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찰청 정보 ‘알면 다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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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원문 정보공개는 단 1건…공개율 0.8%로 중앙부처 평균 45.4%와 대조

검찰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수사와 기소가 편파적이라는 의심을 받고, 검찰 내부의 위법행위에는 칼날이 무디다는 비판이 나온다. 검찰이 견제와 감시의 사각지대에 있기 때문이다. 감시를 하려면 정보가 필요한데 국민에게 공개된 검찰의 정보는 한줌도 안 된다.

지난 10월 16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교수가 6차 비공개 소환조사를 받고 있는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의 모습. / 연합뉴스

지난 10월 16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교수가 6차 비공개 소환조사를 받고 있는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의 모습. / 연합뉴스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가 지난 10월 10일 정보공개포털에서 확인한 결과 올해 1월 1일부터 9월 30일까지 9개월 사이 대검찰청이 공개한 원문공개 건수는 단 1건이었다. <주간경향>이 1월 1일~10월 17일로 검색기간을 정해도 변화는 없었다. 같은 기간 136건의 원문을 공개한 경찰청, 112건을 공개한 법무부, 71건을 공개한 법제처 등과 큰 차이가 있다.

대검의 원문공개 건수가 올해만 저조한 것은 아니다. 행정안전부가 지난 9월 발간한 <2018 정보공개 연차보고서>를 보면 중앙행정부처 평균 원문공개율이 45.4%인 데 비해 대검의 공개율은 0.8%에 불과하다. 49개 중앙행정부처 가운데 최하위다. 조민지 정보공개센터 사무국장은 “검찰이 정보공개에 대한 의지가 없다는 방증”이라며 “제도적인 감시·견제방안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본이라 할 수 있는 투명한 공개가 실현되지 않으면 검찰개혁은 아무런 소용이 없다”고 말했다.

정보공개제도는 공공기관이 보유·관리하는 정보를 공개해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하고 국민의 국정참여와 국정운영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데 목적이 있다. 한국은 1998년 세계에서 13번째,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정보공개제도를 도입한 이후 청구에 의한 정보공개 위주에서 선제적·능동적 정보공개로 전환하기 위해 2011년 사전정보공개, 2013년 원문정보공개 제도를 추가했다. 원문정보공개는 모든 시민들이 공공기관의 결재문서를 직접 확인해 정책 결정과정을 알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적극적 행위가 필요한 정보공개청구와 달리 원문정보공개는 정부·공공기관이 국민이 알아야 할 정보를 사전에 공개한다는 차이가 있다.

정보공개청구 시 비공개율도 높아

대검이 공개한 1건의 원문은 ‘대검찰청의 위치와 각급 검찰청의 명칭 및 위치에 관한 규정 일부개정령안 심사결과에 대한 보고’로 큰 의미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제도의 취지를 살리기에는 정보의 질이 떨어진다. 공급자의 시각에서 일방적으로 제공되고 있다는 얘기다.

대검은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정보공개법) 제9조에 규정된 비공개 기준을 따른 조치라고 밝혔다. 해당 조항은 공개 시 국가 안보 등 중대한 국익을 해치거나 진행 중인 재판이나 수사와 관련된 정보로 공개 시 직무수행을 현저히 곤란하게 하는 경우, 공개 시 사생활을 침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 등 비공개 사유를 정하고 있다.

시민단체는 검찰이 수사기관이라는 특수성을 감안해도 지나치게 폐쇄적인 태도를 보인다고 지적한다. 수사나 기소와 관련이 없는 행정문서까지 공개하지 않는 건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경찰청이 업무추진비 집행지침이나 포상심사 결과, 연구·개발사업 추진계획, 갑질 근절 추진방안 등과 관련한 문서를 공개하는 것과 비교된다.

이재근 참여연대 권력감시국 국장은 “검찰은 자신들이 생성한 자료나 문서를 전부 수사에 관련한 사항으로 분류하는 것 같다”며 “검찰이 국민의 감시에서 벗어나 있고 국민들의 알권리에 무심한 기관이라는 게 이번 결과로 확인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대검의 경우 원문공개율뿐 아니라 정보공개청구 시 비공개 비율도 높은 편이다. 중앙부처의 평균 비공개율은 8.9%인데 대검찰청은 14.2%이다. 7.0%인 경찰청의 두 배다.

지난해 <정보공개 연차보고서>를 보면 청구인이 중앙부처의 비공개 결정에 불복해 이의신청과 행정심판, 행정소송을 거쳐 인용판결을 받은 사례가 31건인데 이 중 21건이 대검 소관이다. 이어 법무부(4건), 경찰청(2건), 고용노동부(2건) 등의 순이다. 법원이 보기에 검찰의 비공개 사유가 타당하지 않다고 본 사례가 많다는 것이다. 검찰에 따르면 대부분 형사사건 기록 열람등사 불허처분에 대한 소송이었다.

조지훈 변호사(민변 디지털정보위원회 위원장)는 “시민들이 정보공개를 청구하면 공개하거나, 법원에서 승소판결을 받으면 공개하겠다는 태도는 시민들의 정보 접근권을 심각히 침해한다”며 “예산지출을 공개하지 않는 것은 그간 관행적으로 지출한 내용들이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조지훈 변호사는 “검찰이 기본적으로 정보공개 행위를 기관의 성격이나 역할에 비춰서 적절하지 않다고 스스로 잘못 생각하는 측면이 있는 것 같다”고도 덧붙였다.

가치있는 정보, 좋은 형태로 제공해야

해마다 검찰 보고서를 발간하는 참여연대의 경우도 검찰의 정보 비공개로 보고서 작성이 쉽지 않다고 전했다. 보고서를 발간하기 위해 매년 30여건 정도의 정보공개청구를 한다는 참여연대의 한 간사는 “정보공개법 9조에는 직무를 수행한 공무원의 성명과 직위는 비공개정보가 아니라고 명시되어 있는데도 주임검사의 이름을 공개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직무수행 공직자의 이름을 공개하지 않으면 책임성과 투명성에서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검은 “기관장의 업무추진비 지출내역 등 공개 가능한 부분은 각 검찰청 홈페이지에 주기적으로 공개하고 있지만 검찰 예산 대부분은 수사와 관련돼 공개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며 “앞으로 비공개 이유를 보다 엄격하게 검토해 비공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 문서는 적극 공개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검찰의 정보공개 의지가 부족해 보이지만 정부 일반으로 봐도 그리 후하게 평가하긴 어렵다. 정부의 주요 정책 결정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높지만 예외 사례에 해당할 여지가 조금만 있어도 전부 비공개 처분하는 관행이 만연하다. 정부의 투명성과 개인정보 보호의 균형이 자리잡지 않아 생기는 문제도 있다. 일례로 퇴직 후 취업제한 관련 정보공개를 청구할 경우 퇴직자의 이름을 개인정보라며 공개하지 않는 식이다. 과거 공개되던 정보들이 개인정보 보호의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비공개로 많이 바뀌기도 했다.

가장 큰 문제는 정부나 공공기관이 사전 공개하는 데이터들이 데이터라고 할 수 없는 수준으로 제공되는 것이다. 조민지 사무국장은 “한글 파일이나 PDF 파일을 데이터 분석이 가능한 엑셀 파일 등으로 재가공하려면 굉장히 많은 작업이 필요하다”며 “엑셀 파일을 일부러 PDF 파일로 변환해 올리거나 굳이 문서를 이미지로 스캔해 올리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공개만 하면 된다는 요식행위일 뿐 데이터를 활용한 분석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유종성 가천대 사회정책대학원 교수는 “빅데이터의 상업적 활용 이전에 공공적 활용이 필요하다”며 “조세정책이나 복지정책을 평가하거나 새 정책을 설계해 그 효과를 시뮬레이션할 때 정부의 행정 빅데이터 활용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주영재 기자 j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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