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각의 역사 外
  • 인쇄
  • |
  • 목록
  • |
  • 복사하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인간의 감각 중심 철학사 흐름

<감각의 역사> 진중권 지음·창비·2만5000원

[신간]감각의 역사 外

고대 그리스 사상가부터 현대철학으로 넘어와 후설이나 메를로퐁티, 들뢰즈까지. 목차만 봐선 흔하고 지겨운 철학사에서 미학이라는 요소만 추려낸 듯 보인다. 하지만 적어도 저자의 의도는 최대한 그런 지겨움을 배제하면서 살아있고 생생한 ‘감각’과 ‘감각학’의 역사를 제시하려는 데 있다. 오랜 과거부터 인간은 자신의 살갗에 와닿는 다채로운 감각에 관심을 기울였다. 세상 모든 것이 살아있다고 믿거나, 신이 인간의 입에 불어넣어주었다는 숨결을 공기라 믿은 때도 있었다. 이렇게 감각이 곧 지각이자 사유였던 시대는 ‘코기토’, 즉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는 명제로 대표되는 데카르트를 전후해 저물고 만다. “감각을 불신하라”고 한 데카르트의 말처럼 진리의 근원을 ‘이성’에서 찾는 시대가 열리며 감각은 오류의 원천으로 여겨졌고 철학적 사유의 변두리로 밀려난 것이다.

책은 그 반쪽의 감각 중심 철학사를 복원하고, 새롭게 감각학을 구축하는 데 필요한 이론적 기초들을 모아 제시한다. 이를 위해 예술과 미의 본질을 탐구하는 관념적 학문으로 의미와 범위가 좁아진 미학이라는 이름 대신 ‘감각지각’에 대한 학문인 감각학을 제안하는 데 동참한다. 범위가 넓어진 만큼 딱딱한 철학사의 영역에만 머무르지 않고 고대와 중세의 이론, 아랍의 광학, 콩디야크 같은 근대 비주류 철학자의 이론 등 다양한 감성연구의 역사를 두루 살핀다. 이러한 지적 여정은 뜻밖의 조우를 가능하게도 한다. 이성 중심의 철학사에서 배제된 감각 연구가 주로 과학의 소관으로 넘어갔지만, 감각에 초점을 맞춰 ‘살아있는 조각상’을 상상한 근대철학자 콩디야크의 오래된 사유실험을 보면 시대를 넘어 현대의 인공지능이 딥러닝을 통해 유사인격으로 진화해가는 과정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확인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오랜 사상사의 흐름을 따라가다보면 지금 여기에 살아있는 인간이 어떤 존재인지, 그리고 현대의 다양한 예술적 시도는 어디에서 기원한 것인지 음미하게 된다.

[신간]감각의 역사 外

불평등의 세대 | 이철승 지음·문학과지성사·1만7000원

불평등 문제를 분석하는 가장 주요한 틀이었던 ‘계급’이라는 개념 대신 ‘세대’라는 관점을 더해 한국 사회의 불평등 구조를 밝히려 시도한다. 산업화 세대를 대체한 386세대가 권력과 시장의 중심에 선 현재 어째서 불평등은 더욱 심각해졌는지를 분석했다.

[신간]감각의 역사 外

▲도둑맞은 손 | 장 피에르 보 지음·김현경 옮김·이음·1만8000원

몸에서 떨어져 나간 신체 일부가 인간, 엄밀히 말해 법적 개념인 인격의 일부가 아니라 물건이 되고 마는 로마시대 이래의 법체계에 대해 의문을 던지는 책이다. ‘몸’을 배제한 ‘인격’의 존엄성을 지키려던 시도가 역사가 흐르며 어떤 결과를 낳았는지 추적했다.

[신간]감각의 역사 外

▲벌새 | 김보라 외 지음·아르테·1만7000원

베를린국제영화제, 트라이베카영화제, 부산국제영화제 등 유수의 영화제에서 수상한 영화 <벌새>를 책으로 옮겼다. 성수대교가 무너지고 김일성 주석이 사망한 1994년, 중학생인 은희가 거대하고 알 수 없는 세상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만나는 이야기를 그려 냈다.

<김태훈 기자 anarq@kyunghyang.com>

신간바로가기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