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를 넘어선 우주대스타 펭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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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김명중 사장은 요즘 20대들의 ‘인싸’(인사이더 인물)다. EBS와 유튜브를 넘어 타사까지 진출한 ‘펭수’ 덕분이다.

펭수는 남극 출신으로 나이는 10살, 키는 210㎝다. 큰 키와 독특한 눈모양 때문에 남극에서는 따돌림을 당하기도 했지만 뽀로로와 BTS의 나라 한국에서 우주대스타로 성장하고 싶어 남극에서 헤엄쳐 건너왔다. 현재 EBS 연습생 신분으로 2000평에 달하는 EBS 소품실이 숙소다.

E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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펭수는 유튜브 채널 <자이언트 펭TV>가 주활동 무대다. 연습생 신분이라 EBS의 주요 프로그램에 출연할 수 없어 유튜브 크리에이터로 나선 게 전화위복이 되면서 10~20대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유튜브 채널 속 펭수는 얼음 위 펭귄마냥 질주했다. 만나는 사람들마다 <자이언트 펭TV> 구독을 강요하고 담당 조연출인 박재영 PD를 매니저로 부려먹곤 한다. 시도 때도 없이 김명중 사장을 불러대는 바람에 김 사장은 20대의 스타로 떠올랐다. 펭수가 대중적 인지도를 갖게 된 <이육대(EBS 육상 선수권 대회)>에서는 “인사를 잘 안한다”는 선배 똑딱이의 꼰대같은 지적을 쿨하게 제쳤다.

때로 EBS의 선을 넘었다는 지적을 들을 만큼 탈권위적인 펭수의 모습은 이제 갓 사회생활을 시작한 20대들의 공감을 샀다. 대학 시절 차곡차곡 스펙을 쌓아 바늘구멍 같은 치열한 경쟁률을 뚫고 입사했지만 회사 선배들의 ‘라떼이즈홀스’(“나 때는 말이야”의 인터넷 표현)에도 싫은 내색 한 번 못하고, 보이지 않는 사회의 계급과 서열에 무너지기 십상이다. 아이디어를 내도 무시당하거나 선배들에게 도용당하기 일쑤인 미생들의 입장에서 선배와 사장에게까지 ‘마이웨이’인 펭수의 모습은 통쾌한 대리만족을 안긴다.

그래서일까. 주변에 적지 않은 동료들이 펭수 사진을 모바일 메신저 ‘프사(프로필 사진)’로 내걸고 있다. 사진 밑 자막에 따라 메신저 주인의 심기를 짐작할 수도 있다. “안되겠네 이거”라는 자막이 달렸으면 요즘 불만이 많은 친구, “최선을 다해 웃었음”이라는 자막이 달렸다면 직장에서 무리한 요구에 웃음으로 대처하겠다는 의미다.

펭수의 인기는 뉴미디어 시대 스타의 자격에 대해서도 다시금 생각하게 만든다. 펭수는 최근 SBS 라디오 <배성재의 텐>에 이어 MBC 라디오 <여성시대>, 그리고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 녹화까지 마쳤다. EBS를 퇴사하겠다는 펭수의 발언에 KBS 유튜브 채널 담당자는 “힘들 때 연락 달라”는 댓글을 남기기도 했다. TV가 스타를 만드는 시대는 지났고 더욱이 그 스타가 꼭 반듯하고 말쑥한 외모의 사람일 필요도 없다는 의미다.

이제 펭귄인형도 시대의 아이콘이 될 수 있다. 물론 제작진은 이런 해석에 동의하지 않는다. 펭수의 매니저 역할까지 도맡느라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는 <자이언트 펭TV>의 이슬예나 PD는 “펭수는 자신의 정체를 캐내는 시도를 탐탁지 않아 한다”며 “펭수는 펭수일 뿐이니 세계관을 지켜달라”고 당부했다. 그래서 펭수 굿즈는 언제 나올까. 눈이 빠지게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조은별 브릿지경제 문화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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