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 이야기

“택시로 모빌리티 혁신 가능하다”
  • 인쇄
  • |
  • 목록
  • |
  • 복사하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마카롱택시 운영하는 KST모빌리티 권오상 전략총괄이사

택시 파업 소식을 전하는 기사에는 항상 달리는 댓글이 있다. ‘파업 덕분에 도로가 쾌적하다’, ‘장기 파업을 하길 바란다’는 내용이다. 댓글이 사실이든 아니든 택시기사는 대개 여론의 지지를 받지 못한다. 택시와 타다가 격돌했을 때도 여론은 타다의 편에 섰다. 불편하고 불친절하며 승차거부를 일삼는 택시 대신 깨끗하고 친절한 타다를 이용하게 해달라는 여론이 압도적이었다.

사진 / 김기남 기자

사진 / 김기남 기자

불편한 택시는 낮은 택시요금과 사납금, 열악한 처우, 부족한 인력이 맞물려 빚어낸 결과다. 이용자에게 친절함을 제공할 필요가 없는 구조다. 이용자가 그 속사정까지 헤아릴 수는 없다. 택시는 달라질 수 있을까. 사람들이 택시를 좋아할 수 있을까.

마카롱택시를 운영하는 KST모빌리티 권오상 전략총괄이사(40)는 “가능하다”고 말한다. 나아가 그는 택시가 모빌리티 혁신을 이끌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탈 것’이라고 믿는다. 1월 28일 권오상 이사를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인터뷰는 서울 용산구 후암동 KST모빌리티 사무실에서 진행됐다.

-마카롱택시에 대해 설명해달라.

“브랜드 가맹택시다. 직접 택시 운영도 하고 가맹 사업도 한다. ‘마카롱’은 서비스 브랜드다. 마카롱택시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예약하고 호출하면 된다. 택시면허는 159개 보유하고 있다. 앞으로 더 매입해서 1000개를 채우려고 한다. 가맹은 서울 1200대, 지방까지 합치면 1800대 정도다. 외관도 다르지만 기존 택시와는 서비스의 질에서 차이가 있다. 친절함은 기본이다. 매뉴얼을 통해서 마카롱택시만의 서비스를 고객에게 제공한다. 말 안 걸기와 같은 소극적인 서비스가 아니라 적극적인 배려 서비스를 지향한다.”

-예를 들자면 어떤 서비스인가.

“마카롱택시를 이용해 정기적으로 한의원을 가는 어르신이 있다. 병원 방문을 위해 마카롱을 찾는 고객인데 ‘의료 서비스가 필요한 고객’이라는 정보가 마카롱 쇼퍼(운전기사)에게 공유된다. 부축이 필요한지, 병원 문을 열어드려야 하는지와 같은 개별 서비스 매뉴얼도 생성된다. 매번 다른 쇼퍼가 어르신을 모시더라도 불편함이 없도록 배려하는 거다.”

-예약이 어렵다는 후기가 많다.

“수요는 많은데 공급을 다 못하는 상황이다. 운행할 수 있는 차량이 부족하다. 호텔로 치면 만실이다. 예약을 통해 서비스를 선점하는 고객이 많다. 금요일쯤 되면 돌아오는 일주일치 예약을 다 하는 경우도 흔하다.”

-택시업계는 마카롱을 어떻게 보나.

“우리가 면허를 산다고 하니 이참에 면허를 넘기고 정리하려는 법인이 많다. 50대 미만의 영세한 택시법인 쪽에서 매물이 계속 나온다. 얘기를 들어보면 ‘운영이 너무 힘들고 혼자서는 아무리 해도 안 된다. 이제는 지쳐서 팔고 싶다’고 한다. 마카롱·카카오와 같은 매수자가 있으니 면허 가격은 오르는 게 맞는데 매물이 넘치다 보니 오르지 않는다. 법인택시 면허는 5500만원선, 개인택시는 서울 기준 8000만~9000만원선에서 거래된다.”

-마카롱이 알려지면서 KST모빌리티를 신흥 택시회사라고들 본다.

“자회사가 택시를 운영하고 있으니 당연히 운송사업자라고 부르는 것도 틀린 얘기는 아니다. 하지만 우리는 스스로를 플랫폼 사업자로 본다. 일본의 MK택시처럼 택시비를 벌어 재벌이 되려는 게 아니다. 우리가 택시에 뛰어든 건 모빌리티 플랫폼을 만들기 위해서다. 택시를 통해 고객의 이동 데이터를 모으고 킥보드·렌터카·항공까지 이어지는 교통이동서비스 멀티플랫폼을 만들 계획이다. 택시는 한국에서 유일한 ‘도어 투 도어’ 이동 수단이자 플랫폼 사업자들이 가장 뚫기 어려운 상대다. 피할 게 아니라 정면으로 돌파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현 택시 시스템 안에서는 모빌리티 혁신이 어렵다고 한다. 택시는 공유경제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택시로도 충분히 모빌리티 혁신이 가능하다. 한국은 대중교통이 발달했고, 도시 인구밀도도 높다. 이런 상황에서는 우버형보다는 택시형이 더 유리하다. 모빌리티 혁신에서 공유를 운운할 필요는 없지만 굳이 공공이 재화를 나눠쓴다는 공유경제 관점에서 보면 택시도 공유에 속한다. 예를 들어 타다를 금지하면 승차공유를 막는 것이라고 하는데. 타다와 택시는 구조상 다르지 않다. 법인택시는 보유한 차량을 손님이 필요할 때 보내고 이용하게 한다. 타다도 소유 차량을 손님이 부르면 보내서 이용하는 것 아닌가. 만약 타다 덕분에 자가용이 줄어서 타다가 공유경제에 기여한다고 하면 택시도 마찬가지로 공유경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거다. 전국에 택시가 25만 대 있다. 이미 공유차량을 25만 대 갖고 있는 건데, 지금도 남아돈다. 정부에서 어떻게든 줄이려고 하지만 타다는 오히려 차량을 늘리고 있다. 그것도 11인승에 1명이 이용하는 비효율적인 차량이다. 현재 타다 운영방식은 공유경제와 맞지 않는다.”

-다양한 모빌리티가 나와야 자율주행시대와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자율주행 서비스를 위해서는 데이터가 필수다. 무인차가 돈다고 가정해보자. 이용자와 운전자의 경험이 녹아든 데이터가 필요하다. 택시는 필요한 데이터를 수집하기에 적합한 모빌리티다. 자율주행시대에도 사람을 이동시켜주는 ‘탈것’을 택시라고 부를지는 모르겠지만 탈것이 움직이기 위해서는 택시의 노하우가 있어야 한다. 현대차가 우리 회사에 투자한 이유도 고객 경험과 데이터를 얻기 위해서다.”

-정부의 택시 개편안과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이 나왔다. 내용을 보면 택시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데 모빌리티 산업을 택시 운동장에 몰아넣고 가둔 것 아닌가.

“택시 운동장은 맞다. 그런데 많이 다른 운동장이다. 지금까지는 선을 그어 놓은 특정 종목의 전용 운동장이었다면 지금은 경계가 사라진 종합 운동장이다. 야구를 할 사람은 야구를 하고 펜싱을 할 사람은 펜싱을 하면 된다. 그게 가능해졌다. 세부 시행령이라는 중요한 과제가 남았지만 규제를 허물자는 취지는 상당 부분 반영됐다고 본다. ‘택시는 구악이고 정부는 규제를 만들어 혁신을 막는 악마다’라는 이런 프레임은 건강하지 않다. 오히려 문제 해결을 어렵게 만들고 미래를 불투명하게 만든다. 규제가 거추장스러운 플랫폼 입장에서 국토부를 편들 생각은 없지만 이번에 내놓은 개편안은 나름 합리적이라고 본다. 해외에서 우버를 다 허용해줬더니 어떻게 됐나. 기존 택시는 무너지고 교통 혼잡은 늘어났다. 우버 이용비는 올랐는데 운전자 수익은 줄었다. 다시 규제를 만들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 나쁜 선례를 따라가지 않겠다는 게 이번 개편안의 핵심이다.”

<반기웅 기자 ban@kyunghyang.com>

바로가기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