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투호 1년 결산, 성과와 앞으로의 과제
  • 인쇄
  • |
  • 목록
  • |
  • 복사하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벤투 감독을 향하는 대부분의 비판은 “왜 뽑은 선수를 쓰지 않느냐”에 몰려 있다. 특히 지난 6월 열린 U-20 월드컵에서 한국의 준우승을 이끌며 최우수선수에도 뽑힌 이강인을 향한 시선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8월 신태용 감독의 뒤를 이어 파울루 벤투 감독(50)이 한국축구 국가대표팀(A대표팀)의 새 사령탑이 됐다. 그가 지휘봉을 잡은 지도 어느덧 1년이 지났다. 그동안 한국축구에는 많은 일들이 있었다. 미래를 기대케 할 희망적인 부분이 존재했는가 하면, 선수 기용에 있어 적잖은 비판도 있었다. 벤투호 출범 1년을 맞아, 그동안의 행적과 앞으로의 전망 및 과제 등을 짚어봤다.

한국 축구 대표팀 감독 파울루 벤투 / 연합뉴스

한국 축구 대표팀 감독 파울루 벤투 / 연합뉴스

#10승5무1패 벤투 감독이 부임한 뒤 A대표팀은 총 16번의 경기를 치렀다. 전적은 10승5무1패. 전반적으로는 나쁘지 않은 성적이다. 부임 직후였던 지난해 9월 코스타리카(2-0 승)와 칠레(0-0 무)라는 만만치 않은 상대들을 맞아 1승1무를 거두며 기분 좋게 출발했고, 가장 최근 A매치 2연전이었던 지난 6월 호주(1-0 승)와 이란(1-1 무)을 상대로도 패하지 않았다. 최근 A매치 4경기에서 3승1무의 좋은 흐름이다.

다만 메이저대회에 나가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한 것은 흠이다. 지난해 1월 열린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에서 한국은 유력한 우승후보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조별리그에서부터 불안한 경기력을 보이더니, 결국 8강에서 카타르에 0-1로 패하며 완전히 체면을 구겼다. 카타르가 우승을 차지하긴 했지만 손흥민(토트넘)과 기성용(뉴캐슬) 등 정예 멤버를 총출동시키면서도 답답한 경기력을 보인 것은 분명 비판받아야 마땅한 부분이었다.

#벤투의 철학 모든 감독들에게 필요한 것 중 하나는 굳건한 자신만의 철학과 신념이다. 그런 점에서 지금까지 벤투 감독은 자신의 철학을 훌륭하게 지켜오고 있다. 우선 전술적인 면에서 벤투 감독은 후방 빌드업을 강조한다. 최근 축구의 트렌드인 빌드업 중에서도 후방 빌드업은 전방이 아닌 후방에서부터 만들어가며 높은 점유율과 함께 주도권을 쥐고 경기를 운영한다. 일부 전술적인 실험들이 몇 차례 있긴 했지만, 후방 빌드업이라는 기본 골격은 조금도 변하지 않고 있다.

이에 벤투 감독은 최전방 공격수들부터 최후방 골키퍼까지 그라운드에서 뛰는 11명 모두가 빌드업 능력을 가지고 있길 바란다.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일약 영웅으로 떠오른 골키퍼 조현우가 벤투 감독 부임 후 김승규(울산 현대)에 밀려 기회를 잡지 못하는 것도 빌드업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기 때문이다.

선수 선발의 원칙도 확고하다. 대다수 감독들처럼 벤투 감독 역시 ‘최고의 선수’만 뽑는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각종 혹사 논란에도 손흥민을 계속해서 대표팀에 부르고 있는 이유다. 특히 벤투 감독은 경기력을 중시하는데, 이런 관점에서 아무리 이름값 높은 선수라도 경기에 나서지 못하면 부르지 않는다.

#벤투호의 황태자 황인범 이런 벤투 감독 체제하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선수는 바로 미드필더 황인범(밴쿠버 화이트캡스)이다. 지난해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한국축구가 금메달을 따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운 황인범은 A대표팀에서 꾸준히 벤투 감독의 부름을 받으며 ‘벤투호의 황태자’로 떠올랐다. 벤투 감독이 치른 16번의 A매치에 모두 출전하며 기량을 인정받았다.

황인범은 날카로운 전진패스와 2선 침투, 슈팅까지 두루 재능을 발휘하는 만능 미드필더다. 아시안컵을 끝으로 대표팀에서 은퇴한 기성용의 후계자로 꼽힌다. 실제로 기성용이 은퇴한 뒤 치른 A매치 경기들에서 황인범이 보여준 경기력은 분명 기성용의 뒤를 이을 수 있는 재목임을 증명하고도 남았다.

황인범의 단점이라면 다소 부족한 피지컬이 꼽힌다. 황인범의 프로필상 신체조건은 177㎝·67㎏. 거친 몸싸움이 빈번한 미드필더치고는 다소 왜소한 편이다. 189㎝·75㎏의 기성용과 가장 큰 차이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부분에 대해서는 다른 선수와의 조합을 통해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다는 평가도 있어 섣부르게 판단할 수 없다.

#성적과 젊은 피 수혈, 현재까지는 OK 앞서 언급한 것처럼 벤투 감독은 메이저대회 성적이 신통치 않긴 했어도 전체적으로는 준수한 성적을 냈다. 어차피 본게임이 월드컵인 만큼 지금까지의 경기들은 말 그대로 ‘평가전’으로 보면 된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지난 6월 6일 경기 파주 NFC에서 열린 훈련에서 손흥민과 이승우를 지켜보고 있다. / 연합뉴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지난 6월 6일 경기 파주 NFC에서 열린 훈련에서 손흥민과 이승우를 지켜보고 있다. / 연합뉴스

성적과 별개로 벤투 감독을 칭찬할 부분이 있다면 바로 원활한 세대교체 흐름이다. 그동안 기성용이나 구자철(알 가라파)처럼 2010년 남아공월드컵에서 활약했던 선수들이 중심이 돼왔던 A대표팀은 이들이 대표팀 유니폼을 벗으면서 새로운 구심점을 찾아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오랜 기간 대표팀의 주장이었던 기성용이 떠난 후, 그 구심점 역할은 손흥민에게 온전히 넘어왔다. 손흥민을 중심으로 황의조(보르도)와 이재성(홀슈타인 킬), 김진수(전북 현대) 등 1992년생으로 이뤄진 ‘92라인’이 현재는 대표팀의 주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벤투 감독은 이들을 주축으로 활용하면서도 젊은 피 수혈에 적극적이다. 부임 후 1년 동안 벤투 감독은 총 37명의 선수를 뽑았는데 그 중 7명의 선수가 A대표팀 데뷔전을 치렀다. 특히 아시안게임 금메달의 주역인 황인범, 김문환(부산 아이파크)과 나상호(FC 도쿄) 등은 꾸준히 기회를 받으면서 기량을 뽐내고 있다. 이들 중에서 황인범, 나상호, 김민재(베이징 궈안) 등 1996년생 선수들의 활약이 뛰어나 92라인의 뒤를 잇는 ‘96라인’ 탄생도 기대케 하고 있다. 지난 6월 이란전에서 A대표팀 데뷔전을 치른 1997년생 백승호(지로나)도 황인범과 함께 기성용의 공백을 채울 중원 자원으로서의 가능성을 증명했다.

#기회를 받지 못한 기대주들 벤투 감독을 향하는 대부분의 비판은 “왜 뽑은 선수를 쓰지 않느냐”에 몰려 있다. 특히 지난 6월 열린 2019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에서 한국의 준우승을 이끌며 최우수선수에도 뽑힌 이강인(발렌시아)을 향한 시선이 대표적이다.

벤투 감독은 지난 3월 볼리비아와 콜롬비아와의 A매치 2연전을 앞두고 이강인을 전격 발탁했다. 이미 수차례 공개된 이강인의 ‘악마 같은’ 재능을 드디어 A대표팀에서 볼 수 있다는 생각에 많은 팬들이 들뜬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벤투 감독은 이강인을 끝내 쓰지 않고 벤치에만 머물게 했다. A매치 2연전이 끝난 후 팬들은 이강인을 쓰지 않은 데 대해 많은 아쉬움을 표했다.

확실히 이강인은 기술적인 부분에서는 엄청난 잠재력을 가지고 있고 지금도 뛰어난 모습을 보인다. 그러나 느린 스피드와 왜소한 체격조건(173㎝·63㎏)이 성장에 큰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지적 또한 받고 있다. 하지만 이런 지적은 실제 경기에 투입해야 유효할 수 있다. 경기에 나서지도 않았는데 이런 평가를 함부로 내릴 수는 없다.

이강인뿐만이 아니다. 이강인 이전 한국축구의 미래를 이끌 자원으로 꼽힌 이승우(베로나)와 백승호는 경기에 간간이 뛰긴 했으나 역시 충분할 정도의 출전시간을 보장받지 못했다. 벤투 감독은 이에 대해 경기력과 포지션별 경쟁 등의 이유를 들어 해명하긴 했지만, 어쨌든 아쉬운 것은 사실이다.

#예선, 벤투 감독의 고민은? 한국은 9월 10일 투르크메니스탄전을 시작으로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에 돌입한다. 한국은 투르크메니스탄, 레바논, 북한, 스리랑카와 한 조에 편성됐다. 그동안 한국이 2차 예선부터 고전한 적이 없었고, 상대들도 전부 전력에서 한국이 앞서기에 한국의 무난한 통과가 확실시된다. 이와는 별개로 벤투 감독은 선수 구성을 놓고 다시 한 번 고민에 빠졌다. 지난 6월에 비해 선수들의 몸상태와 현재 컨디션, 경기 출전상황 등에 변화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일단 부상자들의 몸상태가 가장 큰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유럽파 중에 부상자가 적지 않다. 대표팀 백업 공격수로 활약해온 지동원(마인츠)은 무릎 연골 부상으로 올해 안에 복귀가 어려워 이번 명단에서는 제외될 전망이다. 여기에 권창훈(프라이부르크)이 프리시즌 경기에서 가벼운 종아리 부상으로 지난 주말 개막전에 출전하지 못했다.

이와는 반대로 그동안 벤투 감독의 외면을 받았으나 최근 뜨거운 경기력을 자랑하는 선수들의 선발 가능성도 높다. 특히 최근 중국에서 맹활약을 펼치고 있는 김신욱(상하이 선화)이 벤투 감독 부임 후 처음 태극마크를 달게 될지 주목된다. K리그에서 눈부신 활약을 이어가는 문선민(전북)과 김보경(울산)의 선발 여부도 눈길을 끈다. 벤투 감독은 지난해 10월 이후 문선민을 선발하지 않고 있으며, 김보경은 지난 6월에 처음 추가 멤버로 뽑았으나 경기에는 출전시키지 않았다.

<윤은용 스포츠부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

바로가기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