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오디션 ‘가짜’ 논란 점입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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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 되면 ‘진짜’가 있었을까 싶다. 케이블채널 엠넷의 ‘국민 오디션’은 ‘대국민 사기극’으로 추락했고, 까도 까도 나오는 조작 논란에 연습생과 팬, 시청자까지 피해자만 늘어갈 뿐이다. 지난해 7월 쏘아 올린 CJ ENM 제작 오디션 프로를 향한 ‘조작 논란’의 불씨는 여전히 뜨겁다. <프로듀스> 시리즈와 <아이돌학교>에 이어 이번엔 2016년 방영된 <모모랜드를 찾아서>가 논란에 휩싸였다.

<프로듀스X101>의 프로젝트 그룹 엑스원 / 엑스원 공식 SNS

<프로듀스X101>의 프로젝트 그룹 엑스원 / 엑스원 공식 SNS

문제의 시작은 엠넷 <프로듀스> 시즌 4인 <프로듀스X101>의 생방송 문자투표가 조작 의혹을 사면서다. 이는 <프로듀스> 시리즈 제작진에 대한 고소·고발로 이어졌고, 수사 과정에서 <프로듀스> 시리즈를 연출한 안준영 PD는 소속사에 접대와 향응을 받고 일부 투표를 조작했음을 시인했다.

<프로듀스> 시리즈는 CJ ENM 제작 오디션 프로그램 가운데 단연 ‘간판 프로’였다. 시리즈를 통해 배출된 프로젝트 그룹들은 아이돌사에 새로운 기록을 새기며 신인으로서는 누리기 어려운 최고의 인기를 구가했다.

걸그룹 모모랜드 멤버 데이지 / MLD엔터테인먼트

걸그룹 모모랜드 멤버 데이지 / MLD엔터테인먼트

이런 <프로듀스> 시리즈가 무너지자 기다렸다는 듯 의혹이 터져나왔다. 2017년 방영된 <아이돌학교>도 참가자들을 통해 “예선부터 합격자가 정해져 있었다”는 폭로가 전해지면서 현재 경찰수사가 진행 중이다. 뻗친 망신살을 미처 수습하기도 전에 걸그룹 모모랜드를 탄생시킨 오디션 프로그램 <모모랜드를 찾아서> 역시 내부 고발이 제기됐다. 모모랜드 멤버인 데이지는 최종 멤버가 결정된 당일 탈락한 자신에게 소속사 측으로부터 모모랜드 합류를 제안받았다고 했다. 모모랜드 기획사가 제작비 명목으로 멤버들에게 수억원에 달하는 비용을 부담시켰다고도 밝혔다.

이에 엠넷 측은 “<모모랜드를 찾아서>는 외주제작한 프로그램으로 당사가 관여한 부분은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엠넷 소속 PD가 참석했던 제작발표회나 모모랜드의 인기가 높아진 후 재편성된 방송을 본 시청자들을 설득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엠넷 오디션 프로그램 <모모랜드를 찾아서> 포스터 / 더블킥엔터테인먼트

엠넷 오디션 프로그램 <모모랜드를 찾아서> 포스터 / 더블킥엔터테인먼트

점입가경의 논란 속 <프로듀스X101>의 프로젝트 그룹 엑스원(X1)은 데뷔 4개월 만에 해체를 결정했다. ‘조작’이라는 주홍글씨가 붙어버린 이들은 결국 ‘프로듀스’의 꼬리표를 떼기로 했다.

‘미디어 공룡’의 식탐이 결국 탈을 낸 것이다. 국내 가요계를 뒤흔든 지진은 CJ ENM의 문화 산업 독점 지배 구조 속 예견된 수순이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시선이다. 지난해 12월 30일 갑작스레 진행된 뒤늦은 사과 발표 간담회에서 CJ ENM 측은 이번 사건을 두고 ‘개인의 일탈’이라고 딱 잘라 말했지만, 중소기획사의 연습생을 한데 모아 아이돌 그룹으로 데뷔시키며 기획과 제작에 참여해 수익을 내는 독보적 생태계 구조를 만든 것을 단순히 ‘개인소행’으로만 볼 수 있을까. 더불어 “오디션 프로 제작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기업적 차원의 계획도 전했다. ‘공정성과 신뢰성의 확보’를 기본 원칙으로 세울 것을 약속했으나 스스로 처참히 무너뜨린 신뢰를 다시 세울 수 있을지 미지수다.

CJ ENM의 오디션 프로 논란은 어쩌면 이제부터 진짜 ‘점입가경’일지도 모르겠다.

<김원희 스포츠경향 기자 kimw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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