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희 없는 「뉴스룸」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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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북·미 정상회담 생중계를 마친 손석희 JTBC 대표이사 사장(이하 손석희 사장)은 숨 돌릴 새 없이 귀국했다. 바로 다음 날 6·13 지방선거 방송 진행을 위해서다. 수면 시간은 고작 두세 시간. 앵커 손석희와 대표이사 손석희,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고군분투해야만 했던 에피소드다.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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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4개월 만에 JTBC <뉴스룸> 앵커직을 하차하는 손석희 사장에 대한 뒷말이 무성하다.

자세한 속사정이야 손 사장 자신만이 알겠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과거 사례에서 알 수 있듯, 손 사장 스스로 자신이 빠진 <뉴스룸>의 미래가 마냥 장밋빛은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알고 있다는 점이다. 그는 내부 구성원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후임인 서복현 기자(안나경 아나운서와 투톱체제, 주말은 한민용 기자 단독진행)가 맡게 될 앵커석을 ‘독이 든 성배’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그래서 손 사장의 <뉴스룸> 하차는 JTBC에 두 가지 과제를 안겼다. ‘손석희’라는 이름을 앞세워 보도와 제작 분야를 아우르며 종합편성채널 4사 중 독보적인 성장세를 보였던 JTBC가 이제 홀로서기를 해야 할 때라는 것, 그리고 스타 앵커의 힘이 아닌 오롯이 뉴스의 힘만으로 시청자와 직면해야 한다는 점이다.

2010년 당시 이명박 정부가 JTBC를 비롯한 종합편성채널 4사를 선정했을 때만 해도 방송가와 시민사회는 정부의 특혜 선정이라며 반발했다. TV조선과 채널A, MBN이 강남의 중·장년층 시청자들을 대상으로 한 일본식 와이드뉴스쇼를 시간대별로 선보이며 시청률 면에서 재미를 볼 때, JTBC는 조금 다른 길을 걸었다. 지상파 채널에서 거액을 안기며 스타 예능 PD를 스카우트했고, 톱스타가 출연하는 드라마를 연이어 제작했다. 여기에 <뉴스룸>에 손석희 앵커를 영입하며 보도부문의 사장 자리까지 안겼다.

<뉴스룸>은 시작부터 파격이었다. 백화점식 1분 리포트를 지양하고 초대석에 화제의 인물을 초대하는 심층 인터뷰를 선보였다. 마치 MBC 시절 진행한 라디오 <시선집중>을 TV 뉴스화한 듯한 구성은 낯설지만 신선했다. 손 사장이 방송 말미 직접 선정한 엔딩곡도 화제였다.

무엇보다 2014년 세월호 참사와 2016년 국정농단 사태의 도화선이 된 ‘태블릿 PC’는 손석희가 이끄는 JTBC 뉴스의 존재감을 각인시켜준 보도로 꼽힌다. 지상파 3사의 보도 기능이 무너진 이전 정권하에서 JTBC가 신뢰도 1위를 차지할 수 있게 된 결정적 계기가 됐다.

하지만 미디어 업계의 시간은 국방부 시계보다 빠르다. JTBC의 영화도 어느새 과거의 유산으로 남았다. 손 사장 자신도 교통사고 뺑소니건 등으로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손 사장이 스스로 적었듯, 그는 옛 방송 문화의 유산이다. ‘포스트 손석희’ 시대의 방송 뉴스는 어떤 지형도를 띠게 될까. JTBC는 손석희 부재라는 위기를 넘어설 수 있을까. 타 방송사는 이 기회를 어떻게 활용할까. 2020년, 새 부대에 담길 새로운 뉴스의 미래가 궁금해진다.

<조은별 브릿지경제 문화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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