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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마지막 실버타운 3년

[신간]작별 일기 外

▲작별 일기

최현숙 지음·후마니타스·1만8000원

좁고 어두운 계단을 올라 곰팡이 핀 벽을 지나야만 갈 수 있는 곳. 저자의 관심은 지린내가 가시지 않는 쪽방과 그곳의 노인들을 향해 있었다. 요양보호사와 독거노인 생활관리사로 일하며 그들의 넋두리를 혼자 듣기 아깝다고 생각했다. 받아적기를 시작하며 ‘구술생애사 작가’가 됐다. 돈으로 할 수 있는 온갖 편리를 누리는 실버타운의 노인들은 관심 밖이었다. 부모가 실버타운에 입주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실버타운의 노인들은 자식들과 안정적 관계를 차지할 가능성도, 노인 혐오에서 예외가 될 가능성도 더 컸다. 하지만 늙음과 죽음은 부자든 빈자든 누구에게나 가차없이 다가온다는 사실은 변함없었다. 저자는 알츠하이머를 앓으며 실버타운에 사는 엄마를 통해 죽음으로 가는 길에 돈이 얼마나 유효한지, 가족·산업·국가는 어떤 이해관계를 가지는지, 이는 가난한 노인들과 얼마나 다른지 보고자 했다. 2016년 1월부터 2018년 11월까지, 엄마의 마지막 3년을 기록했다.

돌봄노동자이자 페미니스트의 시선으로 한국 사회에서 한 여성이 늙고 병들어 죽음으로 들어가는 과정을 바라본다. 실버타운 입주를 적극적으로 선택했음에도 엄마는 ‘감옥에 갇혔다’고 표현했다. 자식들은 실버타운에서 불행과 분노를 드러내는 엄마를 이해하기 어려워했다. 노인이든 중증장애인이든 지속적인 돌봄이 필요한 구성원을 가족 안에서 돌보기 힘든 사회다. 돌봄 부담을 가족에게만 지우는 것도 맞지 않다. 저자는 엄마를 보며 어떤 곳이든 ‘시설’이 답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타인의 돌봄을 필요로 하는 사람과 보호자들 간의 괴리를 떠올린다. 자신이 돌보던 가난한 노인들의 이야기, 엄마가 몸담은 실버타운 노인들의 삶, 가부장적 자본주의 하에서 늙어 죽어가는 과정을 담았다. 관찰과 기록이라는 방식으로 엄마의 죽음을 애도한다.

[신간]작별 일기 外

▲혼자가 혼자에게

이병률 지음·달·1만5500원

혼자 생활하고 여행하며 사색한 기록이다. 지금까지 펴낸 여행에세이와는 결이 다르다. 종점으로 가는 버스 안처럼 혼자인 채로 놓인 공간, 혼자이기에 누릴 수 있었던 시간에 집중한다. 진정 하고픈 걸 할 수 있는 상태가 혼자일 때라며 혼자는 초라하지 않다고 말한다.

[신간]작별 일기 外

▲인생은 언제나 무너지기 일보 직전
조남주 외 8인 지음·큐큐·1만4000원

퀴어에 잣대를 세우고 빤한 해석을 내리는 세상에 반대하는 아홉 명의 작가들이 써내려간 소설집. 각기 다른 이력과 연령의 작가들이 자기만의 문체로 다양한 퀴어의 모습을 보여준다. 출·퇴근길 아파트 단지나 휴일의 공원, 동네 카페에서 마주하는 이웃처럼 익숙하다.

[신간]작별 일기 外

▲영화, 도시를 캐스팅하다
백정우 지음·한티재·1만3000원

영화와 도시는 뗄 수 없는 관계다. 시대의 공기를 보여주기에 도시만큼 적절한 재료는 없다. 영화평론가인 저자는 <박하사탕>의 충북 제천을 비롯해 한국영화의 배경이 된 14개 도시를 골랐다. 도시와 만난 영화, 영화와 만나 새로운 이미지를 얻은 도시를 이야기한다.

<노도현 기자 hyun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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