승(7패)에 그쳤고, 평균자책점 5.91을 기록했다. 결국 다시 한 번 교체 카드를 쓸 수밖에 없었다. 2017시즌을 앞두고 심장병을 앓고 있는 딸을 위해 미국으로 떠났던 조쉬 린드블럼을 다시 불러들였다. 린드블럼은 12경기에서 5승3패 평균자책점 3.72를 기록하며 롯데를 가을야구로 이끌었다. 결과적으로 포스트시즌 진출에는 성공했으나 롯데로서는 두 차례의 카드로 헛심을 썼다.

2018년 롯데는 린드블럼과 작별하고 펠릭스 듀브론트와 총액 100만 달러에 계약했다. 듀브론트는 보스턴의 2013년 월드시리즈 우승 멤버라는 화려한 경력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경력과 실력은 관계가 없었다. 듀브론트는 6승9패를 기록하는 데 그쳤고, 시즌을 다 소화하지 못하고 9월 중순 방출됐다. 이후 팀은 뒤늦게 시즌 말미에 5강 싸움을 펼쳤다. 외국인 선수를 잘 뽑았더라면 진작 5강 싸움에 뛰어들었을 법도 했던 롯데로서는 진한 아쉬움을 남겼다.

2019시즌에도 마찬가지였다. 야심차게 뽑은 제이크 톰슨은 11경기에서 2승(3패)에 그쳤다. 롯데는 KBO리그 경험이 많은 헨리 소사를 대만리그에서 데리고 오려 했으나 SK에 빼앗겼고, 울며 겨자 먹기로 소사 대신 퇴출된 브록 다익손을 데려왔다. 그러나 다익손도 29경기에서 6승(10패)만을 거두며 시즌을 마감했다.

2020시즌의 삼성의 카드는 삼성은 이번 시즌만큼은 외국인 투수 잔혹사라는 꼬리표를 떼겠다는 각오다. 그래서 삼성은 일단 ‘안정성’을 택했다. 지난 시즌 맥과이어의 대체 선수로 삼성 유니폼을 입은 벤 라이블리와 95만 달러에 재계약한 것이다. 최근 4년 동안 삼성이 뽑은 외국인 투수 중 유일하게 재계약한 투수다.

라이블리는 지난해 8월 중순 삼성 유니폼을 입고 합류해 1차례 완봉승을 포함해 4승4패 평균자책점 3.95를 기록하며 다음 시즌을 향한 기대감을 높였다. 삼성은 “2019년 KBO리그 선발투수 중 스트라이크 비율(71.7%)이 가장 높았고, 9이닝당 탈삼진(9.16개)도 1위를 기록할 만큼 공격적인 피칭을 했다”고 전했다. 라이블리는 “2020년 내 목표는 15승 이상”이라고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삼성은 나머지 외국인 투수 한 자리를 메우기 위해 꽤 오랜 시간을 할애했다. 라이온즈파크 특성에 어울리는 땅볼 유도형 투수를 찾았다. 그 해답은 미국과 일본 야구를 모두 경험한 데이비드 뷰캐넌이었다. 뷰캐넌은 메이저리그 필라델피아 필리스에서 2014·2015시즌 35경기를 모두 선발로만 등판해 8승17패 평균자책점 5.01을 올렸다. 그의 메이저리그 통산 성적이기도 하다. 마이너리그 트리플A에서는 통산 55경기 24승15패 평균자책점 3.65를 기록했다. 2017년부터 3년 동안 일본프로야구 야쿠르트에서 뛰었다. 일본 야구 성적은 71경기에 나와 20승30패 평균자책점 4.07을 찍었다. 라이블리-뷰캐넌 조합으로 이번만큼은 실패 없는 용병 농사를 꿈꾼다.

싹 바꾼 롯데, 5년 만에 새 원투펀치 롯데가 최근 몇 년 동안 외인 투수 새 선발에는 실패를 거듭했지만 믿는 구석이 있었다. 바로 브룩스 레일리였다. 레일리는 2015년 처음으로 롯데 유니폼을 입고 KBO리그에 발을 들인 뒤 롯데 최장수 외인 투수로서 활약했다. KBO리그 첫해 11승을 거둔 뒤 꾸준히 3~4점대 평균자책점을 유지해왔다. 그랬던 롯데가 2020시즌을 앞두고는 레일리와 작별을 고했다. 2019시즌 레일리의 성적은 30경기 5승14패 평균자책점 3.88. 평균자책점은 낮았지만 전반기와 후반기 성적의 차이가 있는데다 강력한 인상을 주지 못했다.

롯데는 에이스감으로 댄 스트레일리를 영입했다. 1988년생으로 2009년 오클랜드의 지명을 받은 스트레일리는 커리어의 대부분인 140경기를 선발로 출장했다. 롯데 측은 “직구 평균 구속 140㎞ 중반에 준수한 제구력을 갖췄고, 상대 타자의 헛스윙을 유도할 수 있는 뛰어난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을 구사한다”고 설명했다. 나머지 한 명은 애드리안 샘슨으로 채웠다. 샘슨은 빅리그와 마이너리그에서 약 150경기를 선발 투수로 출장한 경험이 있다.

<김하진 스포츠부 기자 h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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