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버의 고삐 풀린 ‘김건모 폭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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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김건모를 둘러싼 논란이 점입가경이다.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늦장가를 가는 ‘반백 살 국민 노총각’으로 대중의 축하를 한 몸에 받았지만 이제는 유흥업소 여직원을 성폭행한 의혹을 받는 처지다. 물론 진위는 아무도 모른다. 그저 유튜버의 자극적인 폭로만 켜켜이 쌓일 뿐이다.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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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은 변호사와 전직 기자들이 진행하는 한 유튜브 채널을 통해 폭로됐다. 보수 지지층을 대상으로 한 이 채널은 ‘단독입수’나 ‘충격폭로’라는 제목하에 주로 정권과 배치되는 주장을 내보내곤 했다. 이들이 피해자의 제보를 토대로 공개한 김건모의 성폭행 실태는 그 자체로 충격이었다. 김건모는 폭로 이후 진행된 콘서트에서 불편한 심경을 내비치며 프로답지 못한 모습을 보여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결국 전국투어 콘서트는 전면 취소했고, SBS <미운 우리 새끼>에서도 하차했다.

김건모의 성폭행 의혹은 기행을 넘어선 기만에 가깝다. 일각에서는 피해자가 유흥업소 여직원이라는 이유만으로 2차 가해를 가한다. 김건모 측 역시 보도자료에서 ‘거짓미투’라는 표현을 썼고, 언론은 ‘미투피싱’이라는 단어로 독자를 낚았다. 모두 가해자 중심의 선정성에서 불거진 시각이다.

하지만 채널을 운영하는 유튜버들의 폭로 수위만 놓고 보자면 이들의 진정성에 물음표를 가질 수밖에 없다. 현직 변호사와 전직 기자인 이들은 법조인과 언론인의 윤리를 뒤로 한 채 연일 필터링 없는 상세묘사로 불필요한 정보를 남발한다. 피해자를 대리한 변호사의 고소장 역시 구체적인 행위가 묘사됐다. 이는 어뷰징 매체들의 ‘받아쓰기’를 통해 포털사이트 뉴스에 고스란히 전달돼 민망함과 불쾌함을 더한다. 언론의 생태를 가장 잘 아는 이들이 자극적인 뉴스 생산으로 논란을 부추긴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피해자가 기성 언론이나 경찰이 아닌 유튜버들을 찾아간 것은 뉴스와 수사기관에 대한 신뢰도 하락이 가장 큰 원인일 것이다.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 속에서 기성 언론은 연일 대안 언론과 공방을 벌이며 벼랑 끝에서 밀려나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형국이다. KBS 취재진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아내 정경심 교수의 자산관리사 인터뷰를 짜깁기했다. 노무현재단 유시민 이사장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알릴레오’로부터 인터뷰 내용을 검찰에 유출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JTBC는 방탄소년단의 수익배분 문제를 제기했다가 소속사와 팬클럽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손석희 앵커가 직접 사과하기에 이르렀다. 대중이 언론 보도를 일일이 재단하고 검증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그렇다고 유튜버의 주장을 여과없이 받아들인다면 이 또한 언론의 책무를 벗어난 행위다. 잘잘못은 수사기관이 가릴 문제지만 이들의 주장을 토대로 한 뉴스 보도나 연예 정보 프로그램은 그 자체로 불편함을 안긴다. 사실 여부를 취재하기보다 가십으로 시청률을 올리려는 행태가 계속될수록 대중은 유튜버의 고삐 풀린 주장에만 귀를 기울인다. 잘못된 도돌이표에 마침표를 찍으려면 결국 언론의 정확한 취재만이 해답이다.

<조은별 브릿지경제 문화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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