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 온도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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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모더니스트의 ‘불온한 혁신’

조선 후기의 문인 이덕무는 자신의 삶을 거침없이 살다간 조선 최초의 모더니스트로 불린다. 사상적으로는 북학파에 속하고, 문학적으로는 백탑파였던 그는 청나라의 근대적 지식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글을 쓸 때도 성리학의 규범적인 문장을 버리고 동심과 개성, 실험과 일상을 담은 글을 시로 표현했다. 가난한 서얼 출신으로 정규 교육을 거의 받지 못했으나 스스로 학문을 갈고닦은 모습 때문에 ‘책만 읽는 바보’라는 별명까지 붙을 정도였다. 새로운 글의 영역을 개척하고 익숙하지 않은 영역에 두려움 없이 도전했던 이덕무에게 반해 그의 시를 옮긴 역자는 이덕무의 ‘불온한 혁신’이야말로 시대를 넘어 현대의 독자들에게도 타성을 깨뜨리는 깨달음을 준다고 강변한다.

[신간]시의 온도 外

이미 당대에도 이덕무는 조선을 넘어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문장가로 이름을 높였다. 때로는 천진한 동심을 담은 글쓰기를 선보이고, 때로는 참신하고 통찰력 있는 시와 산문으로 청나라에까지 이름을 떨쳐 ‘한시 4대가’라는 호칭을 얻기도 했다. 물론 그의 시가 찬사만 들은 것은 아니다. 대표적으로 그를 혹평한 유득공의 숙부 유금은 이덕무의 시가 거칠고 비루하다고 했다. 하지만 연암 박지원은 그 혹평을 도리어 비판하면서 이덕무의 시가 동시대 조선의 풍속과 유행을 읊고 있기 때문에 만약 공자가 살아 돌아와 다시 <시경>을 편찬한다면 반드시 이덕무의 시가 실릴 것이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흥미롭게도 유금은 훗날 이덕무의 시를 청나라에 가져가 반정균에게서 “이덕무의 시는 평범한 길을 쓸어버리고 새로운 길을 열었다”는 최고의 비평을 받아왔다. 일상생활에서 마주하는 모든 것을 시의 소재로 삼아 보잘것없는 것의 아름다움을 포착하기도 했던 이덕무의 시도는 그 자체로 ‘혁신’이라고 역자는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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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제우의 세금수업 | 장제우 지음·사이드웨이·1만5000원

증세는 어느 정권에서나 피하고 싶은 주제다. 그러나 통계분석가인 저자는 세금을 둘러싼 논의를 게을리한 대가로 IMF 외환위기와 같은 충격을 피할 수 없었다고 말한다. 다양한 통계와 연구자료를 통해 왜 세금을 더 내야 삶을 바꿀 수 있는지를 조목조목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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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사람에게 지지 않으려고 쓴다 | 정희진 지음·교양인·1만4000원

‘나는 왜 쓰는가’라는 질문을 치열하게 고민한 저자가 자신이 글을 쓰면서 느낀 두려움과 부끄러움을 고백하면서 글쓰기의 윤리를 성찰했다. 글쓰기란 상대를 설득하고 자신도 성장할 수 있게 쓰는 사람과 읽는 사람 모두를 다각도로 고려하는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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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노트 | 김규항 지음·알마·1만4400원

10개의 장으로 구분된 119개의 짤막한 글들로 이루어진 책은 현실자본주의의 한계를 해부하며 새로운 개인으로 깨어나기를 제안한다. 새로운 사회에 맞는 투쟁과 연대, 실천이 이어질 때 혁명이 도래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김태훈 기자 anarq@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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