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국민 아이돌’ TF보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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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보이즈는 2013년 8월 첫 싱글앨범 ‘꿈의 출발(夢想起航)’을 내면서 데뷔한 중국의 3인조 남성 아이돌 그룹이다. 왕쥔카이(20), 왕위안(18), 이양첸시(18) 3명으로 구성돼 있다. 데뷔 첫해에 ‘청춘수련수첩’이라는 노래로 중국을 넘어 아시아권 여러 나라에서 인기를 얻으며 ‘슈퍼 아이돌’로 부상했다.

8월 10일 중국 선전에서 공연하는 TF보이즈.

8월 10일 중국 선전에서 공연하는 TF보이즈.

중국 아이돌 그룹 TF보이즈는 공산주의청년당 등 중국 공산당과 밀접한 관계를 맺어왔다. 이 때문에 서방 언론에서는 이들을 ‘팝 프로파간다’라 부르기도 한다. / 비주얼차이나그룹·게티이미지

중국 아이돌 그룹 TF보이즈는 공산주의청년당 등 중국 공산당과 밀접한 관계를 맺어왔다. 이 때문에 서방 언론에서는 이들을 ‘팝 프로파간다’라 부르기도 한다. / 비주얼차이나그룹·게티이미지

중국 대중가요를 가리키는 ‘만도팝’ 시장에서 TF보이즈의 영향력과 인기는 압도적이다. 중국판 트위터 격인 웨이보에서 3명의 팔로어를 합하면 2억명이 넘는다. 충칭 태생으로 배우 활동도 겸하고 있는 왕쥔카이는 1990년대 이후 출생한 세대를 가리키는 ‘지우링허우’ 가운데 최고 부자로 꼽힌다. 왕위안은 가수뿐 아니라 작곡가로도 활동한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2017년 그를 ‘세계의 영향력 있는 10대 30명’ 중 한 명으로 꼽았다. 2018년부터 유니세프 친선대사를 맡고 있으며 자기 이름을 딴 ‘위안 재단’이라는 자선재단도 만들었다. <장안12시진> 등 유명 드라마에 출연해 배우로도 인기를 얻은 이양첸시는 세계보건기구(WHO) 금연홍보대사이며, 역시 자신의 이름을 딴 자선재단을 갖고 있다.

홍콩 시위가 세계의 이슈가 되자 중국 본토 네티즌들이 나서서 ‘중국에 반하는’ 기업과 브랜드들과 스타들을 공격하고 있다. 미국 프로농구(NBA)도 공격대상이 됐다. 중화권 스타들은 어느 때보다 과열된 ‘사상검증’을 받고 있다. 홍콩 경찰과 시위대가 부딪치는 동안 스타들은 줄줄이 웨이보에 “나는 오성홍기를 사랑합니다” “홍콩 경찰을 지지합니다”라는 애국심 인증글을 올려야 했다. 그러지 않으면 배겨날 수 없기 때문이다. 중화권 유명 배우 양미는 중국과 대만을 별도로 표기한 베르사체 모델 활동을 중단했고, 슈퍼모델 류원은 미국 브랜드 코치와 결별했다.

TF보이즈는 아예 ‘공산당 그룹’으로 통한다. 2016년부터 올초까지 TF보이즈는 CCTV의 신년 축하쇼에 연속으로 등장했다. 2015년 ‘세계 어린이의 날’에 중국공산주의청년단(공청)은 웨이보를 통해 이 그룹의 ‘우리는 공산주의의 상속자’ 뮤직비디오를 공개했다. TF보이즈는 여러 차례 공청 행사에 등장했다. 지난해 돌체앤가바나 모델로 패션쇼에 섰던 왕쥔카이는 이 업체가 중국 폄하 논란에 휘말리자 곧바로 관계를 끊었다. 이양첸시는 오성홍기 지지글을 웨이보에 올리더니, 대만·홍콩을 제품에 표기한 지방시와 절연했다.

지난 10월 16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중국 민족주의에 불을 지피는 ‘셀럽 문화’의 첨병으로 TF보이즈를 조명한 기사를 실었다. 팬들은 흔히 좋아하는 아이돌 콘서트에 가고 ‘굿즈’를 사지만 TF보이즈의 팬들에겐 다른 활동이 더 있다. “호주에 유학 중인 19살 린다 리는 좋아하는 아이돌 TF보이즈를 위해 소셜미디어에 정기적으로 친중국 글을 올린다.” 신중국 건국 70주년을 맞은 지난 10월 1일 중국 공산당 지도부는 젊은 세대들에게 “깊고 오래가는, 생생한 애국적 열정을 교육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산당은 젊은 층에 영향력을 넓히기 위해 오랫동안 고심했고, 아이돌 파워라는 신무기를 찾아냈다. 그 최첨병이 TF보이즈인 셈이다.

<구정은 국제부 선임기자 ttalgi2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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