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과 정의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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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규주의’의 함정에 빠진 판결

▲<판결과 정의> 김영란 지음·창비·1만5000원

[신간]판결과 정의 外

한국은 검찰 특수부가 고등학생 자기소개서까지 검증한다. 그만큼 우리나라 검찰이 손대는 영역이 넓다. 금태섭 의원은 최근 <경향신문>과 인터뷰에서 이를 지적하며 검찰의 기소권과 수사권을 나누고 특수부를 없애거나 줄여야 검찰의 정치 관여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온갖 사회관계의 ‘사법화’ ‘형사범죄화’가 심각한 문제로 제기된다. 모든 사회문제 해결을 사법에 기대려 하면서 토론과 합의라는 민주주의 절차가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저자인 김영란 전 대법관은 비슷한 문제의식을 대법원 판결을 통해 드러내고 있다. 일례로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의 과거사 청산 문제를 들 수 있다. 당시 대법원은 과거사 문제를 청산이 아니라 정리 문제로 바꿨다. 국가기관인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의 증명력을 사법절차상 사실심리 절차를 밟지 않았다는 이유로 부정했다. 저자는 ‘법규주의’의 함정에 빠진 판결이라고 지적했다. 통상임금 판결에서는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 강행규정으로 정해놓은 법조차 사적계약으로 변경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놓았다. 저자는 이런 식의 계약주의의 확대는 결국 자유방임주의가 지배하던 초기 자본주의로의 회귀를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예로 삼성 X파일 사건의 판결을 들 수 있다. 당시 대법원 다수의견은 고 노회찬 의원이 도청자료를 공개함으로써 얻는 사회적 이익이 통신비밀을 유지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을 초월한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노 의원의 책임을 물었다. 통신비밀의 보호와 언론자유 중 어느 쪽을 우선하느냐는 결국 판사들의 성향에 따라 결정된다. 판결이 언제나 객관적이어서 뭐든지 판결해주는 만능이 아님을 보여준다. 저자는 판결이 주관적이기 때문에 제한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인식이 사법의 정치화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말한다. 법률가들이 법규주의의 왕국에서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검찰에 적용해도 무리 없을 지적이다.

[신간]판결과 정의 外

▲이이효재 | 박정희 지음·다산초당·1만5000원

1세대 여성운동가 이이효재의 삶을 다룬 역사서다. 이이효재는 한국여성민우회를 창립하고,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를 결성해 일본군 성노예 문제를 전세계적으로 부각시켰다. 그가 없었다면 우리나라의 여성 인권 수준은 여전히 근대를 벗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신간]판결과 정의 外

▲산업혁명의 숨은 주역들 | 김은환 지음·삼성경제연구소·1만6000원

18세기 산업혁명 시대의 숨은 혁신가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증기기관이 발명된 후에도 구기술인 수차를 개량한 스미턴의 사례를 들며, 신기술이 나오면 항상 구기술을 버려야 한다는 편견을 깬다. 작은 혁신이 모여 산업혁명이라는 큰 수레바퀴를 이끌었음을 보여준다.

[신간]판결과 정의 外

▲교사와 부모 사이 | 안정선 지음·교육공동체벗·1만4000원

자타공인 ‘남중 전문 교사’라 일컬을 만큼 남자 중학생만 30년 가까이 가르쳐온 국어교사의 부모 교육서다. ‘욕 끝에 가끔 말’을 하는 아이들과 어떻게 하면 좋은 관계를 맺을까, 왜 한국의 어머니는 교육을 망치는 ‘맘충’ 취급을 받아야 할까라는 고민에서 출발한다.

<김태훈 기자 anarq@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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