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상위 1%, 불평등의 원인?
  • 인쇄
  • |
  • 목록
  • |
  • 복사하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민주당 “상위 1% 소득·재산 집중 심해”… 한국당 “상위 1% 세금도 많이 낸다”

한국의 상위 1%는 부를 독식한 집단일까, 세금을 많이 내는 사람들일까. 답은 둘 다 ‘맞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은 세금을 통한 재분배가 잘 이뤄지는 나라일까. 안타깝게도 그렇지는 않다. 대체 어찌된 일일까. 여기에는 ‘상위 1%’에 가려져 불평등 논의에서 숨어 있는 ‘계층’이 불평등의 진짜 원인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다.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0월 2일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에게 질의하고 있다./연합뉴스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0월 2일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에게 질의하고 있다./연합뉴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이번 국감에서 불평등 문제를 부각시키는 데 화력을 집중했다. 정부 재정지출 확대를 ‘경제위기로 가는 길’로 규정한 야당의 공세에 양극화가 심각한 상황에서 오히려 더 적극적인 지출 확대로 돌파해야 한다고 나선 것이다. 일각에서는 부자 증세를 거론하기도 했다.

민주당은 먼저 상위 1%에 대한 소득집중도가 높아진 점을 지적했다. 민주당 심기준 의원이 국세청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2017년 기준 근로소득 상위 1%의 1인당 연평균 근로소득은 2억6417만원으로 하위 10%의 1인당 평균소득 243만원의 108.7배에 달했다. 심 의원은 “경제성장의 성과를 최상위 부자가 가져가는 경향이 지속되며 고착화되는 것은 매우 우려스럽다”며 “소득 하위가구의 근로소득 감소를 막는 방안과 양극화 해소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당 김정우 의원은 상위 1% 중에서도 10분의 1에만 해당하는 상위 0.1%의 소득집중도를 제시했다. 김 의원이 같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근로소득 상위 0.1%의 총근로소득(14조5609억원)은 하위 17%의 전체 근로소득(15조4924억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2017년 상위 0.1%에 해당하는 1만8005명이 벌어들인 근로소득이 하위 17%에 속하는 324만997명이 일해서 번 돈과 맞먹은 셈이다.

“양극화 해소 방안 찾아야 할 것”

양극화가 2016년 이후 더 벌어진 까닭은 부동산·주식 가격 급등의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민주당 유승희 의원에 따르면 주식과 부동산 양도차익은 2017년 사상 최대규모인 2136조원을 기록했다. 특히 2017년 귀속 부동산 양도차익은 84조8000억원이었는데 상위 1%가 23%, 상위 10%는 63%를 가져간 반면, 하위 50%는 단지 5%를 차지하는 데 그쳤다. 주식 양도차익(17조4000억원)에서의 집중도는 더 심각해 상위 1%가 61%, 상위 10%가 90%를 챙긴 반면, 하위 50%는 고작 0.7%를 가져가는 데 그쳤다.

김두관 의원은 미성년자 상속에 집중했다. 김 의원에 따르면 2017년 미성년자의 주요 자산 전체 증여액은 9029억원이었다. 이 중 상위 10% 미성년 인구가 절반이 넘는 4594억원(51%)을 물려받아 부의 편중성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위 1% 미성년 인구는 1463억원(16%)을 상속받았다.

의원들은 이 같은 분석을 바탕으로 한국은 부의 대물림이 고착화됐다고 비판했다. 1%의 다이아몬드 수저와 10%의 금수저, 그리고 나머지 수저들의 세계인 셈이다. 1%는 더욱 집중된 부를 누리며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주범이 되고 있었다.

자유한국당은 곧바로 반격했다. 상위 1%에 소득이 많이 집중되고 있지만 세금도 그 이상으로 많이 낸다는 것이다. 한국당 추경호 의원은 근로소득자 상위 1%가 납부한 근로소득세액은 총 11조3290억원으로 전체의 32.6%를 차지한다고 분석했다. 근로소득 총액에서 상위 1%의 소득이 차지하는 비중보다 3배 넘게 많이 낸다는 것이다. 추 의원의 분석에 따르면 상위 0.1%가 전체 근로소득세의 12.8%를 내고, 근로소득자 중 하위 80%는 전체 근로소득세액의 11%를 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추 의원은 “근로소득세는 대표적인 누진세로서 소득이 많은 사람들이 많은 세금을 부담하고 있다는 것이 이미 통계로 나타나고 있다”며 “현행 조세정책의 소득재분배 기능이 미미한 것처럼 호도하면서 고소득자의 세율을 더 높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조세정책을 정치적·이념적으로 접근하려는 시도로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한국의 고소득층은 최소 소득세로 한정했을 때 조세부담률이 높은 편에 속한다는 주장은 한국당에서만 나온 것이 아니다. 국회 예산정책처가 발간한 ‘2018 회계연도 총수입 결산분석’을 보면 2017년 기준 종합소득과 근로소득을 합한 통합소득 결정세액에서 소득 상위 1%가 차지하는 비중은 41.8%로 나타났다. 미국(39.0%), 영국(28.9%), 캐나다(23.6%) 등 주요 선진국과 비교해서 높은 수치다.

소득 중·하위 구간에서 조세부담 격차는 더 커진다. 소득분위를 20개 구간으로 나눠보면 20분위(상위 5% 이상)가 통합소득세의 66.2%, 19분위(상위 10% 이상~5% 미만)가 12.3%를 부담했다. 20분위가 전체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4.9%, 19분위는 11.9%이다. 19분위의 소득비중은 20분위의 절반 수준이지만 세부담 비중은 20분위의 5분의 1 수준에 그쳤다. 세율구조가 누진적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부담이 상위 5%에 몰려 있는 셈이다.

중산층의 세부담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소득 5분위별로 봤을 때 4분위(소득상위 40% 이상~20% 미만)의 세부담 비중은 7.2%, 3분위(상위 60% 이상~40% 미만)는 1.9%에 그쳤다. 근로소득자 가운데 면세자 비중은 41%에 달했다. 2014년 이후 꾸준히 줄어드는 추세지만 여전히 미국(30.8%), 호주(15.8%), 캐나다(17.8%) 등 주요국보다 월등히 높다.

1:99의 사회는 진짜일까?

때문에 과세 기반이 취약하다는 점은 한국의 조세정책의 약점으로 꼽힌다. 이번 국정감사에서는 불평등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오갔지만 사각지대를 찾아내는 데까지는 분석이 미치지 못했다. 그 이유로 불평등 문제를 적극적으로 제기하는 여당에서 ‘1대 99’의 프레임에 갇혔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만 양극화의 주범으로 몰리면서 오히려 세금을 낼 책임도 1%에 몰렸다는 것이다. 기재부는 세수 기반을 확대하기 위해 올해 초 신용카드 소득공제 등 비과세 정비를 시도했으나 결국 연소득 3억6000만원 이상 고소득자의 소득공제액 한도만 2000만원으로 묶는 등 제한적 개편에 그쳤다. 예산처는 “고소득층에 대한 세부담 강화만으로는 조세의 재분배 기능을 끌어올리는 데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통념과 달리 상위 1%의 소득은 변동폭이 크다. 주가, 부동산, 대기업 임직원 상여금 등은 경기에 따라 액수가 큰 폭으로 오르내린다. 상위 1% 증세만으로는 세입 기반이 안정적이지 않다는 의미다. 더 이상 1% 부자 증세만으로는 한계가 있고, 광범위한 중산층 증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다만 부동산이나 금융소득 등 자산에 대한 과세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소득세만으로 중산층에게까지 증세를 하는 것 역시 불공평하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박은하 경제부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바로가기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