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평화·관계개선에 앞장서는 가정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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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일본 간의 갈등국면이 좀처럼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러한 흐름을 타개하기 위해 발상지인 한국은 물론 막강한 교세를 자랑하고 있는 일본까지, 두 나라를 주요 거점으로 활동하고 있는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가정연합)은 민간 차원에서 양국 관계개선에 물꼬를 트기 위해 진력하고 있다.

10월 6일 일본 나고야에서 열린 ‘일본 효정문화 축복 페스티벌 나고야 4만명 대회’ 참석자들이 태극기와 일장기를 흔들고 있다. /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제공

10월 6일 일본 나고야에서 열린 ‘일본 효정문화 축복 페스티벌 나고야 4만명 대회’ 참석자들이 태극기와 일장기를 흔들고 있다. /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제공

가정연합의 한학자 총재는 일본을 향해 “여러분의 선조들이 하늘을 몰라서 잘못한 과거 역사를 현재 일본의 위정자들이나 책임자들이 용서해 달라고 빌어야 한다”고 주문하는 한편 “평화세계를 위해 오늘 여러분 앞에서 ‘아시아·태평양 유니온’ 창설을 제안한다”고도 밝혔다. 아시아·태평양권이 세계의 중심축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내부에서는 국가 간 갈등과 반목이 이어지는 상황인 만큼 시급히 화해와 평화의 움직임을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학자 ‘아시아·태평양 유니온’ 창설 제안

지난 10월 6일 일본 나고야에서 열린 가정연합의 ‘일본 효정문화 축복 페스티벌 나고야 4만명 대회’는 일본 가정연합의 교인들을 비롯해 세계 각국의 인사들이 모여 한·일 양국과 아·태지역 및 세계 평화를 향한 뜻을 모은 자리였다. 이날 행사장인 아이치 국제전시장을 메운 4만여명의 참석자들은 한 손에는 태극기, 다른 한 손에는 일장기를 들고 흔들며 양국 간의 우호와 관계개선이 필요하다는 뜻을 내비쳤다.

특히 가정연합에서는 ‘축복결혼’이라 부르는 국제결혼, 그 중에서도 한국과 일본 교인 간의 국제결혼 비율이 가장 높은 점을 반영해 이들 가정의 2세들이 모여 평화운동에 앞장서겠다고 밝힌 행사도 눈길을 끌었다. 한국에서 자랐지만 일본으로 유학을 오거나 일본에서 한국인 부모와 함께 생활하는 등 두 나라의 문화를 가정에서부터 공유하며 자란 이들 청년은 도쿄에서 나고야까지 약 350㎞를 자전거를 타고 도착해 행사장으로 입장했다. 활동에 참가한 대학생 한강인씨는 “양국의 문화가 달라 부모님들도 때때로 문화 차이 때문에 갈등을 빚곤 하지만 서로를 이해하고 나면 더욱 관계가 돈독해졌다”며 양국 간 화해의 움직임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한국과 일본이 활동의 주요 무대이기는 해도 가정연합이 종교와 국경을 넘어 ‘평화세계’를 만드는 활동에 중점을 두고 있는 만큼 전지구적 차원의 정치·사회·문화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도 함께 진행 중이다. 앞서 10월 5일 발표한 선학평화상 수상자를 선정하는 데도 이러한 초국가·초종교적인 기준이 크게 작용했다. 가정연합의 주도로 제정되어 이번에 4회째를 맞는 선학평화상은 공동수상자로 마키 살 세네갈 대통령과 무닙 유난 전 루터교 세계연맹 의장을 선정했다. 4회부터 신설된 특별상에는 기후변화 위기에 대처해온 공로를 인정해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선정됐다.

마키 살 세네갈 대통령은 장기독재와 이로 인한 정부의 부패상을 흔히 발견할 수 있는 아프리카 국가 중 모범적으로 본인이 직접 나서 대통령 임기를 단축하는 한편, 투명한 정책으로 주변 국가에 한층 진전된 민주주의를 확산시킨 공적을 인정받았다. 또 퇴직연금 인상, 농민 긴급보조금 지급, 의료보험 개혁 등을 핵심으로 하는 ‘세네갈 부상 계획’이 효과를 나타내면서 세네갈의 경제성장률을 6%대로 안정시켰고, 법치주의와 인권보장 기조를 확립해 세네갈이 아프리카 대륙에서 가장 안정적인 국가로 자리잡게 하는 데 기여했다.

깅리치 “영구적 평화체제 준비 필요”

팔레스타인 난민 출신인 무닙 유난 주교는 1976년부터 개신교의 일파인 루터교 성직자로 활동해 오면서 이슬람교·유대교·그리스도교 간의 종교 및 정치 갈등이 극심한 중동지역에서 40년 이상 종교 간의 화해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갈등의 평화로운 해결에 앞장서 왔다. 그리고 루터교 세계연맹 의장을 맡는 동안 가톨릭과 개신교의 대립을 극복하기 위한 대화 노력을 지속해온 결과 종교개혁 500주년이었던 2016년에는 가톨릭의 프란치스코 교황과 함께 종교개혁 기념행사에 함께 참여해 공동선언문에 서명하는 역사적 결실을 맺기도 했다.

선학평화상은 이전 3회 동안 수상자로 여성 할례 철폐 인권운동가로 활동해온 와리스 디리(소말리아), 난민의 치료받을 권리를 위해 중동과 아프리카 등지에서 긴급 의료구호 활동을 벌여온 지노 스트라다(이탈리아) 등 보편적인 인권과 평화를 위해 힘써온 인물들을 선정해 왔다. 선학평화상 위원장인 홍일식 전 고려대 총장은 “현재 세계 곳곳에서 자국 이기주의가 확대되는 가운데 전후 세계 질서의 근간이 되었던 협력적 국제주의가 현저히 약화되고 있다”며 “이번 수상자들은 너와 나의 경계를 허물고 서로를 협력과 상생의 대상으로 바라보며 더불어 잘사는 세계평화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헌신한 위인들”이라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가정연합과 연관 평화운동기구인 천주평화연합(UPF) 등이 개최한 ‘재팬 서밋 및 지도자 회의’에서도 국제 평화를 촉구하는 메시지는 이어졌다. 한·미·일 3국의 전·현직 국회의원들과 정계 인사들이 참여한 이 회의에서도 각국의 인사들은 특히 아·태지역의 주축인 3국의 협력과 평화 정착을 위한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회의에 참석한 뉴트 깅리치 전 미국 하원의장은 “제2차 세계대전 직후인 1945년의 한국과 일본의 모습과 비교할 때 현재 두 나라가 크게 번영한 국가가 된 모습을 보면 평화가 공짜가 아니라는 점을 깨닫게 된다”며 “아직도 전쟁을 일으킬 수 있는 위협요소는 곳곳에 있기 때문에 국제적인 협력을 통해 가정연합이 강조하는 영구적 평화체제를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발언했다.

가정연합은 한학자 총재를 중심으로 올해 3·1운동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1월 ‘신 통일한국시대’를 선포한 이래 2월 세계평화정상연합을 창립했고 한국을 넘어 미국과 남아프리카공화국, 알바니아, 캄보디아 등 세계 곳곳에서 다양한 대회를 열며 국가 간 화해와 평화 정착을 위한 활동을 이어왔다. 2020년은 가정연합으로선 더욱 의의가 있는 해다. 가정연합 관계자는 “2020년은 문선명 총재 탄신 100주년 및 성혼 60주년이 되는 해로 각국 전·현직 정상이 참석하는 ‘서울 서밋’ 등 교단 차원을 넘어선 다양한 국제 평화행사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김태훈 기자 anarq@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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