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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 예측 어려운 ‘빅매치’ 지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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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 서울 강남 재탈환 의지 불태워… 부산지역 민주당 현역 수성 여부 관심

2004년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이 승리하면서 한나라당은 영남 지역에 고립되는 모습을 보였다. 2008년 총선은 정반대의 지형도가 펼쳐졌다. 한나라당이 압승하면서 통합민주당이 호남 지역에 고립되는 모습을 보였다. 이른바 ‘고립형’ 지형도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12월 21일 강원 고성군 산불 피해복구 현장에서 피해복구 현황을 보고받고 있다. / 연합뉴스

이낙연 국무총리가 12월 21일 강원 고성군 산불 피해복구 현장에서 피해복구 현황을 보고받고 있다. / 연합뉴스

이에 반해 동서(東西)를 반분한 후 상대 지역에 점조직처럼 진출하는 ‘동서형’ 지형도가 있다. 2012년 총선에서는 새누리당이 동쪽을 다 차지하는 한편 서쪽으로 영역을 넓히고, 민주통합당이 서쪽을 차지하는 형국이 됐다. 2016년 총선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이 수도권, 새누리당이 동쪽, 국민의당이 서남쪽을 각각 차지하는 형국이 됐다. 민주당으로서는 동남쪽에 일부 진출한 것이 눈에 띄었다.

서울 종로 ‘이낙연 대 황교안’ 불발될 듯

2020년 총선은 어떤 지형도를 그려낼까. 이상돈 바른미래당 의원(비례대표)은 ‘동서 반분’ 구도를 예상했다. 이 의원은 “영남과 강원을 비롯한 동쪽은 자유한국당이 강세를 보이고, 민주당이 호남 지역을 회복하면서 서울·수도권·충청·호남에 이르는 서부 벨트를 형성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4월 총선을 앞두고 지역 구도가 되살아났다”고 말했다. 전통적으로 영남에서 자유한국당이 강하고, 호남에서 민주당이 강했다. 이런 양상이 다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2016년 겨울 촛불혁명 이후 민주당의 바람은 서울 수도권을 중심으로 남쪽으로 강하게 몰아쳤다. 2017년 대통령 선거와 2018년 지방선거 때까지 이 기세가 유지됐다. 하지만 민주당세가 가장 약했던 대구·경북(TK)에서부터 한국당은 서서히 회복세를 보였고, 부산·경남(PK)과 강원·충청권으로 회복세가 확대됐다. 2020년 총선의 관건은 한국당이 영남권 벨트를 확장할 수 있을지, 민주당이 서울·수도권 벨트를 확대할 수 있을지에 달려 있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문재인 대통령의 고향이 PK지만 2016년 총선 때만큼 유지하는 것도 힘든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다만 민주당으로서는 국민의당이 없어지면서 호남에서 예전 의석을 재확보하는 기대감을 부풀리고 있다.

각 당이 총선 지형도에서 가장 신경을 쓰는 부분은 253석의 지역구 중 상징적인 지역구다. 민주당의 이해찬 대표 측은 “이 대표가 선거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각 지역의 판세를 결정할 수 있는 지역구에는 반드시 이길 수 있는 후보를 내보낸다고 봐야 한다”면서 “공략지에는 공격적으로 밀고 나가는 선거전략을 쓸 것”이라고 예상했다. 상징적인 지역구에는 경쟁력 있는 후보를 내세우고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인근 지역에도 영향력을 파급시킬 수 있다는 것이 이 대표 측의 주장이다.

한국당에서도 상징적인 지역구는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한국당의 한 의원 측은 “황 대표가 어떤 인재를 영입하고 어느 지역에 배치하려는지를 보면 한국당의 중점 지역구를 잘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가장 상징적인 지역은 종로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이 이 지역에서 승리함으로써 대권주자로 부각됐다. 정세균 총리 지명자는 20대 총선에서 새누리당 오세훈 후보를 물리쳤다. 정 지명자가 총리 후보가 되면서 이 지역에는 이낙연 총리의 출마가 유력해 보인다. 만약 황교안 한국당 대표가 출마해 둘이 맞붙을 경우 서울 종로구에서는 차기 대권 여론조사에서 각각 1, 2위를 달리고 있는 주자끼리의 ‘빅매치’가 벌어지게 된다. 이 총리는 12월 26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황 대표와의 빅매치 가능성에 대해 “당에서 제안하면 기꺼이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빅매치가 열릴 가능성은 매우 낮다. 황 대표가 종로에 출마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국당의 한 의원 측은 “황 대표가 전국 총선에 신경을 써야 하기 때문에 종로에만 매달릴 수 없는 형국”이라고 말했다.

차기 대권주자로 거론되던 오세훈 전 의원이 서울 광진을을 선택하면서 민주당으로서는 광진을도 무시할 수 없는 지역구가 됐다. 추미애 의원이 이곳에서 잇달아 당선됐지만 신임 법무부 장관으로 지명되면서 민주당으로서는 이곳에 새로운 후보자가 필요하다. 20대 총선에서 민주당 내 후보 경선에 참여했던 김상진 후보가 출마 선언을 했다. 당 내부에서는 오 전 의원과 맞붙어 승리할 만한 후보를 물색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서울 동작을 역시 나경원 전 한국당 원내대표에 맞설 후보를 민주당에서 새롭게 내세울 것이란 이야기가 계속 나오고 있다. 이곳에는 40대의 강희용 전 서울시의원(민주당)이 지역구를 탄탄히 다지고 나섰다. 진영 의원(행정안전부 장관)이 불출마하는 서울 용산 역시 관심이 쏠리는 지역구다.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 춘추관장 출신인 권혁기 후보가 출마한다. 이곳은 성장현 용산구청장이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당내 경선은 큰 의미가 없어졌다. 한국당에서는 권영세 전 의원과 황춘자 당협위원장이 출마할 예정이다.

[표지 이야기]승부 예측 어려운 ‘빅매치’ 지역은?

경기 의정부갑 ‘세습’ 논란 잠재울까

한국당은 20대 총선에서 밀렸던 서울 강남의 재탈환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때문에 민주당으로서는 진선미(강동갑)·심재권(강동을)·최재성(송파을)·남인순(송파병)·전현희(강남을) 의원의 수성 여부가 관심사가 되고 있다. 2018년 지방선거에서는 민주당이 서초구청(조은희 청장)을 제외하고 압승했기 때문에 강남에서 새로운 금배지의 출현도 기대하고 있다. 현역 의원으로는 박경미 민주당 비례대표 의원이 서초을(현재 박성중 한국당 의원)에 도전하고 있다. 박 의원은 “지역에서 기반을 다지기 위해 열심히 뛰고 있다”고 말했다.

수도권에서 관심 지역은 문희상 국회의장의 지역구인 경기 의정부갑이다. 한국당은 패스트트랙과 필리버스터 정국에서 문 의장을 비판하며, 공공연하게 ‘세습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한국당은 문 의장이 아들인 문석균씨를 이 지역에 출마시키기 위해 편파적인 운영을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문씨는 민주당의 예비후보심사를 이미 통과했다. 김상일 시사평론가는 “경기 의정부갑의 지역 공천이 민주당의 공천 공정성을 가늠하는 바로미터가 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민주당의 강세 지역인 일산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20대 총선에서 당선된 고양정 지역구는 김 장관의 3기 신도시 발표로 지역구민의 불만이 들끓고 있다. 이 지역 주민인 한 유권자는 “3기 신도시 계획 때문에 지역 주민의 불만이 김 장관에 온통 쏠리고 있어 상전벽해가 됐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총선 출마 여부가 확정되지 않았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의 출마설이 나오고 있다. 이곳에는 한국당의 조대원 당협위원장이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김현아 비례대표 의원도 이 지역에 사무실을 냈다.

경기도에서는 또 성남 중원에서 윤영찬 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과 신상진 한국당 의원의 대결이 흥미를 북돋우고 있다. 현재 심재철 한국당 원내대표의 지역구인 안양 동안을은 이재정 민주당 의원, 임재훈 바른미래당 의원, 추혜선 정의당 의원(모두 비례대표)이 도전에 나서 네 명의 금배지가 하나의 금배지를 놓고 격돌하게 된다.

영남 지역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지역구는 대구 수성갑이다. 김부겸 민주당 의원이 한국당의 텃밭에서 다시 금배지를 달 수 있을지가 최대 관전포인트다. 김 의원의 경우 이 지역에서 다시 승리한다면 유력한 대권주자로 부상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한국당으로서는 역설적으로 이곳에서 거물급 후보를 내세워 김 의원의 당선을 저지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 이 지역에는 한국당에서 검사 출신인 정상환 변호사가 최근 출마를 선언했다. 한국당 내부에서는 정 후보가 검사 출신이기 때문에 황 대표와 가깝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부산에서는 민주당 현역 의원들의 수성 여부가 관심사다. 2016년 20대 총선에서 민주당은 부산에서 5석, 경남에서 3석을 차지해 기염을 토했다. 예상 밖의 결과였다. 하지만 이번 총선에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임명 논란’ 이후 PK의 상황이 민주당에게 많이 나빠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민주당으로서는 어느 지역이든 수성이 최대 과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부산에서는 대구의 김부겸 의원처럼 김영춘 민주당 의원의 지역구인 부산진갑이 화제의 지역구다. 김 의원이 이곳에서 다시 당선될 경우에 차기 대권주자에 낄 수 있는 기회를 갖기 때문이다.

울산의 지역구에도 시선이 쏠린다. 2018년 울산시장 선거를 놓고 현재 검찰수사가 한창이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울산 북구에서 이상헌 의원이 재보궐 선거로 당선돼 유일한 현역 지역 국회의원이다. 홍형식 소장은 “지방선거 논란이 있기 때문에 민주당으로서는 울산 지역 선거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박맹우 의원(전 한국당 사무총장)의 지역구인 남구을도 관심 지역구이다. 이 지역은 울산시장에 출마했던 김기현 전 울산시장과 박맹우 의원이 서로 ‘의원’과 ‘시장’ 자리를 맞바꾼 지역구다.

대구 수성갑 김부겸 또 승리할까

PK에서는 노무현·문재인 전·현 대통령과 관련이 깊은 지역구의 경쟁이 뜨거워질 전망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향인 김해을에서는 재보궐 선거에서 당선된 김정호 민주당 의원이 재선에 도전한다. 문재인 대통령의 고향인 거제도는 김한표 한국당 의원(현 원내수석부대표)이 지난 총선에서 변광용 민주당 후보에게서 불과 730표 차이로 신승했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이곳에서는 2017년 대선에서 문 대통령의 표가 많이 쏟아졌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집이 있는 양산에서의 선거도 관심을 끈다. 양산갑에서는 20대 총선에서 윤영석 한국당 의원이 승리했고, 양산을에서는 서형수 민주당 의원이 승리했다. 서 의원은 이번 총선에서 불출마를 선언했다.

호남 지역은 민주당이 어느 정도 회복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민주당은 20대 총선에서 국민의당 바람에 밀려 호남에서 불과 3석밖에 차지하지 못했다. 하지만 2017년 대선 이후 이곳에서 예전의 당세를 회복했다. 전남 목포가 관심 지역구다. ‘정치 9단’으로 불리는 박지원 대안신당 의원의 수성 여부가 결정된다. 민주당 지도부는 목포를 전략 지역구로 보고 있다. 이곳을 민주당 바람의 진원지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김원이 전 서울시 부시장이 민주당 후보로 나서 박 의원과 맞붙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광주에서는 천정배 의원이 차지하고 있는 서구을이 관심 지역구다. 양향자 전 삼성전자 상무를 비롯해 고삼석 전 방통위 위원, 이남재 시사평론가가 출마할 예정이다.

민주당은 전북에서의 바람도 기대하고 있다. 전주병에서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와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의 재격돌이 이뤄진다. 민주당은 이곳을 상징적인 지역구로 보고 있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전 원내대표가 있는 군산은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이 출마를 선언하면서 관심 지역구가 됐다.

한반도의 중간 지역인 충청·강원에서는 세종시가 상징적인 지역구로 떠올랐다. 세종시는 분구가 확실시되고 있다. 정부 종합청사가 있다는 이유로 한때는 서울 종로처럼 이낙연 총리와 황교안 대표의 맞대결이 예상되기도 했다. 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이완구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이곳에서 출마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김종민 민주당 의원이 20대 총선에서 이인제 전 의원을 꺾은 논산·계룡·금산 지역구도 관심을 끈다. 강원 춘천은 김진태 한국당 의원 때문에 민주당이 특히 신경을 쓰는 곳이다. 민주당에서는 허영 전 후보가 20대 총선에 이어 다시 도전에 나선다.

<윤호우 선임기자 ho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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