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해 아니요군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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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를 통해 만난 새로운 세상

<사랑해 아니요군> 노인경 지음·이봄·1만5000원

[신간]사랑해 아니요군 外

‘이유 없는 반항’은 사춘기 청소년들만의 전유물은 아니다. 기억 저편에 묻혀버린 탓에 떠올리기가 쉽진 않지만 사춘기를 지나는 청소년들마저 고개를 절레절레 저을 반항과 떼쓰기의 나날들을 이미 유아기 때 지나왔기 때문이다. 책은 항상 ‘아니요’가 먼저 나오는 ‘아니요군’을 키우는 엄마이자 그림책 작가·일러스트레이터 입장에서 이 반항기를 그린다. 어른을 위한 그림 에세이의 주인공, 일명 아니요군인 아들 아루와 엄마의 하루하루를 묘사한 글과 그림들은 흔한 육아후기로도 읽을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새로운 세상에 맞서서 반항하고 또 나름의 이유를 만들어나가는 분투기로도 읽을 수 있다. 게다가 다른 한편으로는 어른들이 그동안 살아왔던 세상을 벗어나 아이를 통해 또 다른 세상이 열려 있다는 사실을 마주하며 깨달아가는 기록이기도 하다.

초보 엄마와 아빠들이 당황하며 만나는 새롭고 신비로운 새 생명, 그리고 그 이면에 놓인 육아의 힘겨움과 당혹스러운 일상 등은 육아 에세이의 단골 주제다. 폄하할 수는 없지만 육아를 해본 적이 없거나 한 지가 너무 오래돼서 공감하기 쉽지 않은 주제들을 꺼내놓는 대신에 이 책은 ‘육아를 통해 만난 새로운 세상’을 그리고 있다. 그 새로운 세상이 사실은 우리가 어른이 되면서 잊고 잃은 세상이라고 말한다. 아이가 바닥에 물을 쏟아버려도 ‘비우면 다시 채울 수 있으니 괜찮다’고, 주스에 우유를 섞어도 ‘서로 다른 것이 만나면 새로운 게 생기니 좋다’고 생각하게 되는 아이 같은 말랑말랑한 마음 말이다. 저자는 이전까지는 전혀 낯설었던 새로운 세계와 만나면서 어른이 되는 동안 굳어진 딱딱한 갑옷을 벗어 나와 삶의 유연성을 되찾는다. 사랑과 행복, 간간이 섞이는 분노와 미움, 화해의 모습들이 누구나 일상에서 마주치는 인간관계의 단면들을 차근차근 되돌아볼 계기를 준다.

[신간]사랑해 아니요군 外

▲죽음의 에티켓 | 롤란트 슐츠 지음·노선정 옮김 스노우폭스북스·1만5800원

누구나 겪을 죽음의 모든 과정을 간접적으로 경험해 볼 수 있도록 만든 책이다. 누구나 처음이기에 계획과 준비마저도 서투를 수밖에 없지만 네 가지 다른 방식으로 진행되는 죽음의 실제 이야기를 통해 삶뿐 아니라 죽음도 저마다의 방식으로 진행됨을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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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을 참던 나날 | 리디아 유크나비치 지음 임슬애 옮김·든·1만7000원

마약에 빠져 평생의 커리어를 말아먹은 국가대표급 수영선수였던 저자가 혹독한 삶을 살아오면서 고통과 슬픔 속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삶을 계속했지만 마침내 스스로의 힘으로 수면 위로 떠올라 끝내 자신에게 어울리는 모양의 삶을 찾아낸 기록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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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위해 살기로 했다 | 유창선 지음·사우·1만3800원

시사평론가이자 인문학 작가로 활발하게 활동하던 저자는 올해 초 갑자기 뇌종양 진단을 받고 수술 후 죽을 고비를 넘기며 심각한 장애와 후유증을 앓았다. 저자가 투병과 재활 중에 휴대폰 앱과 노트북으로 삶에 대해 깨달은 점들을 써서 차곡차곡 모은 책이다.

<김태훈 기자 anarq@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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