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색 국화, 머리 아프거나 눈병에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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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음료를 찾는 시기가 왔다. 훌쩍훌쩍 콧물을 훔치거나, 콜록콜록 기침하는 소리가 곳곳에서 난다. 보일러도 오랜만에 틀어본다. 우리가 ‘바바리 코트가 어디 있더라’ 찾는 동안 들녘에서는 말린 국화를 주섬주섬 모으고 있을 것이다.

캐모마일의 방향유는 긴장 완화, 두통 등 통증 완화에 효과가 있고 몸을 따뜻하게 해주는 효과도 있다. 차로 마시면 위장장애 완화에 도움을 준다./위키피디아

캐모마일의 방향유는 긴장 완화, 두통 등 통증 완화에 효과가 있고 몸을 따뜻하게 해주는 효과도 있다. 차로 마시면 위장장애 완화에 도움을 준다./위키피디아

요즘은 육종으로 아기 얼굴만한 크기에 다양한 색을 가진 국화가 많다. 그 중에 식용으로 먹는 국화는 500원 동전 크기의 작은 국화다. 카페에 기본으로 있는 인기 허브차, 카모마일이 바로 하얀색 작은 국화다. 한의원에서는 ‘감국(甘菊)’이라 하여 약재로 쓴다. 얼마 전에도 눈이 건조해 충혈이 잘되고 가렵다는 환자의 처방에 두세 움큼 넣어드렸다. 약재 만지는 것을 좋아하지만, 향긋하면서 영롱한 노란빛의 감국을 두 손 가득 담아 드릴 때는 마치 환자에게 건강을 기원하며 꽃을 선물하는 마음이 들어 기분도 좋다.

작고 흔한 이 국화가 실상 한의학에서는 ‘풍(風)’ 약에 속한다. 어르신들은 풍을 제일 무서워한다. 뇌졸중과 같은 심각한 증상은 진중풍(眞中風)에 속하는 위험한 병이다. 그러나 보통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가벼운 풍증상이 오며 그 중 흔한 것은 두풍증(頭風證)이다. 증상은 어지럽고 머리가 무거우며 두피가 뻣뻣하고 눈썹뼈 주변이 뻐근하다. 귀가 먹먹하거나 아프고, 눈이 건조해 아프고 냄새에 예민해져 울렁울렁 메스껍다. 바람 맞으면 이유없이 흐르는 눈물도 영풍냉루(迎風冷淚)라 하여 가벼운 풍증상이다.

<동의보감>에 감국이 위와 같은 증상에 효과가 있다고 나온다. 특히 눈병을 치료할 때 하얀 국화(카모마일)를 딱 집어서 말해준다. 노란 황국화는 하얀 국화보다 약력이 강하다. <동의보감>은 들국화를 야국화(野菊花)로 따로 구분했다. “꽃이 작고 향이 강하며 줄기가 파란데 맛이 쓰다. 어혈(파맺힘)을 깨뜨려 부인과 질환에 쓰인다”고 했는데 자칫 잘못 먹으면 배앓이를 할 수 있다. “달달한 감국화는 수명을 연장시키지만, 씁쓸한 야국화는 사람의 기운을 빠지게 한다”고 돼있다. 뭉친 어혈을 풀고 해열을 위해 야국화를 약재로 처방하나 보통 때 차로 마시기에는 부적절하다. 따라서 등산 가다가 작은 국화라고 따서 차로 내려마시면 위험할 수 있다.

<동의보감>은 일반인이 실생활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국가에서 편찬한 책이다. 하나의 복지정책이었다. 음주 후유증에 대한 대처법도 나온다. 그 중 하나가 감국화차다. 위에 나와 있는 머리 아프고 메스꺼운 증상이 과음 다음날 증상과 비슷하지 않은가. 거기에 눈까지 열이 나면서 빨갛게 올라온다면 가까운 카페에서 카모마일 차 따뜻하게 한 잔 하는 것이 좋은 숙취해소법이 될 수 있다. 감국은 피부질환에도 효능이 있다. 유명 약재서적 <본경소증>에서는 피부의 재생을 도와 새 살이 잘 오르게 해준다고 한다. 이런 이유로 국화를 주성분으로 한 아토피 치료제, 재생크림, 화장품이 많다.

국화로 술이나 차, 전을 해먹는 중양절(음력 9월 9일·양력 10월 7일)이 곧 온다. 가을의 상징 코스모스도 국화과에 속한다. 실로 국화의 계절이 아닐 수 없다. 따뜻한 카모마일 차 한 잔 들고 가을녘 꽃구경 산책을 추천한다.

<권혜진 청효대동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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