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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제 보험 비싼 보험료가 ‘문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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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의 민족’과 보험사가 제휴한 이륜자동차 보험 노동자 부담 가중

생활비를 보태기 위해 본업 외에 짬이 나는 시간에 앱에서 부업을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시간제 배달근무 방식인 ‘배민 커넥트’나 초단기 배송 아르바이트인 ‘쿠팡 플렉스’가 대표적이다. 배달 주문이 몰리는 시간에 업무를 분산할 수 있다는 장점에 업체들이 앞다퉈 이런 방식으로 인력을 모으고 있다. 문제는 배달이 운전을 해야 하는 위험한 직종의 하나라는 점이다. 배달 건수가 적을 경우 최저임금 수준의 벌이도 힘들다. 사고 위험도 높다. 최근 3년간 오토바이 사고로 숨진 이들의 약 30%가 배달업 종사자였다.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일하면서 주말에 배민 커넥트 활동을 병행하는 30대 직장인 ㄱ씨는 “서울 북부센터에서만 하루 한 건 이상의 사고가 난다”며 “인원이 1000명대라 해도 하루에 1명씩 다친다는 건 아주 위험한 일”이라고 말했다.

지난 11월 6일 서울 서초구 요기요 본사 앞에서 열린 배달앱 요기요 라이더 노동자 판정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 11월 6일 서울 서초구 요기요 본사 앞에서 열린 배달앱 요기요 라이더 노동자 판정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연합뉴스

이들은 의무적으로 가정용 이륜자동차 보험을 들긴 하지만 돈을 받고 사람을 태우거나 물건을 배달하는 ‘유상운송업무’ 중 사고가 나면 보장을 받을 수 없다. 별도로 유상운송특약을 들 수는 있지만 연간 보험료가 최대 1000만원 수준이라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선택이다. 배달앱 업계 1위 ‘배달의 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와 KB손해보험, 스몰티켓이 지난 11월 5일 정식 출시한 시간제 이륜자동차 보험은 이런 보험 사각지대를 없앴다는 의미가 있다. 배달앱을 켜서 끌 때까지, 즉 유상운송행위를 하는 동안 자동으로 보험에 가입된다는 의미에서 ‘온오프 보험’, 혹은 ‘주문형 보험’이라고 불린다. 아직은 개인이 가입할 수 없고 배민 커넥트에 등록된 사람만 일하는 동안 자동가입되는 구조다. 보험료는 배민에 남는 배달운행기록을 종합해 책정된다.

사업자가 보험료를 분담해야

배달업 종사자들은 시간제 보험 출시를 반기면서도 시간당 보험료(1770원)가 너무 비싸다는 입장이다. 하루 10시간씩 20일을 일한다면 한 달 보험료로 약 35만원을 내게 된다. 보험료가 수입을 맞추기 위해 급하게 일하게 만드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은 “쿠팡이나 부릉 등 다른 플랫폼 사업자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이 이 정도 보험상품이라도 만든 것은 진일보한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이 산업에서 발생하는 위험을 라이더가 다 떠안는 구조를 개선하지 않고선 좋은 보험을 만들어도 오히려 그 보험 때문에 더 위험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플랫폼 사업자가 보험료를 분담하는 방식 등으로 보험료를 낮추는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는 얘기다. ㄱ씨는 “기본 보험료 연간 50만원에 시간제 보험까지 들 경우 부담이 커진다”며 “보험료에 따른 회사 수익을 보험평가원이 감독해 적정가를 산정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존 보험을 KB손해보험으로 옮겨야 하는 것을 두고도 강제가입이라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에 대해 우아한형제 관계자는 “커넥트 가입자를 늘리기 위해 3사가 최대한 비용을 낮추려고 노력했다”며 “보험을 강제한다는 불만이 있을 수 있지만 사실 보험이 이 상품이 유일하고, 비용도 제일 유리하다”고 말했다. KB손해보험 관계자는 “보험료를 조정할 수는 있지만 손해율이 나쁘지 않다. 위험률이 낮다는 판단을 할 정도로 데이터가 쌓여야 가능할 것 같다”고 밝혔다.

<주영재 기자 j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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