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체들 돌파구 마땅치 않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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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성숙기에 들어서 새 동력 고심… 업계 1·2위도 분위기 어수선

게임업체들이 제각각 살길을 찾고 있다. PC 온라인게임으로 고도성장을 거듭하다 2013년부터 모바일로 영역을 넓힌 게임업계가 다음 먹을거리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난 20년 동안의 성장기엔 부각되지 않았던 게임업계의 단점이 불거져 나오고, 외부 환경도 녹록지 않다. 새 성장동력을 찾기까지는 일단 버텨내는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마음 떠난 맏형, 외도하는 둘째형

게임업계 2위 업체인 넷마블은 정수기·비데 렌탈사업으로 눈을 돌렸다. 지난 10월 14일 웅진코웨이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뒤, 올해 안에 인수작업을 끝내기 위한 작업을 하고 있다.

넥슨의 모바일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V4’ 이미지 / 넥슨 제공

넥슨의 모바일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V4’ 이미지 / 넥슨 제공

넷마블의 모바일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세븐나이츠2’ 이미지 / 넷마블 제공

넷마블의 모바일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세븐나이츠2’ 이미지 / 넷마블 제공

엔씨소프트 모바일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리니지2M’ 이미지 / 엔씨소프트 제공

엔씨소프트 모바일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리니지2M’ 이미지 / 엔씨소프트 제공

게임과 연관성이 떨어지는 사업에 발을 돌린 이유는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넷마블은 코웨이 인수를 발표하며 “지난 5년간 100개 이상 게임사에 대한 인수 및 투자를 검토했다”며 “안정적인 수익과 개발력이 확보된 매력적인 투자대상이 희소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카밤·잼시티 등 해외 게임사를 인수한 넷마블은 넥슨과 소셜카지노 게임사 플레이티카 인수에는 성공하지 못한 바 있다.

1위 업체 넥슨은 여전히 뒤숭숭한 분위기다. 올해 초 김정주 NXC(넥슨 지주사) 대표가 넥슨 지분을 모두 팔려고 했다가 적당한 구매자를 찾지 못했다. 이후 넥슨의 흥행작 ‘던전앤파이터’를 개발했던 허민 원더홀딩스 대표를 개발 자문역으로 모셔온 뒤 ‘게임 옥석 가리기’를 벌이고 있다. 흥행할 만한 게임만 남겨두고, 나머지 게임 개발은 접겠다는 뜻이다. 넥슨은 “이로 인한 인력감축 계획은 없다”고 밝혔지만, 개발자들은 허민발 ‘칼춤’이 시작되지 않을지 전전긍긍하는 분위기다.

대형 게임사 3N(넥슨·넷마블·엔씨소프트) 중 1·2위의 행보가 이러하니, 중소 게임사들의 분위기도 좋을 리 없다. 중소 게임사 관계자는 “넷마블과 넥슨의 모습은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게임업계 전반의 분위기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게임업체들 돌파구 마땅치 않네

외부 상황도 좋지 않다. 중국·홍콩·대만은 국내 게임 수출의 60.5%를 차지하는데, 이 중 중국으로의 게임 수출이 2017년부터 막혔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 도입 이후 게임 유통 허가권인 ‘판호(版號)’를 국내 업체에 내주지 않는다. 반면 라이엇게임즈·수퍼셀 등 해외 업체를 인수한 중국 업체들은 국내에서 시장을 넓혀가고 있다.

지난 2분기 넥슨·넷마블·엔씨소프트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각각 19%, 46.6%, 19% 줄어들었다. 다만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지난 1월 발행한 ‘2018 대한민국 게임백서’에서는 게임산업의 순항을 예측했다. 게임산업 규모가 2018년 13조9094억원에서 2020년 14조8909억원으로 늘 것으로 본 것이다. 해당 백서를 작성한 송요셉 한국콘텐츠진흥원 박사는 “백서를 작성하던 시점에 미래를 예측한 것이어서, 현재 체감 분위기와 차이가 있을 수 있다”며 “다만 고도성장기를 지나 성숙기로 들어선 것이 맞다”고 말했다.

성장기에 돋보였던 게임업체의 장점이 성숙기엔 단점으로 드러나고 있다. 게임업계 인력 배치는 체계적 기준 없이 개발팀의 필요에 따라 알음알음 진행돼 왔다. 하나의 게임 개발이 끝나거나 중도 취소되면, 해당 개발팀에 참여한 개발자들은 대기발령 상태에 놓인다. 이후 개발자들은 자기소개서 제출과 면접을 거쳐 또 다른 팀에 합류한다. 만약 다른 개발팀에 참여하지 못하면 사실상 퇴직을 당하게 되는 구조다.

이 같은 인력 전환배치 방식은 개발자들이 스스로 원하는 팀에 참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과거엔 하나의 개발이 중도 취소돼도 새로 시작하는 팀에 뛰어들면 됐다. 하지만 중도 취소되는 개발팀은 많고, 새로 시작하는 팀이 줄어드는 요즘엔 고용불안을 피할 길이 없다. 지난 9월 3일 넥슨 노동조합 ‘스타팅포인트’가 “고용을 보장하라”며 게임업계 최초로 집회를 연 것도 이 때문이다.

새 동력 찾기까지 ‘버티기’

흥행산업인 게임은 ‘대박’에 의존한다. 대박 게임의 수익이 나머지 게임의 개발비용을 충당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흥행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는 새로운 시도들을 줄인다. 그보다는 ‘리니지’ ‘세븐나이츠’ 등 기존 지식재산권(IP)에 기대면서 기존 게임 사용자들에게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안정적인 방식을 택한다. 최근 몇 년간 새로운 형태의 게임이 사라지고,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가 주로 나오는 게 이 때문이다. 이 같은 모습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다음 세대 게임으로 불리는 VR(가상현실)·클라우드 게임은 아직 멀리에 있다. 이 게임들은 5G 이동통신이 실내에서 터져야 원활하게 즐길 수 있는데, 실내에서 5G가 터질 만큼 5G 기지국이 설치되기까지는 2~3년이 더 걸린다. 부분 유료화로 수익을 얻는 게임업체가 월정액 수익을 얻는 VR·클라우드 게임에 어떻게 적응할지도 과제다. 업계 관계자는 “접속 불안정으로 게임을 하다 ‘버벅거림’이 발생하면 몰입도가 크게 떨어진다”며 “VR·클라우드 게임이 과연 폭발적인 수요를 창출해낼지 의문스럽다”고 말했다.

다만 게임산업이 성숙기에 들어섰다고 게임산업이 망하는 건 아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게임 이용자는 포화상태에 도달했지만, 해외 시장은 충분히 커지고 있다”며 “‘검은사막’(펄어비스), ‘배틀그라운드’(크레프톤)의 성공에서 보듯, IP 개발에 힘을 쏟는 업체가 결국 살아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IP 투자든, 인수든 시장이 정체된 상황에서 활로를 찾으려는 업체들의 몸부림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곽희양 산업부 기자 huiya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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