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문화유산 ‘매사냥’ 기념우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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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사관학교, 서울시립대, 응봉동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독자에게 드리는 퀴즈입니다. 한번 맞춰보십시오. 힌트를 좀 더 드릴까요. 가수 배철수와 작가 황석영입니다. 짐작이 가십니까. 그렇습니다. 바로 ‘매’입니다.

우정사업본부(본부장 직무대리 정진용)는 2010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매사냥’ 기념우표 2종 41만 장을 11월 27일 발행했다.

우정사업본부(본부장 직무대리 정진용)는 2010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매사냥’ 기념우표 2종 41만 장을 11월 27일 발행했다.

공군사관학교 심벌은 보라매이고, 서울시립대 상징은 송골매입니다. 서울시립대 정문을 들어서면 위풍당당한 송골매 동문탑이 있습니다. <어쩌다 마주친 그대>라는 대중가요로 유명한 가수 배철수가 속한 밴드그룹이 송골매입니다. 응봉동의 동조(洞鳥)는 참매입니다. 동명은 응봉산에서 따온 것입니다. 응봉산은 매를 닮았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고요. 이 이름 때문에 조선 태조 때 이곳에 ‘응방(鷹坊)’을 설치했습니다. 응방은 매의 사육과 매사냥을 맡은 관청이었죠. 당연히 왕실전용의 매 사냥터로도 사용됐습니다. 그런 역사적 자부심을 느끼게 하는 흔적이 있습니다. 경의선 응봉역을 나오면 참매상이 위용을 자랑하며 서 있습니다. 보라매공원에도 있습니다. 우리가 얼마나 매와 친숙하게 지내왔는지를 잘 알 수 있는 일이죠.

이처럼 매가 우리 민족의 자랑이 된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습니다. 그 단서는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서양의학을 소개한 이규경의 <오주연문장전산고>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 책에 ‘해동청’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해동청은 우리나라에서 나는 사냥용 매를 말합니다. 그중에서도 장산곶매를 으뜸으로 쳤습니다. <오주연문장전산고>는 “우리나라 서쪽에 있는 해주목과 백령진에는 매가 매우 많이 난다. 전국에서 제일이다. 고려 때에는 응방을 두어 매를 원나라에 제공했으므로 중국에서 이를 해동청·보라매라고 했다”라고 적고 있습니다. 보라매는 새끼 매를 길들여 사냥하는 데 이용하는 매입니다. 가슴의 무늬가 세로로 난 게 특징입니다. 사냥기술이 뛰어났습니다. 옅은 푸른빛을 띤 것을 ‘보라’라고 했습니다. 보라는 황해도 방언으로 ‘담홍빛’을 뜻한다는군요. 실제 보라매 털빛은 곱고 옅은 푸른빛을 띱니다. 보라매 중 깃털이 흰색을 ‘송골’이라고 합니다. 송골의 의미는 확장됐습니다. 요즘은 산속에서 사는 매를 일컫기도 합니다.

해주목과 백령진에서 자라는 매가 바로 장산곶매입니다. 장산곶매는 사냥에 나가기 전날 밤 자기 둥지를 부수면서까지 부리를 가는 습성이 있습니다. 황석영의 소설 <장길산>은 장산곶매 전설로 시작합니다. 전설 속 장산곶매는 수리의 공격을 막아냅니다. 그 과정에서 심한 상처를 받죠. 상처에서 난 피는 만선풍어의 기쁨을 즐기기 위해 하얀 옷으로 갈아입은 장산곶 백성에게 떨어집니다. 장산곶매는 밤에 다시 구렁이의 공격을 받습니다. 사투를 벌이다가 구렁이와 함께 죽습니다. 죽은 이유가 뒤에 밝혀집니다. 마을을 표시하기 위해 매어둔 ‘시치미’의 실매듭이 그만 나뭇가지에 걸려 날 수 없었던 것입니다. 장산곶매는 시대의 상징입니다. 외세에 맞서지만 끝내 이겨내지 못하고 일제에 강점당하는 한민족을 대표합니다.

우정사업본부가 11월 27일 ‘매사냥’ 우표를 발행했습니다. 2010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를 기념한 것입니다. 이번 우표는 두 종류로, 한겨울 설원을 배경으로 매를 날려 보내려는 응사와 날개를 활짝 펼친 매의 모습을 담았습니다. 꿩을 두 발로 거침없이 낚아채는 매의 모습에선 웅장한 기개를 엿볼 수 있습니다. 고려시대 <제왕운기>에 백제의 국호를 한때 매를 뜻하는 ‘응준(鷹準)’이라 칭했다는 기록이 나올 만큼 매는 신성하게 여기는 동물이자 우리 민족의 혼이었습니다. 이번 기념우표 발행을 통해 우리 매사냥의 문화와 역사가 다시금 널리 알려지길 바랍니다.

<김경은 기획위원 jj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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