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레비트패랭이꽃과 설악산 눈잣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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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드리아해의 숨은 보석’, ‘발칸반도의 진주’, ‘지중해의 꽃’….

크로아티아를 검색했다. 크로아티아와 관련해 눈에 띈 제목들이다. 직감적으로 크로아티아가 동유럽의 ‘핫’한 여행지로 급부상하는 이유를 알 것 같다. 크로아티아가 한국인에게는 꽤 친숙하다. 한 TV 예능 프로그램인 <꽃보다 할배>와 <꽃보다 누나>에서 잇달아 소개된 게 결정적 계기다. 출연진들은 배낭여행을 통해 크로아티아의 수려한 경관과 다양한 문화유산 등 볼거리를 소개했다.

우정사업본부는 8월 29일 크로아티아와 함께 공동우표를 발행하면서 두 나라의 국립공원과 그곳에 자생하는 식물을 소개했다.

우정사업본부는 8월 29일 크로아티아와 함께 공동우표를 발행하면서 두 나라의 국립공원과 그곳에 자생하는 식물을 소개했다.

크로아티아는 이전에는 한국인에게 낯선 나라였다. 1991년 유고슬라비아가 해체되면서 생긴 신생국이니 그럴 만하다. 국토 면적도 남한의 절반에 불과하다. 인구는 450만명이다. 하지만 르네상스, 바로크와 오스만 지배부터 이어진 역사와 문화유산를 갖고 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 6개나 된다. 그 중에서도 한국인에게 잘 알려진 게 있다. 기원전 그리스의 거주지 형태와 로마 황제 디오클레티아누스의 궁전이 남아있는 항구도시 스플리트와 중세의 성벽과 풍광을 간직하고 있는 두브로브니크다. 특히 두브로브니크는 유럽인이 인간띠를 만들어 유고 내전의 포화를 막아낸 곳이다. 영국의 극작가 존 버나드 쇼가 “지상에서 낙원을 찾는다면 두브로브니크로 가라”고 말했을 정도로 아름답다. 18세기 크로아티아 수도였던 바라주딘도 도시 전체가 세계문화유산이다. ‘리틀 빈’으로 불리는 바라주딘에는 수많은 바로크, 아르누보, 로코코 양식의 궁전, 교회, 수도원이 산재해 있다.

크로아티아 자연의 매력은 문화유적 못지않다. 아름다운 국립공원, 1000여개의 섬, 지중해의 휴양지 등 무궁무진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플리트비체 국립공원은 세계적인 명소다. 16개의 호수와 90여개의 폭포가 장엄한 광경을 연출한다. 국립공원 인근엔 곰 등 생태계 피라미드 꼭대기에 있는 동물들이 많이 살고 있다. ‘리틀 플리트비체’라는 애칭이 붙은 라스토케도 유명세를 타고 있다. 크로아티아의 아름다운 자연은 벨레비트 국립공원을 빼놓고 얘기할 수 없다. 벨레비트 국립공원은 1978년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됐다. 특히 해발 1480m에 있는 식물원에는 300여종의 야생식물이 자란다.

우정사업본부가 벨레비트 국립공원과 이곳에 서식하는 벨레비트패랭이꽃을 8월 29일 발행한 한국과 크로아티아 공동우표 소재로 삼았다. 벨레비트패랭이꽃은 벨레비트 국립공원과 리카 프리에시비카 산악지대에서만 자라는 고유종이다. 주로 풀이 무성한 바위 지역에서 발견된다. 30~65㎝ 정도로 곧게 뻗은 줄기에서는 6~10개의 꽃대가 생긴다. 6~8월에는 분홍색 꽃을 피워 벨레비트 국립공원에 알록달록 예쁜 색을 입히곤 한다.

공동우표는 설악산 국립공원과 설악산 자생식물인 눈잣나무도 담았다. 설악산 국립공원 역시 1982년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됐다. 총면적이 무려 398㎢에 달한다. 1708m의 최고봉인 대청봉은 30여개의 산봉우리를 거느리고 있다. 눈잣나무는 남한에서는 유일하게 설악산에만 있다. 그것도 대청봉 양면, 소청봉, 관모능선 등 해발 1500m 이상의 춥고 건조한 아고산지대에서 자란다. 일반 잣나무보다 잎의 길이가 짧고 줄기가 주로 옆으로 누워 자라는 게 특징이다. 다 자라도 어른 무릎을 넘지 않는다. ‘누워서 자란다’는 의미로 ‘누운 잣나무’를 줄여 눈잣나무라고 붙여진 이름이다. 지구온난화 등의 영향으로 사라질 가능성이 커서 눈잣나무 서식지를 보호구역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

우정사업본부는 “아름다운 자연은 국경을 넘어 우리 모두가 지키고 공유해야 할 유산”이라면서 “이번 공동우표 발행으로 양국 자연의 아름다움을 널리 알릴 뿐만 아니라 자연에 관한 관심을 끌어내고 더불어 두 나라가 더욱 가까워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김경은 기획위원 jj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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