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절의 힘’ 지상파도 접수한 카피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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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의 카피(copy) 전쟁 속에서도 방송인 카피추의 ‘영리한 변화구’가 통했다. 복제 캐릭터가 표절을 추구하는 유튜브 콘텐츠로 심상치 않은 인기몰이에 성공하더니, 이제는 지상파까지 점령했다.

카피추의 시작은 유튜브 ‘유병재’ 채널이다. 지난해 10월 ‘창조의 밤-표절제로’란 영상을 선보이며 대중의 눈과 귀를 단숨에 사로잡았다. 해당 영상에서 카피추는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라는 문구를 내걸고 일생을 산에서만 살아온 ‘자연인’ 콘셉트로 등장, 유명곡들과 어딘가 모르게 닮은 자작곡을 천연덕스럽게 발표하며 웃음을 선사한다.

추대엽 인스타그램

추대엽 인스타그램

첫 영상 공개부터 화제였다. 기존 영상들이 100만 이하 조회수를 기록한 데 비해 ‘창조의 밤-표절제로’ 1부 영상은 553만이 넘는 조회수(15일 기준)를 기록했고, 2부(417만)와 3부(349만) 역시 히트하며 신드롬에 불을 댕겼다.

인기의 가장 큰 요인은 참신한 콘텐츠 기획이었다. 야금야금 표절하고 의혹이 일어도 늘 ‘모르쇠’로 일관한 방송가와 달리 대놓고 ‘표절’하는 뻔뻔한 기획이 ‘병맛’ 감성을 건드린 것. 2002년부터 방송 활동을 이어온 개그맨 추대엽은 신분을 철저히 부정한 채 복제 캐릭터 ‘카피추’를 능청스럽게 연기한다. 여기에 재밌는 개사와 멜로디 리메이크로 탄생시킨 표절곡을 ‘영감 받아 직접 만든 노래’라고 우기는 그만의 B급 유머가 어우러진다. 예능계와 가요계에서 끊이지 않았던 표절 논란과 묘하게 겹쳐지며 웃음을 참을 수 없는 ‘아이러니’를 선사한다. 자연스러운 블랙코미디다. 이뿐만 아니라 유병재와 카피추의 ‘티키타카’까지 곁들여지며 콩트의 재미를 배가한다.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플랫폼을 선택한 것도 신의 한 수였다. 언제 어디서나 간편하게 볼 수 있어, 단시간 내 입소문이 났다. URL 링크도 가능해 소셜미디어(SNS)를 통한 채널 구독자수 유입도 어렵지 않았다. ‘B급 코드’에 열광하며 하루종일 휴대전화를 끼고 사는 1030세대가 카피추의 ‘단단한 팬덤층’을 형성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카피추의 본체 추대엽에겐 ‘전성기’가 열렸다. 자신의 이름을 딴 ‘카피추’ 채널을 인기리에 오픈하는가 하면, 다수 라디오 프로그램과 MBC <전지적 참견 시점>도 접수했다. 또한 최근 유병재의 소속사인 샌드박스네트워크와 전속계약도 체결했고, 여러 편의 광고에서 러브콜이 쏟아지고 있다. ‘표절’이란 소재로 데뷔 18년 만에 ‘꽃길’을 연 셈이다.

2~3년 전 지상파 코미디 프로그램이 사라지면서 위기를 맞이하기도 했던 그는 인생 제2막에 황홀한 마음을 표현하기도 했다. 1월 11일 방송된 <전지적 참견 시점>에서 “유튜브 파급력이 이 정도인지 상상도 못 했다. 사라질 뻔했던 개그를 유병재가 살려줬다”며 “코미디를 할 만큼 했다고 생각했다. 발버둥치던 차에 유병재가 연락해왔고, 이렇게까지 사랑받을 줄 몰랐다”고 속내를 내비쳤다.

카피추는 점점 더 진화하고 있다. 표절곡 콘텐츠뿐 아니라 또 다른 대세 캐릭터 ‘펭수’와 동일인물이란 온라인커뮤니티 루머까지 개그로 십분 활용하며 반경을 넓히고 있다. 그의 다음 발걸음이 기대되는 이유다.

<이다원 스포츠경향 기자 eda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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