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NC ‘낙동강 더비’ 올해는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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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에서 지역 간 맞대결은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 가운데 하나다. 프로야구도 마찬가지다. 부산·경남 지역에 홈구장이 있는 롯데와 NC는 ‘낙동강 더비’로 불린다.

민병헌이 2019년 11월 6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9 WBSC 프리미어 12 대회 예선C조 호주와의 경기에서 2회말 1사 1루 1타점 적시타를 치고 있다 / 이석우 기자

민병헌이 2019년 11월 6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9 WBSC 프리미어 12 대회 예선C조 호주와의 경기에서 2회말 1사 1루 1타점 적시타를 치고 있다 / 이석우 기자

프로야구 원년 팀인 롯데는 2011년 제9구단으로 탄생한 NC의 형님 격이다. 그러나 성적 면에서는 NC가 앞선다. 통산 전적은 66승 2무 44패로 NC가 압도했다. 2019시즌에도 NC는 롯데와의 맞대결에서 11승 5패로 우위를 점했다. NC는 정규시즌 5위, 롯데는 최하위에 머물렀다. 하지만 2020시즌 두 팀의 맞대결 전망은 섣불리 예단할 수 없다. NC는 나성범이 돌아오면서 새로운 목표로 우승을 정조준하고 있다. 롯데는 성민규 단장을 주축으로 한 ‘프로세스’를 바탕으로 비시즌 동안 가장 뜨겁게 전력 보강을 한 팀으로 주목받고 있다.

#예상치 못했던 허문회-이동욱의 인연 NC와 롯데의 감독은 특별한 인연이 있다. 두 사람 모두 부산 출신으로 롯데에서 함께 뛰던 시절이 있었다. 1994년 LG에서 데뷔한 허 감독은 2001~2002년 롯데 유니폼을 입었고, 이 감독은 1997년부터 2003년까지 줄곧 롯데에서 선수 생활을 했다. 둘의 인연은 지도자 생활에서도 이어졌다. 허 감독은 2007년부터 2011년까지 LG 2군에서 타격코치를 맡았고, 이 감독은 1루 수비코치를 했다.

2012년부터 둘은 다른 길을 걷게 됐다. 이 감독이 2012년부터 NC로 팀을 옮겼다. 허 감독은 상무를 거쳐 2019시즌까지 키움 수석코치로 있었다. 먼저 감독이 된 쪽은 이 감독이었다. 2019시즌을 앞두고 NC의 지휘봉을 잡았다. 1년 뒤에는 허 감독이 롯데 사령탑에 올랐다.

둘은 사적으로도 종종 연락할 정도로 가까운 사이다. 이 감독은 허 감독이 롯데 감독 후보군에 올랐을 때 내심 좋은 소식을 기대했던 사람이다. 그리고 결국 같은 지역 라이벌의 사령탑으로 마주하게 됐다.

#두산 출신 주장들의 만남 민병헌-양의지 2020시즌 롯데의 주장은 민병헌이다. NC는 선수단의 의견을 모아 양의지가 주장 완장을 차기로 했다. 두 명 모두 두산 출신으로 자유계약선수(FA) 계약을 통해 팀을 바꿨다. 민병헌은 2017시즌을 마치고 4년 80억원에 롯데 유니폼을 입었다. 양의지는 1년 뒤 4년 125억원에 NC로 이적했다. 거액의 몸값을 받은 두 명의 선수가 주장을 맡은 건 프로 데뷔 이후 처음이다.

민병헌은 지난해부터 주장 역할을 해왔다. 당초 주장이었던 손아섭이 전반기를 마친 뒤 완장을 내려놓았고, 뒤를 이어받아 민병헌이 임시 주장 역할을 했다. 민병헌은 야수 후배들뿐만 아니라 투수 후배들에게도 적극적으로 조언을 했다. 투고타저의 양상 속에서도 타율 3할(0.304), 9홈런 등을 기록했다.

양의지는 실질적인 정신적 지주 역할을 했다. 2019시즌 주장은 나성범에서 박민우로 바뀌었지만 양의지가 공수에서 중심을 잡았다. 양의지는 타율 0.354를 기록하며 이 부문 타이틀을 거머쥐었고, 안방마님으로서 젊은 투수들을 이끌었다. 양의지 덕분에 NC는 2018년 팀 평균자책점 최하위(5.48)에서 2019시즌에는 4.01로 5위까지 올랐다. 새 시즌에는 두 명의 주장 리더십에도 뜨거운 관심이 모아질 전망이다.

#나성범 돌아온 NC, 우승 정조준 NC는 지난 1월 9일 열린 시무식에서 우승을 향해 마음을 한데 모았다. 게다가 이동욱 감독의 2년 연장 계약까지 완료하며 우승을 향한 의지를 다졌다. 2018시즌 최하위에서 2019시즌 단숨에 5위권으로 치고 올라간 NC가 다음 목표로 가장 높은 곳으로 잡은 것은 믿을 구석이 있기 때문이다.

새 시즌에는 중심 타자 나성범이 합류한다. 나성범은 1군 데뷔 첫해였던 2013시즌(0.243)을 제외하고 2014시즌부터 지난 시즌까지 꾸준히 타율 3할대를 유지했다. 2015시즌부터 2018시즌까지 세 자릿수 득점을 기록하기도 했다. 나성범은 그러나 2019년 5월 초 무릎 인대를 다치는 부상을 입었고, 수술대에 올라 시즌 아웃됐다. 9월부터 미국으로 떠나 자신의 에이전트인 보라스 코퍼레이션의 관리하에 재활훈련을 했다. 올해 초 80~90%까지 컨디션을 올려둔 상태다. 아직까지 타격이나 수비 등에서 실전 감각을 완전히 회복하지 못했지만 개막전 합류 전망은 밝다. 나성범이 합류하면 NC의 타선은 더욱 무서워진다.

테이블 세터에는 지난 시즌 타율 리그 3위(0.344)였던 박민우가 있다. 중심 타선에는 양의지와 새 외인 타자 애런 알테어가 있다. 양의지는 콘택트 능력이 좋고 홈런을 20개 이상 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알테어는 메이저리그 통산 1156타석에 들어서 타율 0.219, 37홈런, 150타점을 기록했다. 여기에 나성범까지 합류하게 되면 타선은 쉬어갈 부분이 없다. NC는 하위 타선도 강한 팀이기 때문이다.

#프로세스 야구로 달라진 롯데 롯데는 이번 비시즌 동안 가장 많이 주목을 받았다. 성민규 롯데 단장이 지난해 9월 부임하면서 많은 변화를 겪었다. 특히 스토브리그에서 팀의 약점을 보완하는 움직임을 가장 활발히 진행했다. 일단 취약점으로 지목된 포수 전력 보강에 성공했다. 롯데는 강민호(삼성)가 떠난 이후인 2018~2019년 두 시즌 동안 ‘약한 포수’ 때문에 애를 먹었다. 하지만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롯데는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 나온 이지영·김태군 등에게 목매지 않았다. 2차 드래프트에서도 포수 대신 외야수를 지명하는 등 특별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새 외국인 타자를 포수로 영입할 시나리오도 생각했던 롯데는 ‘플랜 B’를 적극적으로 가동했다. 바로 트레이드로 포수를 영입한 것이었다. 롯데는 지난해 11월 한화와 2 대 2 트레이드로 투수 장시환을 내주고 포수 지성준을 데려왔다.

팀의 약점을 트레이드로 보완한 롯데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그다음에 롯데가 챙긴 부분은 2루수였다. 롯데는 지난 1월 6일 안치홍을 2+2년 최대 56억원에 계약하면서 취약점이던 내야진의 구심점을 잡게 됐다. 또한 ‘집토끼’ 전준우도 4년 최대 34억원에 앉혔다. 특히 전준우는 본래 포지션인 외야가 아닌 1루수로 전업을 시키면서 탄탄한 내야진을 구성하게 됐다. 동시에 외야 한 자리를 놓고 유망주들을 경쟁시켜 시너지 효과를 내는 방향으로 기대해볼 수 있게 됐다. 아직 시즌 뚜껑을 열어봐야 알겠지만 롯데가 변화하고 있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전력만 보면 아직 롯데는 NC에 밀리고 있다. 그러나 두 팀의 맞대결이 더 이상 허무한 승부로 끌려가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만큼은 확실해 보인다.

<김하진 스포츠부 기자 h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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