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리마마트>와 ‘사뚜’에 빠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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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나의 불금은 뜨겁다. 금요일 자정이 가까워지는 시각마다 정체 모를 외국인과 사랑에 빠졌기 때문이다. 그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뜻 모를 단어에 슬며시 미소를 짓게 되고, 행동 하나하나에 한 주간 스트레스를 날리곤 한다. 그들은 “사뚜사뚜~ 환영한다. 야야야~ 빠야카라뚜, 고객만족뚜”라고 노래하곤 한다.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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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드라마 <쌉니다 천리마마트> 속 ‘빠야족’의 이야기다. 김규삼 작가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 이 드라마는 DM그룹에서 성공가도를 달리던 정복동 이사(김병철 분)가 김대마 회장(이순재 분)에게 직언하다 그룹 ‘유배지’인 천리마 마트로 좌천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이순재·김병철·박호산·이동휘 등 쟁쟁한 출연진의 연기도 출중하지만 드라마 팬들이 꼽는 가장 큰 재미는 단연 ‘빠야족’이다.

‘빠야족’은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빠야섬에서 온 10명의 외국인 노동자다. 기괴한 뿔을 머리에 쓰고, 말끝마다 “~뚜!”라고 외치는 이들은 <쌉니다 천리마마트>에서 ‘일당백’을 담당한다. 카트가 없는 천리마마트에서 이들은 인간 카트를 자처한다. 바구니를 등에 맨 채 문 앞에서 일렬로 손님을 기다리다 100원을 낸 손님의 물건을 옮겨주곤 한다. 놀라운 언변으로 쇼핑가이드 역할도 도맡는다. 이를테면 “오늘은 생선 물이 좋다뚜” 하는 식이다.

빠야족의 핵심은 족장 피엘레꾸(최광제 분)와 그의 아들 찌에(엄태윤 분)다. 피엘레꾸 역의 최광제는 지난 7월 MBC <놀면 뭐하니>의 릴레이 카메라 편에서 이동휘의 지인 역으로 얼굴을 비췄다. 당시 이동휘는 “지난해 선배가 연출한 ‘얼쑤’라는 공연에서 광제씨를 보고 나서 머지않아 최고의 활약을 할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는데 역시나 예상 그대로”라고 말했다. 그때만 해도 <쌉니다 천리마마트>가 방송 전이라 최광제를 눈여겨보는 이가 많지 않았지만 이동휘의 예언은 적중했다. 최광제는 드라마 팬들 사이에서 ‘사뚜아저씨’란 애칭으로 찌에와 함께 빠야족의 인기를 견인한다. 극중 중독성 강한 빠야족의 언어 “~뚜” 역시 최광제가 빠야족 배우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며 직접 만든 결과물이다. 일본 유학 경험이 있는 그는 한국어로 나온 대본을 빠야족 언어로 바꾸기 위해 세계 각국의 언어와 한국어에 능숙한 외국인의 영상까지 참고했다고 한다. “~뚜”는 호감형 어미를 찾던 중 테스트 촬영에서 통과한 단어다. 이후 시청자들의 폭발적인 호응으로 드라마 시그니처 대사로 자리잡았다.

천편일률적으로 톱스타들을 기용하는 드라마들 사이에서 새로운 얼굴을 만나는 건 반가운 일이다. 연극무대에 주로 섰던 최광제는 지난해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 <미스 마: 복수의 여신>, <이몽> 등을 통해 브라운관으로 활동 무대를 옮겼다. 드라마 제작진에게 신인 기용은 도전이자 기회다. 모기업을 망하게 하겠다는 복수심으로 서류조차 제출하지 않은 빠야족을 모조리 정규직으로 채용한 정복동 사장의 선택이 의외의 매출 신장으로 이어진 것처럼 최광제와 빠야족을 선택한 <쌉니다 천리마마트> 제작진의 안목은 정확했다. 시즌2 제작 소식도 들려오는 만큼 불금에 나눴던 빠야족과 사랑도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사뚜사뚜~.”

<조은별 브릿지경제 문화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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