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등록 이주민’ 다큐 만든 팝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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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팝스타 셀레나 고메즈가 제작한 다큐멘터리 <리빙 언도큐먼티드>가 10월 4일(현지시간) 넷플릭스에 공개됐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들어선 이후를 살아가는 ‘미등록 이주민’ 가족들의 삶을 추적한 것이다.

멕시코 이민자 가정 출신인 고메즈는 ‘이민자이지만 이민자 문제에 대해서 말할 수 없는 이들’을 대변해 목소리를 내고 싶었다고 말한다. 다큐가 넷플릭스에 공개되기 며칠 전에는 시사주간지 <타임>에 트럼프 정부가 미등록 이주민들을 대하는 방식에 우려를 표하는 에세이를 기고했다.

[해외문화 산책]‘미등록 이주민’ 다큐 만든 팝스타
영화 <리빙 언도큐먼티드>의 한 장면 / 넷플릭스

영화 <리빙 언도큐먼티드>의 한 장면 / 넷플릭스

팝스타 셀레나 고메즈 / AFP

팝스타 셀레나 고메즈 / AFP

미등록 이주민은 서류상 등록되지 않은 이주민들이다. 트럼프 정부 들어서 이민자들에 대한 적대감이 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지난 8월 멕시코 접경지역인 텍사스주 엘패소의 월마트에서 일어난 총기난사사건이 대표적이다. 이민자들을 향한 백인들의 증오를 먹고 자라난 트럼프 시대의 우울한 자화상이었다.

대선후보 시절 반이민 정서를 부추겨 재미를 봤던 트럼프는 취임 이후에도 이민자 가정 출신 정치인들을 조롱하고 강력한 반이민 정책으로 일관했다. 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세우는 것도 모자라 그 설치비용을 멕시코 정부에 받아내겠다고 했다. 국경을 넘다 붙잡힌 미등록 이민자 부모와 아이들을 격리시켰고, 열악한 임시 수용시설에 머무르던 아이가 숨지는 일도 있었다.

트럼프가 엘패소 총격 현장을 방문하기 몇 시간 전, 이민세관단속국(ICE)은 미시시피주의 닭고기 가공공장들을 급습해 미등록 이민자 680여명을 체포했다. 대부분 라틴아메리카에서 온 사람들이었다. 이들은 미국인들이 꺼리는 일을 도맡으며 ‘아메리칸 드림’을 꿈꿨지만 돌아온 것은 불법이민자 딱지와 체포뿐이었다.

고메즈의 다큐에 등장하는 이민자들의 삶도 비참하고 고단하다. 콜롬비아 출신의 파블로, 카미요 형제는 2002년부터 아버지와 함께 미국에서 살았으나 아버지가 추방돼버렸다. 마약조직과 결탁한 게릴라들의 폭력을 피해 망명 신청을 하고 미국으로 건너왔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형제는 입국 당시 미성년일 경우 체류가 허용되는 ‘드리머’ 신분으로 미국에 머물 수 있게 됐지만, 아버지 없이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하다. 2001년 부모와 함께 이스라엘에서 건너온 또 다른 이민자는 강도를 당해도 경찰에 알리지 않는다. 단속에 걸려 추방될까 걱정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큐 제작자 겸 감독인 애런 새드먼은 이들에게서 희망을 본다. “이들의 투쟁에는 애국심과 낙천주의가 흐르고 있다. 그들은 이 나라의 일부가 되기를 원한다. 그런 정신이 슬픔의 한가운데서 용기와 영감을 준다는 것을 알았다.”

고메즈는 <타임> 기고에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의 이민제도에 흠이 있고, 규칙과 제재가 필요하다는 것도 안다. 하지만 우리는 또한 이 나라가 다른 나라에서 온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것도 기억해야 한다. 이제 이민정책에 직접적으로 삶이 영향을 받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시간이 됐다.”

<박효재 국제부 기자 mann6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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