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고치는 시계수리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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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즈로 본 세상]시간을 고치는 시계수리공

시간의 소리는 조금도 슬프지 않았다. 한 평 남짓 좁은 시계방에서 새어나오는 소리는 늙은 시계수리공(왼쪽 사진·2013년 2월 19일)의 손놀림에 장단을 느리게 맞추었다. “내일 날씨도 추우려나? 또오옥딱 또오옥딱. 연륙교는 언제 개통되나? 째애깍 째애깍.” 인천 강화군 교동도의 시간은 고장 나지 않을 만큼만 더디게 흘렀다. 이곳은 민통선이다. 고착된 남북관계만큼 시간도 멈춘 듯했다.

7년 만에 다시 교동도를 찾았다. 인기척이 없던 대룡시장 골목길에서 ‘팔고 사고 묻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진양조장단이던 시간의 소리가 자진모리장단으로 바뀐 것이다. 누군가는 2014년 개통된 교동대교 덕분이라 했다. 나는 노포의 주인에게 이유를 묻고 싶었다. 하지만 그는 4년 전 세상을 떠났다. 마을은 그의 작은 점방을 전시관으로 만들었다. 시계방 황세환(1939~2016, 오른쪽 사진·2020년 2월 18일). 밀랍의 황세환 옹에게 물었다. “동네가 많이 변했어요. 무슨 일이 있었던 거죠?” 손목시계를 들고 있던 그가 대답했다. “멈추었던 교동도의 시계를 고친 거지.”

<사진·글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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