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도쿄올림픽 방사능 논란, 정말 안전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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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2020년 도쿄하계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원전) 사고지에서 불과 70㎞ 떨어진 곳에서 야구경기를 치르기로 했다. 또 후쿠시마에서 생산될 쌀로 선수들의 밥을 지어 제공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이외에도 후쿠시마 원전 폭발사고 이후 원전 내부에 저장돼 있던 방사성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하겠다는 계획을 내비치기도 했다. 일본 정부는 경기장 대기 수치와 후쿠시마산 쌀의 방사선량이 기준치 이내로 측정돼 안전하다고 거듭 강조하고 있다. 해양에 방류하겠다는 방사성 오염수도 걸러내면 안전하다고 주장한다.

2011년 3월 원전 폭발사고가 발생한 이후 일본 후쿠시마를 찾은 기자들이 방호복을 입고 사고 원전을 취재하고 있다./AP연합뉴스

2011년 3월 원전 폭발사고가 발생한 이후 일본 후쿠시마를 찾은 기자들이 방호복을 입고 사고 원전을 취재하고 있다./AP연합뉴스

일본은 후쿠시마 원전 폭발사고 이후 9년 만에 개최하는 도쿄올림픽을 통해 일본이 방사선으로부터 안전하다는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그러나 후쿠시마 원전의 오염수는 오늘도 하루 170톤씩 늘어나고 있다. 후쿠시마 지역은 아직 방사성물질로 오염돼 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내년에 열릴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떠오른 방사능 안전 문제를 짚어봤다.

방사선 ‘안전기준 이하’면 영향 없나

2011년 일본 후쿠시마에서는 지진으로 인한 쓰나미가 후쿠시마 원전을 덮쳤다. 비상 전력까지 차단된 후쿠시마 원전의 핵연료봉은 녹아내렸다. 원전에서 엄청난 양의 방사성물질이 뿜어져 나왔다.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1986년 구소련에서 발생한 체르노빌 원전사고와 함께 국제원자력 사고등급(INES)의 최고 단계인 7단계(major accident)를 기록한 참사였다.

원전사고가 무서운 이유는 원자로 폭발 과정에서 배출되는 방사성물질이 생태계는 물론 인체에 큰 해를 입히기 때문이다. 방사성물질이란 방사선을 내는 물질을 말한다. 불안정한 핵은 붕괴되면서 에너지가 높은 입자나 전자기파를 방출하고 안정화된다. 이때 방사선이 방출된다. 세슘이나 스트론튬, 요오드 등이 대표적인 방사성물질이다.

다량의 방사선에 노출되면 세포의 DNA 구조 변형이 일어나 결국 암 등의 질환이 발생할 수 있다. 아주 많은 양의 방사선에 노출될 경우 사망에 이를 수 있기에 방사선은 안전기준 이내로 철저히 규제된다. 보통 100밀리시버트(mSv) 이상의 방사선에 노출되면 1000명 가운데 5명 정도가 암으로 사망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일반인이 1년간 노출돼도 안전하다고 보는 방사선량은 1밀리시버트다. 원전 작업 종사자는 이보다 방사선량 한도가 높다. 그런데 방사선 안전기준을 지킨다고 해서 무조건 안심해도 될까?

안전기준 이하라는 말이 곧 인체에 아무런 영향이 없다는 뜻은 아니다. 안전기준은 방사선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 우리 사회에서 방사선 피폭을 안전하게 규제하기 위해 관리 차원에서 정해놓은 수치다. 곧 사회적으로 정한 기준치라는 얘기다. 이 때문에 기준치는 나라마다 다를 수 있다. 보통은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ICRP)의 기준을 참고해 나라마다 안전기준치를 정한다.

그렇다면 후쿠시마에서 생산된 쌀에서 나오는 방사선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일본 정부는 일본 내에 유통되는 후쿠시마산 쌀은 방사선량이 기준치 이내라고 주장한다. 방사선은 저선량이어도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인체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예방학계에서는 영향이 불확실할 때는 가능한 한 인공 방사선을 피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더구나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산 쌀에 아직 원전사고로 인한 방사선이 나오고 있음에도 이를 올림픽 선수촌에 제공해 원전 안전을 강조하는 수단으로 쓴다면 이는 심각한 문제다.

방사선량이 적더라도 지속적으로 피폭되면 확률은 줄어들겠지만 암 발생과 무관하다 할 수 없다. 특히 어린이와 노약자들은 방사선 피폭에 더 취약할 수 있다. 과거 저선량 방사선은 인체에 해가 없고 오히려 이득을 준다는 호메시스 가설이 주도적으로 받아들여지던 시기가 있었다. 최근 들어서는 인체에 해가 없는 수준의 역치는 없으며, 방사선량이 줄면 암 발생 확률도 줄어들 뿐 발생 확률이 없지 않다는 선형 모델인 LNT 가설도 지지를 받고 있다.

오염수를 바다에 방출하겠다고?

일본 정부는 지난 9월 후쿠시마 제1원전에 쌓여 있는 고준위 방사성 오염수 100만여톤을 태평양에 방류하는 방안을 공론화하기 시작했다. 원전에 지하수가 계속 흘러들어 하루에도 170톤의 오염수가 새로 쌓인다고 한다.

일본 측은 오염수를 더이상 쌓아놓을 부지가 없어 오염수를 태평양에 방류하겠다는 계획을 내비쳤다. 부지를 추가로 확보하는 과정에서 주민 반발 및 추가 오염 문제가 대두될 수 있기에 바다에 방류하겠다는 카드를 꺼내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더 깊게 파고들면 일본이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하는 이유는 바로 이 방법이 가장 싸고, 쉽고 빠르기 때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환경오염과 주변국의 건강 위협은 뒷전이라는 것일까?

일본 정부도 고준위 방사성 오염수를 그대로 내보내겠다는 계획은 아니라고 한다. 다핵종제거설비(ALPS)를 이용해 오염수 내 방사성물질을 제거한 뒤 희석해 방출하겠다고 한다. 그리고 이것이 과학적으로 안전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과연 그럴까? 오염수에는 방사성물질인 세슘·스트론튬이 리터당 1000만 베크렐, 삼중수소가 약 120만 베크렐 정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모든 오염수를 ALPS로 정화해 내보내는 것이 어려울 뿐더러(현재 오염수가 100만톤에 달한다) 만약 오염수를 완벽하게 정화해낸다 하더라도 발암물질로 알려진 삼중수소는 제거되지 않아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삼중수소는 자연계에 존재하는 보통의 수소(H)보다 무거운 수소를 말한다. 수소원자는 양성자와 전자 하나씩으로 구성돼 있는데, 삼중수소 원자는 여기에 중성자가 2개 더 붙어 있다. 삼중수소는 산소와 결합해 물과 완전히 섞여 있어 걸러내기 어렵다. 다량의 삼중수소를 걸러내는 기술도 아직 개발되지 않았다. 일본 정부는 삼중수소가 섞여 있는 오염수에 다량의 물을 넣어 희석해 배출하겠다는 계획이지만 과연 급하게 희석해 배출하는 것이 최선인지 따져봐야 한다.

일본 쪽 해류가 일본과 동해 사이를 흐르는 쓰시마 해류로 흘러들기 때문에 일본이 오염수를 방류하면 동해로 유입될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8월 일본 연구진이 국제학술지 <오션 사이언스>에 발표한 논문을 보면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바다로 흘러든 세슘이 동해로 확산됐다. 원전에서 흘러나온 오염수는 대부분 쿠로시오 해류를 타고 북태평양으로 이동했지만 일부는 해류에서 떨어져 나온 물줄기를 타고 남쪽으로 이동했다. 이것이 쓰시마 해류를 타고 동중국해에서 동해로 흘러들어온 것으로 분석된다.

일본의 오염수 방류 계획은 결국 일본인은 물론 우리 국민의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동해로 유입된 방사성물질은 사고 발생 4~5년 뒤 최고 수치를 기록했다. 일본의 추가 오염수 방출도 향후 오랜 기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국 정부가 일본의 오염수 배출에 대해 인접국으로서 더욱 의견을 적극적으로 개진해야 하는 이유다.

<목정민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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