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의 민낯 <공부가 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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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어디를 가도 다들 교육전문가가 된 것 같다. 지난해 숙명여고 쌍둥이 사태로 출발한 교육문제는 JTBC 드라마 <SKY캐슬>을 거쳐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사태에서 폭발한 모양새다. 딸의 고교 입학과정부터 대학입시와 의전원 입학과정까지 세세하게 알려지면서 대중의 상대적인 박탈감은 갈수록 커지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조국의 입시전략을 배워야 한다”거나 “강남에서 저 정도는 아무 것도 아니다”라는 반응도 들린다. 한때 신분상승의 사다리였던 교육은 이제 기존 계급을 강화하는 수단이 돼버렸다. 과외가 금지된 학력고사 시절, 자녀에게 대학생 고액 과외를 받게 했던 부유층은 이제 학생부 종합전형 및 수시전형을 위한 정보전을 펼친다.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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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파일럿 예능 <공부가 머니>는 사교육에 대한 관심이 최고조에 달한 지금, 시기를 잘 만난 프로그램이다. 프로그램은 1회에서 실제 대치동에 거주하는 배우 임호 부부의 세 자녀가 받는 사교육 현실을 보여주고 적절한 해결방법을 찾는다.

방송에서 보여준 아이들의 모습은 씁쓸했다. 세 자녀가 학습지 포함 34개의 사교육을 받는다. 9살인 큰딸 선함양은 학교 수업과 학원 수업을 마친 뒤 10분 단위로 짜인 학습지 수업을 받느라 저녁식사도 제대로 하지 못한다. 선함양은 식사 중 학습지 교사가 찾아오자 냉장고 뒤로 몸을 숨기기도 했다. 수학에 탁월한 재능을 보인 7살 둘째 지범군은 계속되는 수업에 지쳐 일부러 오답을 썼다. 성인들과 달리 아이들은 티 없이 자신들의 감정을 표출했다. 평소 미처 알지 못한 아이들의 모습에 눈시울을 적시다가도 사교육 솔루션에 “나에게만 알려줄 수 있느냐”고 말하는 임호의 아내 윤정희씨 모습에서 ‘대치동 맘’의 어쩔 수 없는 교육 욕심도 엿보였다.

프로그램의 형식은 교육판 <구해줘 홈즈>를 지향한다. 그러나 공교육은 철저히 배제한 채 사교육의 시각에서 현실을 조명한다. 방송에 출연하는 교육전문가 중 공교육에 몸담았던 이는 진동섭 전 서울대 입학사정관 한 명뿐이며 그조차 현직이 아닌 전직이다. EBS가 공교육 정상화를 외치는 현실에서 공영방송 MBC가 사교육 시장의 민낯을 낱낱이 까발린 예능 프로그램을 기획했다는 게 놀라웠다.

제작진은 사교육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현 교육시스템에 문제를 제기하고 대안을 모색하며 일부 부유층만이 쥐고 있는 사교육 정보를 방송을 통해 대중화하겠다는 의도로 프로그램을 기획했다고 한다. 향후 정규편성될 경우 대상을 일반인으로 확장하고 오지 학생들을 위한 공부 방법도 알려줄 계획이라고 했다. 일례로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 수시전형을 준비하는 방법이나 특권층 자녀의 입시 등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내 자식만 잘됐으면…”이라는 부모의 욕심은 공개된 해법보다 ‘나만을 위한’ 특별한 솔루션을 원한다. 그런 상황에서 방송에 출연하는 소위 전문가들의 솔루션이 어느 정도 신뢰를 줄지 의문이다. 프로그램을 향한 날선 댓글은 이런 대중의 심리를 반영하고 있다. 이래저래 교육문제는 ‘뜨거운 감자’다.

<조은별 브릿지경제 문화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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