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의 복령과 복신, 심장을 편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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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나무로 소나무를 들 수 있다. 단풍이 들고 낙엽이 져 허전할 것 같은 공원과 산은 소나무 덕분에 푸르른 색감을 가질 수 있다. 눈 속에서도 푸른 솔잎을 보면 끝나지 않을 듯한 혹독한 추위 속에서도 곧 봄이 오리라는 희망을 갖는다. 그런 소나무에 최근 위험이 닥쳤다. 한국 소나무 멸종위기를 전하는 기사를 접할 때면 걱정이 된다. 폭염과 폭설, 연속적인 태풍 등 피부로 느낄 정도의 극심한 기후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사람도 느끼는 마당에 식물들은 어떨까. 우리나라 소나무들이 급속도로 진행되는 기후변화로 병에 많이 걸린다고 한다. 특히 한 번 걸리면 바로 고사해버린다는 소나무재선충이 퍼지고 있다. 그저 산을 푸르게 하는 나무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실생활의 쓰임새를 보면 가히 큰 손실이다. 한약재 중에도 소나무와 연관된 약재가 있다.

보호수로 지정받은 충북 보은군 탄부면 임한리 소나무숲의 모습./정유미 기자

보호수로 지정받은 충북 보은군 탄부면 임한리 소나무숲의 모습./정유미 기자

바로 복령(茯笭)과 복신(茯神)이 대표적이다. 복령은 ‘송령’이라고도 한다. 잔나비걸상과에 속한 진균인 복령의 바깥층을 거의 제거한 균핵이다. 비슷한 송이버섯이 소나무 체간에서 나온다면 복령은 소나무 뿌리에서 나오는 버섯이다. 이 뿌리를 내부에서 감싸고 있는 중심부위를 다시 나누어 복신이라고 한다.

복령은 식욕을 돋우고 구역을 멎게 하며 마음을 안정시킨다. 폐와 위장에서 가래가 막히는 데 주로 쓴다. 몸이 부어 오르는 수종(水腫)을 고치고 소변을 잘 나오게 한다. 갈증을 멎게 하고 건망증을 치료한다. <동의보감>은 이를 “복령은 신령(神靈)과 통하게 하고 혼백을 조화시키며, 소통되어야 할 모든 구멍들을 시원하게 통하게 하고 살을 찌우며, 장을 튼튼하게 하고 심장을 편하게 뛰게 한다. 송진이 땅에 들어가 천년이 지나면 복령이 된다”라고 멋드러지게 칭송했다. <동의보감>에서 무려 600번 이상 언급될 정도니 인삼, 당귀만큼이나 쓰임이 많은 귀한 약재이다. 그만큼 효과가 좋다는 얘기다.

실제 임상에서 불안감이나 초조증을 가진 분들은 살도 잘 찌고 몸이 무거워 만성피로와 무기력함을 잘 느낀다. 한의학에서 수습정체라 하여 수액대사에 이상이 생긴 것이다. 소변이 시원찮고, 여성들은 방광염, 남성들은 전립선 비대가 올 수 있다. 심장도 두근두근 불안불안하고, 식사를 해도 소화가 제대로 안돼 기운이 잘 안 난다. 어지럽고 이곳저곳 온 몸이 아프다고 한다. 이런 분들에게 복령을 많이 처방한다. 같은 소나무에서 나온 송이버섯도 비슷할까? 그러나 송이버섯은 “맛이 매우 향기롭고 좋으며 소나무 향이 난다”고 되어 있지 특별한 치료효과를 언급하지 않았다.

권혜진 원장

권혜진 원장

뿌리 핵심에 가까운 복신은 좀 더 정신적 증상이 강할 때 쓰인다. 기운이 빠지면서 우울감이 오거나, 깜짝깜짝 잘 놀라며, 걱정과 불안한 생각이 마구 떠오르면서 불면증이 오신 분들에게 효과적이다.

송엽(松葉), 즉 솔잎도 많이 연구된다. 송화 가루는 송황(松黃)이라고 하여 몸을 가볍게 하고 습진이나 피부질환에 쓰인다. 최근 ‘소나무재선충 반응 특이 유전자’를 검사해 초기에 확진·예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다고 한다. 부디 하루빨리 실용화해 한국 소나무를 잘 지켜내길 바란다.

<권혜진 청효대동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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