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범용 AI로 거듭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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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돌, 이세돌에 1패한 이유 주목… 예측 불허 실제 상황 적용에 물음표

이세돌 9단이 2019년 12월 21일 인공지능(AI) 바둑과의 은퇴 대국을 1승2패로 마무리했다. AI의 ‘실력’은 이미 널리 알려져 어느 정도 예상됐지만 이번 대결에서 오히려 주목받은 건 이세돌이 아니라 한돌의 1패였다. NHN의 바둑 인공지능(AI) 한돌은 첫날 대국에서 어이없는 실수로 패배했다. 한돌이 2점 접바둑에 관한 ‘학습’이 덜 됐기 때문이다. 한돌의 1패는 AI가 주어진 범주 안에서는 인간을 뛰어넘는 능력을 보이지만, 예측 불허 상황이 전개되는 실제 생활에 AI가 적용될 수 있느냐는 물음표를 던졌다. 전문가들은 아직은 가상의 세계에 머물러 있는 AI를 실생활에 무리 없이 적용하기 위한 연구를 지속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세돌 9단이 2019년 12월 21일 전남 신안군 엘도라도리조트에서 ‘바디프렌드 브레인마사지배 이세돌 vs 한돌’ 은퇴 대국에서 바둑판에 흑돌을 놓고 있다./연합뉴스

이세돌 9단이 2019년 12월 21일 전남 신안군 엘도라도리조트에서 ‘바디프렌드 브레인마사지배 이세돌 vs 한돌’ 은퇴 대국에서 바둑판에 흑돌을 놓고 있다./연합뉴스

산업계에서도 초기 단계지만 AI 관련된 제품과 서비스들을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특히 ‘신기술 각축전’인 미국의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인 CES에서 인공지능을 접목한 제품과 기술들이 화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실생활에 적용되는 AI는 아직?

“AI 바둑은 놀랍지만 아직은 사람이 바둑판을 보고 읽어주고, 바둑알도 놓아줘야 하는 반쪽짜리다. 사람이 바둑판의 돌을 살짝 건드리는 예상치 못한 상황만 만들어도 AI는 흔들린다.”

장병탁 서울대 AI대학원장(컴퓨터공학부 교수)의 말이다. 그는 이번 한돌의 패배를 보고 이렇게 말했다. 한돌은 보통 바둑에 관한 학습은 충분히 되어 있지만 2점 접바둑은 학습이 부족했다. 학습 기간은 2개월에 불과했다. 쉽게 말해 덜 배워서 어이없는 실수를 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예측 불허 상황이 전개되는 실생활에 AI를 적용해 실수라도 벌어지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불안감이 나온다. 자율주행차에 적용된 AI의 경우 학습되지 않은 상황에서 AI가 실수를 한다면 사람이 다치거나 사망하는 사고가 벌어질 수도 있다.

실생활에 적용할 수 있을 만큼 스스로 학습하고 사고하는 인공지능을 ‘범용 AI’라고 한다. 바둑이나 특정 영역에서만 인간 지능을 뛰어넘는 AI를 좁은 의미의 AI로 보자면, 범용 AI는 이보다 더 넓은 개념을 말한 것이다. 게임이나 바둑 영역에서는 AI가 인간을 평정했지만 ‘범용 AI’는 아직 미지의 세계다. 2016년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국 당시 데미스 하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CEO는 “인공지능은 아직 멀었다. 아직 게임을 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한돌이 이세돌과의 대국에서 당한 ‘1패’는 범용 AI로 갈 길이 멀다는 것을 잘 보여준 사례다.

현재 구글을 비롯한 전 세계 기업들은 범용 AI를 위한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범용 AI가 세상을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양상으로 바꿔놓을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도 2019년 11월 ‘삼성 AI 포럼 2019’를 열고 범용 AI 연구를 처음으로 공식 선언했다. 고동진 삼성전자 IT·모바일(IM)부문 사장은 “기존 AI 기술의 한계를 뛰어넘은 범용 인공지능 연구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LG전자와 CJ푸드빌이 패밀리레스토랑 ‘빕스’ 등촌점에 도입한 ‘LG 클로이 셰프봇’./LG전자 제공

LG전자와 CJ푸드빌이 패밀리레스토랑 ‘빕스’ 등촌점에 도입한 ‘LG 클로이 셰프봇’./LG전자 제공

1월 CES, 현재 AI 기술 수준 엿볼 수 있어

먼 미래의 인공지능이 아닌 현 수준의 인공지능 기술은 어디까지 왔을까. 현 수준의 인공지능 기술 발달을 가장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곳은 2020년 1월 초 미국에서 열리는 소비자 가전·IT 전시회인 CES다. 전 세계 155여 개국, 4500여 개 기업이 참가해 새로운 기술을 선보인다. 특히 인공지능과 관련된 글로벌 기업들의 최신 기술을 엿볼 수 있어 CES의 주인공은 가히 ‘AI’라고 할 수 있다. 범용 AI가 언제, 어느 수준까지 발달해 찾아올지는 누구도 답을 가지고 있지 않지만 CES는 범용 AI를 ‘맛보기’할 수 있는 공간인 셈이다.

기업들이 내년 CES에서 초점을 맞춘 AI 기술은 주방과 청소 영역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요리와 관련된 로봇 인공지능 기술을 공개할 예정이다.

LG전자는 손님맞이부터 주문, 요리, 설거지까지 모두 로봇이 맡아서 처리하는 ‘로봇 레스토랑’ 서비스를 공개한다. 자리 안내도 로봇이, 주문도 테이블에서 로봇을 통해서 하고 결제도 모바일로 한다. 물론 요리와 음식 배달, 설거지까지 로봇이 맡는다. 사람의 개입이 최소화된 시스템이다. LG전자는 CJ푸드빌과 함께 지난달 빕스 등촌점에서 국수를 만드는 로봇을 공개하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주방 도우미 로봇과 청소 도우미 로봇의 최신 버전을 공개한다.

안면인식 기술도 최첨단 인공지능이 적용된 분야 중 하나다. CES를 주관하는 미국 소비자기술협회(CTA)는 최근 발간한 ‘2020년 주목할 5가지 기술 트렌드’ 보고서를 통해 인공지능에 기반을 둔 사용자의 연령·성별·감정까지 파악할 수 있는 안면인식 기술을 내년 기술 트렌드 중 하나로 꼽았다. 안면인식 AI 기술은 이미 2018년 중국의 한 스타트업을 통해 실제 생활이 적용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당시 유명 가수 콘서트장에 나타난 지명 수배범을 콘서트장 출입구에 설치된 안면인식 카메라를 통해 잡을 수 있었다. 이제는 얼굴 식별은 물론 감정까지 파악하는 안면인식 카메라까지 나온 상태다.

1950년 말 시작된 AI 연구는 지난 30년간 인공지능의 ‘겨울’이라고도 표현할 정도로 침체기를 겪었다. 2016년 이세돌과 알파고 대국 이후 AI에 대한 관심이 점점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2020년에는 인공지능이 범용 AI로 거듭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장 교수는 “바둑 AI의 경우 지금은 가상의 세계에 머물러 있는데 AI가 로봇팔을 가지고 직접 바둑돌을 놓는다면 새로운 상황으로 받아들여 AI가 제대로 작동하기 쉽지 않다”며 “가상의 세계를 벗어났을 때도 AI가 대처할 수 있도록 ‘실세계 AI’를 더 많이 연구해야 하는 과제가 놓여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아직 가상의 세계에만 존재하는 인공지능은 ‘몸’은 없고 ‘마인드(정신)’만 있는 상태인데 실세계로 나온다면 몸을 갖게 돼 어마어마한 파급력이 생길 것”이라고 덧붙였다.

<임지선 산업부 기자 visi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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