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벨트·낙동강 벨트 ‘양당 결전’
  • 인쇄
  • |
  • 목록
  • |
  • 복사하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민주당 “지켜라” 통합당 “뺏어라”… 선거 초반 격전지로 부상

‘낙동강 벨트와 한강 벨트.’

두 벨트가 선거 초반 주요 전선으로 떠올랐다. 더불어민주당은 낙동강 벨트를 부각시키고, 미래통합당은 한강 벨트를 강조하고 있다. 장성철 공감과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두 벨트는 2016년 20대 총선에서 당시 새누리당이 사실상 완패한 지역”이라면서 “통합당으로서는 다시 찾아와야 하는 지역이고, 민주당으로서는 든든하게 지켜야 하는 지역”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이 2월 20일 국회에서 대한민국 미래준비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을 가졌다. 출범식에 참석한 이해찬·이낙연 상임선대위원장과 권역별 선대위원장들이 총선승리를 다짐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김영민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2월 20일 국회에서 대한민국 미래준비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을 가졌다. 출범식에 참석한 이해찬·이낙연 상임선대위원장과 권역별 선대위원장들이 총선승리를 다짐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김영민 기자

20대 총선 이후 4년 사이 한강 벨트와 낙동강 벨트의 상황은 많이 바뀌었다. 낙동강 벨트에서는 민주당이 20대 총선만큼의 승리를 얻기 위해 공세적 입장으로 나서는 반면, 통합당은 최대한의 방어 입장을 취하고 있다. 민주당은 경기 김포시갑 국회의원인 김두관 의원을 경남 양산을에 전진 배치했다. 한강 벨트는 거꾸로 통합당이 공세적인 입장을 띤 반면, 민주당은 수성을 다짐하고 있다. 통합당은 서울 종로에 황교안 대표, 동작을에 나경원 전 원내대표, 광진을에 오세훈 전 서울시장을 미리 배치해 한강 벨트의 공략을 천명했다. 거대 양당이 한강 벨트와 낙동강 벨트의 거점지역에 중진들을 배치하면서, 두 지역은 21대 총선에서 격전지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거점지역에서 양당의 중진들 또는 전략공천자들이 각각 맞붙어 진검 승부를 가리게 됐다.

이낙연·고민정 대 황교안·오세훈

낙동강 벨트는 민주당이 처음부터 전략지역으로 삼은 곳이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민주당으로서는 낙동강 벨트가 저지선”이라면서 “거기에서 통합당의 세력을 저지하면 완승하지만 그렇지 못하면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홍 소장은 이를 “경부선 전략”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이 대구·경북(TK)과 부산·경남(PK)에서 정부 심판론을 막지 못하면, 정부 심판론이 경부선을 타고 충청지역을 거쳐 수도권까지 올라오게 된다는 것이다.

지난해 초반 민주당은 TK지역에 대한 의지를 표명하기도 했다.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구윤철 기재부 차관 등의 중량급 인사들의 영입이 거론됐지만 이들의 총선 출마는 결국 이뤄지지 않았다. 지난해 가을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 이후 TK 분위기는 정권 심판론으로 급격하게 기울었다. 민주당은 PK지역 수성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갤럽의 둘째 주 정기조사(2월 11∼13일 조사·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정당지지율은 민주당이 37%, 보수통합 이전 자유한국당이 21%(새보수당 3%)였다. 하지만 PK에서는 한국당 29%, 민주당 26%(지역 전체 표본 153명)로 한국당 지지율이 오히려 더 높았다.

이 같은 추세는 갤럽의 이전 정기조사에서도 계속 이어져 왔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이번 총선에서는 20대 총선의 기존 의석(부산 5석, 경남 3석)을 지키는 것만 해도 대단한 성과를 거두게 되는 것”이라면서 “김두관·김영춘 의원 같은 중진에게 이 지역을 담당하는 중책을 맡긴 만큼 좋은 결과를 기대해본다”고 말했다. 장성철 소장은 “낙동강 벨트는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의 사저가 있어 민주당으로서는 큰 의미를 두고 있다”면서 “거꾸로 보면 통합당에서 이 지역의 승패가 전체 총선 결과의 바로미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PK지역 총선에서 통합당은 문재인 정부의 경제 정책을 집중적으로 비판할 것으로 보인다. 부산 해운대갑의 조전혁 예비후보(전 국회의원)는 “부산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이전 선거와 달리 디비졌다(뒤집어졌다)”면서 “민주당에서 김두관 의원을 내세워 낙동강 벨트를 사수하려고 하지만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2월 18일 국회에서 열린 미래통합당 의원총회에서 의원들이 당명이 적힌 머플러를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김영민 기자

2월 18일 국회에서 열린 미래통합당 의원총회에서 의원들이 당명이 적힌 머플러를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김영민 기자

낙동강 벨트에서는 보수 통합 이후 벌써 이언주 의원의 부산지역 전략공천을 놓고 논란이 일었다. 게다가 기존의 한국당계와 새보수당계의 공천을 놓고 당내 분란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이 지역의 한 인사는 “통합당에는 유리한 조건이 만들어졌지만, 이를 담아낼 인물이 뚜렷이 보이지 않는 것이 흠”이라면서 “민주당의 노력보다 통합당에서 얼마만큼 능력이 있는 인물을 공천할지, 그리고 공천 잡음을 얼마만큼 줄일 수 있을지가 낙동강 벨트의 승부수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은 낙동강 벨트에서 승리한 것이 제1당 쟁취의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면서 “통합당의 흐름이 강하긴 하지만 2040세대를 중심으로 한 민주당 표가 많아 몇몇 지역에서는 민주당 승리의 가능성이 보인다”고 예상했다.

낙동강 벨트와 한강 벨트의 양당 결전은 전혀 다른 이슈를 놓고 펼쳐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홍형식 소장은 “낙동강 벨트에서는 경제 문제가 최대 이슈가 되겠지만 한강 벨트에서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가 다시 이슈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제2의 조국 사태’ 논란이 한강 벨트의 선거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조국 백서> 필자인 김남국 변호사는 금태섭 의원의 서울 강서을에 2월 19일 공천을 신청하면서 ‘조국 대전’ 논란이 다시 이슈가 됐다.

통합당은 황교안 대표-나경원 전 원내대표-오세훈 전 서울시장으로 한강 벨트의 선을 그려놓았다. 장성철 소장은 “통합당으로서는 한강 벨트 가운데 이 지역을 차지해야 전체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면서 “게다가 이들 정치인이 총선에서 살아 돌아와야 차기 대선에서 통합당의 대선후보군이 풍부해진다”고 말했다. 장 소장은 “지금은 명망가들이 이 벨트에 더 투입될 수 있는지 여부가 한강 벨트의 승부를 가를 수 있다”고 말했다.

한강 벨트, 조국 사태 이슈화 가능성

민주당은 일찌감치 이낙연 전 총리를 ‘정치 1번지’ 종로에 배치해 선점 효과를 누렸다. 광진을의 오세훈 전 시장에 맞설 인물로 고민정 전 청와대 대변인을 지목해 전략공천했다. 나경원 전 원내대표가 출마하는 동작을 역시 전략공천 지역으로 선정했다. 민주당으로서는 전략공천 지역 선정으로 한강 벨트의 승리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지역에서 지역위원장으로 활동했던 강희용 예비후보는 “민주당을 비롯한 각 당에서 이 지역 여론조사를 돌려본 결과 나 전 원내대표에 맞서는 경쟁력이 나타났음에도 불구하고 전략공천 지역으로 선정한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한강 벨트에서는 민주당의 우위가 나타나고 있다. 갤럽의 2월 둘째 주 정기조사에서 서울지역(전체 192명)에서 민주당의 지지율은 34%, 통합 전 한국당의 지지율은 17%였다. 두 배 정도의 차이가 있는 셈이다. 인천·경기지역(310명)에서는 더 큰 차이가 났다. 민주당 지지율은 41%였고, 한국당 지지율은 17%였다. 엄경영 소장은 “민주당은 전통적으로 서울에서 강세를 보였고, 인천·경기에서는 보수 야당과 접전을 펼쳐왔지만, 최근에는 반대로 인천·경기는 민주당이 강세인데, 서울에서는 민주당과 보수 야당의 격차가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여론조사와는 달리 수도권의 현장에서 뛰는 민주당 후보들은 체감 민심이 녹록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비판에, ‘조국 대전 논란’이 악재로 등장했다. 홍 소장은 “한강 벨트에서 민주당이 내세우는 콘셉트가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다”면서 “적폐 청산이라든지 청와대 인물이라든지, 이것으로는 이번 선거에서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고 말했다. 엄 소장은 “한강 벨트에서는 보수텃밭이었던 강남 3구를 비롯해 양천·동작·용산 지역을 통합당이 다시 찾아올지, 아니면 민주당이 20대 총선의 승리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며 “20∼40대가 지난 총선 때처럼 대거 투표에 참여한다면 민주당이 한강 벨트를 지킬 수 있고, 투표율이 낮을 경우에는 통합당에게 유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윤호우 선임기자 hou@kyunghyang.com>

바로가기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