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슈퍼푸드’ 시금치, 과잉 피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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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추워지면 기다려지는 나물이 있다. 바로 시금치다. 콩나물처럼 적정 온도와 수분만 유지해주면 빠르게 자라기 때문에 하우스재배를 통해 사시사철 맛볼 수 있다. 국민음식 김밥에 들어갈 정도로 흔하다. 차례·제사상에도 청적황백흑의 오방색(五方色)을 맞출 때 대표로 들어가기도 한다. 식당의 기본 반찬으로 나와도 맛 한번 보지 않고 지나가는 적도 있다. 그러나 ‘겨울 시금치는 금치’라며 겨울철에는 손수 사와 정성껏 손질하고 요리해 먹는다. 이때 뿌리의 식감이 가장 살아 있고 맛이 달다. 특히 방풍나물처럼 바닷바람을 맞으며 자란 시금치가 웃자라지 않고 옆으로 퍼지면서 뿌리부터 잎까지 골고루 영양분이 퍼져 맛이 좋다고 한다.

한국에서는 시금치를 주로 데쳐서 나물로 무쳐 먹고 토장국을 끓이는 데 넣기도 한다. 중국에서는 시금치를 주로 기름에 볶아 먹는다./농사로

한국에서는 시금치를 주로 데쳐서 나물로 무쳐 먹고 토장국을 끓이는 데 넣기도 한다. 중국에서는 시금치를 주로 기름에 볶아 먹는다./농사로

<뉴욕타임스>가 선정한 ‘10대 슈퍼푸드’에 들어간 시금치는 아시아 서남부 일대가 원산지다. 쌍떡잎식물 중심자목 명아줏과의 한해살이풀 또는 두해살이풀이다. <동의보감>을 비롯한 한의학 서적에는 ‘파릉’이라는 약재명으로 통한다. 파릉의 ‘파’는 페르시아를 뜻하며, 중국을 거쳐 우리나라로 들어왔다는 설이 유력하다. 지중해식 요리에 시금치가 다양하게 활용되는 것은 원산지와 관련이 있어 보인다. <동의보감>에는 “오장(五臟)의 순환을 원활히 도우며, 위장을 비롯한 대·소장의 열기를 소통시킨다. 또한 술독을 잘 풀어준다”고 나온다.

<본초구진>에는 “변비에 효과가 좋으며 치질·치루 등으로 인한 여러 불편 증상에 쓰인다”고 되어 있다. 위장관 내의 염증과 술로 인한 습열독(濕熱毒)을 꺼뜨리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시금치의 본래 성질이 차갑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과하게 먹으면 “다리에 힘이 풀리게 되고 허리통증을 발생하게 한다”고 나온다. 뱀장어와 같이 먹으면 토하고 설사하며 배가 뒤틀어지는 곽란증이 생길 수도 있다.

권혜진 원장

권혜진 원장

‘시금치’ 하면 떠오르는 만화 캐릭터가 있다. 바로 뽀빠이다. 왜 그는 정의롭게 힘을 써야 할 때 시금치 통조림을 먹어댔을까? 한의학에서는 열독을 풀어줄 뿐이며, 도리어 과하게 먹으면 다리가 연약하게 된다고 경고하는데 말이다. 힌트는 그의 복장에 있다. 뽀빠이는 선원이었다. 통조림이 개발되기 전까지 긴 항해를 하는 선원들의 영양 상태는 엉망이었다. 시금치는 비타민A의 전구물질인 베타카로틴이 다량 함유되어 있어 채소와 과일이 아쉬웠던 선원들에게는 ‘구원’과 같았을 것이다.

식물성 식이섬유질까지 풍부해 가스 차오름이나 변비에 효과적이었을 것이다. 골수에서 DNA를 합성할 때 꼭 필요한 엽산도 시금치에 풍부하다. 임산부와 성장기 아이들에게 특별히 더 추천하는 나물이다. 그러나 시금치를 오랜 기간 과잉 섭취하면 신장과 방광에 결석을 유발할 수 있어 하루 500g 이하로 섭취를 권장한다. 자주 보았고, 쉽게 구할 수 있다고 귀하지 않은 건 아니다. 소박할지 모르겠지만 담담하고 속을 편하게 하는 시금치 된장국 한술 뜨면서 훈훈한 겨울 저녁을 보내시길 바란다.

<권혜진 청효대동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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