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사령탑 3명 ‘야구는 데이터 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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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문회 롯데 감독, 허삼영 삼성 감독, 손혁 키움 감독

현대 야구는 ‘데이터’ 싸움의 완결판이라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각종 기록이 큰 영향을 미치는 야구의 특성상 데이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팀이 좋은 성적을 낸다. 트랙맨·랩소도 등 데이터를 활용한 장비들도 속속 투입되고 있다. 각 팀은 매 경기 선수들에게 데이터 자료를 제공한다. 올 시즌 타율 1위를 기록한 양의지조차 “데이터 분석을 통해 도움을 많이 받는다. 선수들은 그런 자료들을 알아서 잘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데이터 야구는 KBO리그에서 커다란 흐름이 돼 가고 있다.

왼쪽부터 허문회 롯데 감독, 허삼영 삼성 감독, 손혁 키움 감독 / 연합뉴스·각 구단

왼쪽부터 허문회 롯데 감독, 허삼영 삼성 감독, 손혁 키움 감독 / 연합뉴스·각 구단

NC는 데이터 야구와 관련해 좋은 사례로 꼽힌다. 2019시즌부터 지휘봉을 잡은 이동욱 감독은 데이터 활용에 능숙하다는 점을 구단 측에서 높이 샀다. 결국 NC는 1년 만에 꼴찌에서 5강 진출에 성공한 팀이 됐다. 키움 역시 데이터 야구를 내세워 좋은 성적을 냈다.

2020시즌을 앞두고 네 팀이 감독을 교체했다. 롯데·삼성·키움·KIA가 새로운 감독과 새 시즌을 맞이한다. 이중 외국인 감독(맷 윌리엄스)이 지휘봉을 잡은 KIA를 제외한 나머지 3팀은 ‘데이터 중시’ 철학을 가진 사령탑을 발탁했다. 허문회 롯데 감독, 허삼영 삼성 감독, 손혁 키움 감독은 각기 다른 색깔을 가지고 있지만 데이터 활용을 적극적으로 한다는 점에서 공통분모를 갖는다. 그러나 이들이 단순히 ‘숫자싸움’에만 집착하는 것은 아니다. 다음 시즌에 이들 세 명의 감독이 어떻게 데이터 활용을 하게 될지에 대해 답을 내놓았다.

허문회 롯데 감독 “데이터는 기본이다” 롯데는 한국시리즈가 끝나자마자 준우승팀인 키움에 몸담고 있던 허문회 수석코치를 새 사령탑으로 임명했다. 롯데는 시즌 종료 후 감독 선임 프로세스에 따라 국내·외 감독 후보들과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다. 선수단과의 소통 능력, 데이터에 기반을 둔 경기 운영 능력, 지도자로서의 성과 및 선수단의 신임도 등을 중심으로 다방면에 걸쳐 역량 평가를 시행했다. 특히 허 감독은 소통은 물론 데이터 활용 능력에서 점수를 많이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키움에서 수석코치를 할 때도 데이터를 바탕으로 팀을 높은 자리로 올리는 데 크게 기여했다.

허 감독의 선임은 롯데가 추구하는 변화의 메시지를 포함한 것이기도 하다. 롯데는 2019년 9월 성민규 단장을 자리에 앉힐 때부터 데이터 야구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고, 허 감독을 데려오면서 그 의지를 확고히 했다. 올 시즌 최하위를 기록한 롯데가 반등을 위해 확실한 변화를 맞이하겠다는 움직임이었다.

허 감독은 감독 부임 후 “그동안 쌓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데이터에 기반을 둔 경기 운영과 편견 없는 선수 기용을 통해 롯데가 롱런할 수 있는 팀이 되는 데 일조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데이터는 기본”이라고 강조했다. 데이터는 야구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도 녹아 있는 기본이라는 것이다. 허 감독은 “커피전문점을 개업하기 전에도 (고객의) 이동 경로 등을 조사하지 않나. 예전에는 통계학이 중시됐다면 이제는 ‘빅데이터’가 대세다. 현대 삶에 있어서 데이터는 기본적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최근에도 허 감독은 이 같은 생각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일상생활에서도 데이터가 깔려 있듯이 야구에서도 데이터는 그렇게 활용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마냥 신봉하지는 않을 예정이다. 허 감독은 “데이터는 승리에 대한 확률을 높이는 데 쓰이고 있다”고 했다. 허 감독에게 ‘데이터’는 조언자의 역할과 같은 것이다.

허삼영 삼성 감독 “모든 걸 데이터 기반으로” 허문회 롯데 감독만큼 ‘데이터 야구’로 주목받는 감독이 있다. 바로 허삼영 삼성 감독이다. 삼성은 2019시즌 8위에 머물렀고 시즌을 끝내자마자 감독 교체를 단행했다. 삼성 프랜차이즈 스타 중에서 새 감독이 나올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으나 삼성은 그 예상을 완전히 뒤집었다.

삼성은 허삼영 감독의 선임을 알리면서 “허 감독은 특히 데이터 야구에 강점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홍준학 단장은 허 감독의 선임 이유로 “야구를 잘하는 사람보다 야구를 잘 아는 사람을 원했다”고 밝혔다.

감독이 되기 전까지 전력분석팀장과 운영팀장을 겸한 허 감독은 ‘데이터 야구’의 산물 그 자체다. 특히 2018시즌부터 홈구장인 라이온즈파크에 트랙맨 시스템을 도입하고 운용하는 과정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허 감독의 데이터 활용도는 다른 감독들보다 훨씬 높아질 전망이다. 허 감독은 부임 당시 포부를 밝히며 “작전에는 한계가 있다. 내가 추구하는 것은 효율성”이라고 밝히며 데이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임을 밝혔다.

허 감독의 데이터 야구는 이미 시작했다. 외국인 선수를 뽑을 때부터 데이터를 기본 자료로 활용했기 때문이다. 홈구장의 특성을 잘 살린 외국인 선수를 뽑기 위해서 허 감독은 직접 도미니카로 넘어가 선수들을 보기도 했다.

마무리 캠프를 마친 허 감독은 다시 한 번 ‘데이터 야구’에 대한 가치관을 강조했다. 허 감독은 “모든 걸 데이터를 기반으로 할 것”이라며 “야구는 확률 게임이다. 또한 예측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확률을 높이는 데 쓸 예정”이라고 했다. 허문회 감독처럼 승리 확률을 높이기 위해 데이터를 활용한다는 점은 마찬가지지만 데이터에 대한 믿음은 허 감독이 더욱 두텁다는 점에서 다소 차이가 있다.

손혁 키움 감독 “데이터 바탕으로 선진 야구 구축” 2019 한국시리즈 준우승팀인 키움은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감독을 교체했다. 장정석 감독이 물러나고 SK의 투수코치였던 손혁 감독이 새 사령탑이 됐다. 이 과정에 대한 갑론을박이 이어졌고, 한동안 키움은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비시즌을 맞았다. 손혁 감독은 취임 당시 키움에 대해 “키움의 데이터 기반 선진 야구 시스템은 타 구단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며 “감독으로서 구성원 각자가 최고의 활약을 펼칠 수 있도록 돕겠다”고 했다.

손 감독 역시 데이터 활용에 일가견이 있는 인물이다. SK에서 투수진을 상대로 항상 자료를 가지고 다니면서 선수들에게 직접 알려준 것으로 유명하다. 말로 설명하기보다는 눈으로 직접 봐야 한다는 철학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SK는 강한 선발 마운드는 물론 강한 불펜도 갖출 수 있었다.

키움의 올 시즌 팀 평균자책점은 3.61로 리그 3위였다. SK의 평균자책점은 3.48로 리그에서 가장 좋은 기록을 냈다. 키움은 손혁 감독을 데리고 오면서 강한 마운드를 통해 다시 한 번 정상에 도전한다. 그 바탕에는 바로 ‘데이터’의 적극적 활용이란 전략이 깔려 있다.

<김하진 스포츠부 기자 h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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