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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대전의 여성 암호해독자들

<코드걸스> 리자 먼디 지음·이순호 옮김 갈라파고스·2만7000원

전쟁이 벌어지면 평시에는 잊고 있던 국가의 단면이 극적으로 드러난다. 오로지 승리라는 목표를 위해 동원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이 체계적으로 집결된다. 어느 국가가 더 많은 역량을 끌어모아 집중시킬 수 있느냐가 승패의 관건이기 때문이다. 전쟁 당시에는 물론 종전 이후에도 실질적으로 막대한 전공을 세우는 데 기여한 집단이 국가의 영광 뒤에 잊혀버리는 일이 흔한 것도 여기에 기인한다. 책은 미드웨이 해전, 노르망디 상륙작전 등 2차 세계대전의 중요한 분수령마다 미국과 연합군의 승리를 이끈 이면에 여성 암호해독자들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그러나 그들의 존재는 그동안 이상하리만치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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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사의 전면은 물론 곁가지로라도 ‘여성 암호해독자’들의 모습이 드러날 수 없었던 까닭은 무엇일까? 그리고 전시와 전시 이후의 삶은 어떤 것이었을까? 이러한 물음을 시작으로 책은 당시의 상황을 추적해 간다. 당시 막 암호해독에 발을 뗀 1940년대 미국에선 암호해독이 따분한 일, 전장을 뒤에서 돕는 부차적인 일로 간주되어 재능 있는 여성들을 적임자로 여겼다. 하지만 꾸준함과 함께 예리한 직관력이 필요한 이 일에서 여성 암호해독자들이 큰 성과를 보이며 이들은 연합군이 주도권을 잡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됐다. 그럼에도 여성들은 이 일이 임시적이고, 전쟁이 끝나면 다른 일자리를 찾아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오히려 그런 체념 때문에 각자의 성취를 위해 경쟁하는 대신 서로의 역량을 협력하는 데 집중할 수 있었다. 그리고 또 하나, 비밀 엄수 규정은 여성 암호해독자들의 존재가 숨겨진 채 승리에 기여하게 된 요소이자 전후 이들의 공로가 인정받지 못한 이유이기도 했다. 책은 이렇게 다양한 방식으로 역사 속에 숨어 있던 유공자들을 급박한 전쟁 상황과 암호해독 과정에 대한 생생한 묘사를 통해 현장감 있게 그려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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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살인자에게 무죄를 선고했을까? | 페르디난트 폰 쉬라크 지음 이지윤 옮김·갤리온·1만4000원

자신의 의뢰인이었던 범죄자들의 인생을 풀어낸 독일의 형법전문 변호사가 법이 내리는 처벌의 의미와 존재가치가 무엇인지 이야기한다. 저자가 담당한 2500여건의 사건 중 가장 충격적인 12개 이야기를 통해 법과 범죄행위, 그리고 정의의 관계를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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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들의 야간중학교 | 서아귀 지음·유라주 옮김·오월의봄·1만9000원

일본 오사카에서 1990년대부터 전개된 ‘다이헤지 야간중학교 독립운동’은 재일 조선인 할머니 학생들이 차별의 산물인 열악한 교육환경에 맞서 싸우며 진행됐다. 이 운동을 다각도로 파헤치며 노년 이주민 여성들이 어떻게 배울 권리의 주체로 일어섰는지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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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를 이기는 철학 | 오가와 히토시 지음·장인주 옮김 처음북스·1만1000원

다가오고 있는 인공지능이라는 거대한 물결 앞에서 인간이 맞서 생존할 수 있는 힘을 철학적 사고력에서 찾을 수 있다고 말하는 책이다. 유연한 사고로 창조할 수 있는 인간만의 능력을 키우는 사고법을 구체적으로 소개한다.

<김태훈 기자 anarq@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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