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시대 생산성 도약 해법 ‘노마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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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52시간’ 때문에 경제가 휘청대는듯 이야기하지만, 노동자 입장에서는 그 이상 일하라니 삶을 반납하라는 이야기다. 사실 한국 기업에서는 한 번 뽑은 인력을 최대치까지 이리저리 돌려서 활용하는 것이 상식이었다. 근태와 연공서열, 그리고 파견과 비정규와 같은 다양한 장치들은 포괄적이고 두리뭉실하여 명확하지 않은 일을 해낼 수 있는 범용 인재의 시간과 노력을 일괄 구매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전문성에 입각한 작업에 대해 비용이 산정되는 것이 아니라, 그 작업이 어찌 될지 모르니 일단 아무 일이나 해낼 수 있는 일꾼을 다량 확보한 후 작업을 분류해 나가는 일하기 방식을 취한다. 삶은 그렇게 반납됐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것이 급격하지만 변동성 높은 성장가도 속에서 마찬가지 방식으로 위에서 정리되지 않은 채로 떨어져 내려오는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고육지책이었을 것이다.

일러스트 김상민 기자

일러스트 김상민 기자

그렇게 뜨겁게 청춘을 보내며 기업전사는 만들어졌고, 기업들은 노골적으로 이에 순응할 확률이 높은 인력을 채용했다. 채용에서의 각종 차별은 이처럼 다양성을 억제하기 위한 적극적인 수단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방식으로 모든 기업이 성장할 수는 없는 시대가 도래했다. 우리보다 더 절실한 지역이 약진하면서 이 돌격문화의 기능부전은 초읽기가 시작되었다. 그나마도 지금 한국 사회의 갈등은 이런 전근대적 일자리조차도 일부가 독점한 채 모두에게 돌아가지 않는다는 데 있다. 맞지 않는 인재들이 잘 안되는 일을 끙끙대며 52시간 이상 붙들고 있으니 저녁이 사라진다.

생산성이 높은 사회는 이 해법을 성장산업에서 찾는데, 그곳에는 ‘노마드’들, 즉 자유로운 직업인들이 있다. 이들은 근태의 속박을 싫어하며, 자신이 원하는 일하는 방식을 스스로 요구했으며, 대신 결과로 회답했다. 그들은 자신들이 어떠한 상황에서 최고의 생산성을 발휘하는지 결과로 설명했고, 이는 일종의 문화가 되었다. 화상회의에서 그룹 채팅, 진척관리 등 첨단 IT는 이들이 얼굴을 보지 않더라도 늘 이어지게 했으며, 더 강한 결속을 만들기도 했다.

작금의 디지털 시대에는 노마드로만 데리고 있을 수 있는 인재들이 있다. 최근 발표된 해외의 ‘리모트 워크 리포트’에 의하면 응답자의 91%가 리모트 워크가 자신에게 맞는다고 했고, 96%는 친구에게 추천할 것이라고 했다. 이처럼 인재에게 선호될 뿐만 아니라, 여러 사정으로 기업전사가 되지는 못했으나 능력 있는 이들을 고용할 수도 있으니, 인재의 다양성도 확보된다.

노마드를 데리고 있었다면 벌어지지 않았을 기업 참사들이 요즈음 점점 늘어나고 있다. 한 방에 훅 가는 기업이 되지 않는 길은 모두가 같은 시각과 사고에 마비되지 않도록 구성원의 다양성을 늘리는 길뿐이다.

또한 노마드에게도 일을 줄 수 있도록 잘 정리된 업무시스템은 비즈니스의 확장을 불러온다. 지금은 합종연횡의 시대. 업무와 일이 상호 결합 가능하도록 정의된다면 업무 정의가 바로 협업의 조건이 될 수도 있다. 이는 더 많은 이들이 기존의 인사관리의 틀 밖에서 일할 수 있게 된다는 뜻이 되고, 이는 종래의 정규·비정규의 신분제적 채용 행태의 자연스러운 해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 모두가 이바지한 만큼 벌어가는 동일임금 동일노동의 첫 번째 조건인 계측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생산성도, 일거리도, 사업기회도, 그리고 저녁시간도 늘어나는 해법이 여기에 있다.

<김국현 IT칼럼니스트·에디토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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